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유성호
17일 오전 명동성당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천주교 신자와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성전 강당에서는 600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김 추기경의 시신이 모셔진 유리관 앞에서 성가를 부르며 연도하고 있고, 성전 건물 바깥에서는 영하 8도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추모 행렬이 100m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객들 중에서는 인천·대전 등 지역에서 온 신자들도 있고, 일반 신자는 물론 타 종교인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조금만 더 사셔서 국민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셨어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대성전 앞에서 줄을 서있던 안계옥(53세, 세례명 요세피나)씨는 "너무 좋으신 분인데 이렇게 잃어서 슬프다, 그 분이 가실 때 기도를 많이 못 해드렸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좀더 국민들을 깨우쳐 주시길 바랐는데 아쉽다, 그러나 저 (천당) 위에서도 계속 우리를 위해서 잘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불교방송 이사장인 영담스님은 "어려운 시기인데 김 추기경님이 너무 일찍 가셨다"면서 "우리 국민들이 복이 없다"고 말했다. 애인의 손을 잡고 성당을 찾은 전인호(26)씨는 "신자는 아니지만 존경하던 국가 원로의 장례식이라서 왔다, 독재 치하에서 정의의 편에 서 계셨다는 이야기를 인상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후 2시 30분께 조문할 예정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조문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오후 1시께,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후 6시 40분께 조문한다고 성당 측은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께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명동성당을 찾아와 "김 추기경을 오랫동안 마음의 스승으로 모셨는데 국민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를 잃었다, 국가가 어려울 때 방향 가르쳐주셨는데 슬프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심재철(세례명 베드로) 한나라당 의원 역시 오전 8시 20분께 조문하며 "나라의 큰 어른을 잃어서 가슴이 허하고 슬펐다. 이제 우리나라의 큰 어른이 없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명동성당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부인 이희호씨, 민주당 박지원·이석현 의원 등과 함께 온 김 전 대통령은 "김 추기경은 위대한 신앙가이자 선구자였다, 독재 치하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광야의 소리같은 말씀을 주셨고 행동으로 참여해 국민들을 도우셨다"고 회상했다. 또한 차입금을 받았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제가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지만 김 추기경은 정신적 지도자이다. 야당 시절과 대통령 시절에 가르침과 의견을 받았다. 진주와 청주에서 감옥살이 할 때 (추기경은) 아내에게 100만원씩 두번 차입금을 주시기도 했다. 자상하고 따뜻한 사랑을 받은 것이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서거를 슬퍼하면서도 영생을 누리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오전 11시 50분 명동성당을 찾아 "김 추기경은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민족의 양심을 일깨워주신 이 시대의 스승"이라면서 "1년 반 전에 사형제 폐지 문제로 당시 유인태 의원과 함께 김 추기경을 뵈었다, 국회의장 취임 후에도 뵙고 싶었는데 (김 추기경이) 와병 중이라서 못 했다"고 아쉬워 했다.
이외에도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김 추기경을 조문했다.
오전 10시 40분 조문한 정 대표는 "김 추기경은 유신 시절 박정희 정권에 옳은 소리를 하는 유일한 지도자였다, 우리 사회의 큰 별이 떨어졌다"고 애도했다. 오전 11시 40분 조문한 손 전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매해 김 추기경에 세배를 드렸다, 2008년에 세배드릴 때는 '용기 잃지 말고 좋은 정치인이 되라'는 덕담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가 받은 세뱃돈은 1만원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