▲이란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인 커쥬다리. 다리가 교통 수단 뿐만 아니라 만남과 사색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다리에서 알게 됐습니다.
김은주
내 걱정은 당장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짐을 부쳤는데 처음 여행하는 난 짐을 제대로 쌀 줄 몰랐습니다. 침낭을 배낭에 살짝 매달아 놓았는데 담당자는 내 짐을 부쳐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짐을 다시 야무지게 싸느라 우리가 가장 나중에 짐을 부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출국 심사대에서 또 걸렸습니다. 내 가방이 지나갈 때 삐이익 소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가방을 다 까뒤집어야 했지요. 경고음을 유발하는 걸 찾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다용도 칼이 문제였습니다. 뾰족한 쇠붙이를 지니고 비행기를 타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용도 칼을 버릴 것인가, 짐 부치는 데로 가서 다시 짐을 싸야 하는가, 난 심사대에서 가방을 까뒤집어놓고 숨넘어갈 정도로 급하게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난감하더군요. 그래도 새 칼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 내리기가 쉬웠습니다. 칼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출국심사대를 벗어나자 면세점이 보였습니다. 이제 우리가 비행기 탈 곳을 찾아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이리저리 꽤 돌아다녔습니다. 캐리어를 밀며 날씬한 여승무원 한 무리가 지나가기에 이란 항공을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모른다고 하더군요.
모르다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네 일터에서 잘 모른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거지요. 조금만 신경을 쓰면 가르쳐줄 수 있을 텐데 모른다고 짧게 대답하고는 자기 갈 길을 가버리는 그들이 야속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갓 상경한 시골 처녀처럼 어리둥절했거든요.
그때 꽤 똑똑한 우리 큰 애가 비행기 표를 보자고 했습니다. 비행기 표에서 게이트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이 게이트가 비행기를 타는 곳인 모양이라는 추측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이트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보였습니다.
정말 우리가 찾던 게이트에 우리 일행 중 몇 사람이 보이고, 이란항공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제대로 찾아온 것입니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7시 15분에 출발하는데 공항 밖으로 노을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을 빠져나가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진땀 빼는 상황이 자꾸 불쑥불쑥 나타나는데 앞으로 외국이라고는 나가본 적 없는 초보 여행자가 패키지가도 아닌 배낭여행을, 그것도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생소한 나라 이란에서 여행을 잘 할 수 있을까, 참 걱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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