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처음 먹은 이란 음식. 보기와 달리 맛은 영 아니었다.
김은주
비행이 시작되고 한 30분쯤 지나자 저녁이 나왔습니다. 한상 차려진 저녁을 보자 행복해졌습니다. 밥과 치킨입니다. 밥은 가늘고 길쭉하고 찰기가 없으며 치킨은 옥수수 스프 같은 것에 버무려져 나왔는데 하얀 쌀밥과 노르스름한 치킨은 보기에 먹음직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첫 술을 뜨는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지금 먹는 음식을 앞으로 28일간 먹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거부감, 걱정 뭐 이런 것이었지요, 보기와 달리 음식이 입에 안 맞았던 것입니다.
간이 안 맞았습니다. 치킨이라면 후추를 팍팍 치고 마늘도 많이 넣어서 고기 맛을 없애고 좀 짭잘하게 해야 먹을 만한데, 이건 무슨 닭고기 맛을 그대로 살린 것도 모자라 밍밍한 옥수수 스프에 담궜으니 내 입에는 정말 안 맞았습니다.
사실 난 음식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비야씨가 쓴 여행기에는 이란 음식이 맛있다고 돼있어서 나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이란음식을 내게도 맛있는 음식으로 생각했던 거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녀는 뭐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 사람이고 난 내 것에 대한 고집이 강한 사람이니까 받아들이는 데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샐러드는 두 가지가 나왔는데 양상추와 양배추였습니다. 양상추는 프렌치드레싱과 함께 나왔고, 양배추는 당근 등의 다진 야채와 함께 우리에게 익숙한 마요네즈 드레싱에 버무려져 나왔는데 둘 다 맛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샐러드는 단맛이 느껴지는 상큼한 것인데 이건 너무 신맛이 강했습니다.
모든 음식이 우리가 먹던 음식과 엇박자를 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린 고기는 좀 짭조름하게 먹고 드레싱은 좀 달짝지근하게 먹는 편인데 기내에서 나온 음식은 고기는 싱겁다 못해 밍밍하고, 드레싱은 너무 시었습니다. 우리가 먹던 음식하고는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여행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먹은 이란 음식을 앞에 두고 기분이 현저하게 가라앉는 걸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가 폭삭 내려않는 순간이었거든요. 맛없는 음식이 기다리는 여행이란 기대할 게 하나도 없는 그런 여행인 게지요.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디저트는 맛있었습니다. 딸기향이 나는 푸딩은 너무 달지 않으면서 부드러웠습니다. 우리 큰 애가 말하길 중동에서 디저트가 시작됐답니다. 식후 단 걸로 입가심을 하는 디저트의 원조답게 디저트는 좋았습니다.
절대적 기준으로 봤을 때 이란의 주 요리인 케밥은 세계 3대 요리에 포함될 정도로 훌륭한 음식입니다. 허나 한국적인 맛에 길들여진 내게는 정말 맛없는 음식이 될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란 여행이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난 한국에서도 치킨이나 피자, 스파게티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한식만 먹는 스타일이었지요. 그만큼 우리 음식에 대한 고집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앞으로 내게는 두 가지 선택이 놓여 있습니다. 이란 음식에 조금씩 적응을 해서 이란음식을 즐겨 먹는 경지에 이르거나 내내 우리 음식을 고집하거나 입니다. 물론 더 바람직한 쪽은 이란음식에 길들여지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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