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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목욕탕에서 찜질방으로 바뀌고 난후 사우나는 여자들의 전용공간이 된 듯 합니다.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다소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평일에도 찜질방은 만원입니다. 예전에는 때를 벗기러 목욕탕에 갔지만 요즘은 쉬기 위해 찜질방을 가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불가마'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0년부터 급속하게 번진 찜질방은 아줌마들의 '복합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주말에 윗층 아줌마가 전화가 왔습니다. 시간 있으면 쉬러 가자는 겁니다. 여기서 '쉬러간다'는 것이 바로 찜질방에 가자는 뜻입니다. 날씨도 춥고 해서 오랜만에 사우나를 가니 아줌마들로 만원사례입니다. 간단히 샤워후에 찜질방옷으로 갈아입고 섭씨 90도를 오르내리는 불가마로 직행하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세상 온갖 근심 걱정을 다 털어버리고 불가마속에 몸을 던져 널브러진 아줌마들의 표정은 행복 그 차제입니다.
직장 생활 하기전에는 평일 낮에도 아파트 줌마 친구들과 자주 와서 한나절을 죽치며 놀던 전용 놀이공간이었습니다. 요즘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가족단위 또는 연인들끼리도 자주 찾아 쉴 수 있는 곳으로 변했습니다. 헬스장, PC방, 식당, 수면실 등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남편이 직장에 출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아줌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아파트 뒷산에 올라가 시원한 공기 마시고, 그곳에서 각자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난후 산에서 내려 오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직행하는 곳이 동네 찜질방입니다.
한겨울 매서운 칼바람을 맞은 후 찜질방 '불한증막'으로 들어가면 온 몸이 노곤 노곤해지면서 경직된 몸이 풀어집니다. 바로 이 맛 때문에 동네 아줌마들이 사우나로 오게됩니다. 이런 아줌마 고객들을 위해 찜질방에서는 한달 정기권을 끊으면 10% 할인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찜질방이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찜질방에 오면 아줌마들에겐 누구나 친구가 됩니다. 처음 보는 사람도 불가마 속에서 들어오면 아줌마들의 전용무기인 '수다'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은 얘기부터 남편이 속썩이는 이야기, 자녀들 공부 때문에 속 끓는다는 얘기까지 온갖 세상사들이 다 나옵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출출할 때 맥반석에 구은 달걀 까먹는 재미 또한 쏠쏠합니다.
아줌마들이 찜질방을 좋아하는 이유는 '불가마' 속에 들어가 허리 등 근육을 뜨거운 기운으로 풀어주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몸 이곳 저곳이 쑤시기 때문에 뜨거운 불가마 바닥에 몸을 누이고 풀어주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옛날 제가 어릴때 할머니는 종종 허리가 쑤신다고 주물러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이런 찜질방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납니다.
아이 낳고 키우느라 지친 여자들의 몸을 '불가마' 찜질방에서 풀어주는 것입니다. 여자들 몸 풀어주는 곳으로 이만한 곳이 따로 없습니다. 요즘 찜질방은 한증막 뿐만 아니라 소금찜질, 황토찜질, 솔잎향찜질, 얼음방 등 용도도 다양한 각양 각색의 방이 등장하여 주부들이 휴식하기에 최적의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뜨거운 '불한증막' 찜질방은 한국의 고유 구들장 문화와도 관계가 있는데, 옛날 어른들이 뜨끈 뜨끈한 아랫목에서 '몸을 지진다'는 말을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불가마'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가 있다고 하니 몸을 풀어주고 휴식의 효과가 있나 봅니다.
직장생활 때문에 요즘은 찜질방에 자주 가지 못하지만 퇴근후 가끔 저녁에 가보면 가족, 연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줌마들은 수다와 몸 풀러 가는데, 요즘 사람들은 '휴식'을 위해 가는 곳을 변했습니다. 옛날 명절 때면 연례행사로 때밀러(?) 가던 목욕탕이 아닙니다. 찜질방에 가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자주 가지 못해 요즘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어두운 것 같습니다.
찜질방에서 오늘도 일상의 지친 삶의 무게를 풀어내는 아줌마들의 수다가 그립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2009.02.18 10:2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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