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
빅뱅공식홈페이지
"너만 생각하면 머리 아퍼 독하디 독한 술 같어
술뿐이겠어 병이지 매일 앓아누워 몇 번인지내일이면 또 잠깐 잊었다가 또 모레쯤이면 생각나겠지만그래도 어떡해 이제 돌이킬 수도 없는데매일 퇴임 카운터만 보는데 4년 후만 기다리는데
...........난 네가 싫은데 (u-hu I hate you sir) 뉴스에는 온통 너뿐 (whole in the world)귀를 틀어막아도 라디오에선 네 목소리만 들려오네"- 한 누리꾼이 빅뱅의 '붉은 노을' 가사를 바꾼 '푸른 운하' 중에서
오는 삼일절에는 아주 흥미로운 이벤트 하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독립선언서 낭독, 만세 삼창으로 이어지는 엄숙하기만한 삼일절 기념식은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청와대 관계자가 말했단다. 삼일절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나라사랑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이에 나라사랑을 주제로 한 랩송을 만들겠다. 이름하여 '힘내라! 대한민국'(가칭).
청와대 관계자는 이러한 내용을 '검토중'이라고 했단다. 그리고 특정 가수의 이름까지 콕 집어서 거명했다고 한다. 음반뿐 아니라 장안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당대 최고의 아이돌 그룹 '빅뱅'이 0순위로 낙점됐다는 소문이다. 이에 대해 빅뱅의 소속사는 "청와대로부터 그런 제의는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개운치 못하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난리가 났다. 빅뱅의 팬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한 누리꾼은 빅뱅의 '붉은 노을'의 가사를 바꾸어 '푸른 운하'라는 신곡(?)을 내놓았다. 반응은 뜨겁고 폭발적이다. 각 포털 사이트에서는 대규모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 빅뱅에게 '나라사랑 랩송'을 부르게 하겠다고?곰곰 생각해 보면, 아니 굳이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이 힘을 좀 내야 하는 건 맞다. 힘을 좀 내는 정도가 아니라 '불같이' 일어났으면 싶다. 물론, 숭례문-용산-화왕산의 '불같이' 돼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그런데 나라사랑 랩송으로 힘내라 대한민국?
자연스레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거야 누가 나서서 돕거나 말릴 일이 아니다. 스스로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거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애국심'은 질 나쁜 유행어처럼 반짝할 뿐이다. 사람들에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채 말이다. 설령 나라사랑 랩송으로 애국심을 강요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정부(정권)를 사랑하는 것으로 치환될 수는 없다. 정부 역시 국가의 보조관념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선생님 앞에서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을 다 외우지 못하면 집에 보내주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크고 작은 잘못으로 선생님께 불려갔을 때도 국민교육헌장을 반성문보다 먼저 써야 했다. 교과서의 제일 앞장에는 항상 '국민교육헌장'이 반듯하고 근엄한 얼굴로 인쇄돼 있었다. '민족'도 '중흥'도 모르고 '역사적 사명'이 도대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암기부터 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래야 하교를 할 수 있었으니까.
▲아이돌 그룹 '빅뱅'
빅뱅공식홈페이지
랩송을 흉내낸 노랫가락으로 혹세무민 꿈꾸지 말라이제 나라사랑 랩송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니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이를 가르치라는 지침이 내려오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음악 시간엔 현란한 댄스와 함께 나라사랑 랩송을 가르치고, 국어 시간엔 랩송 가사에 밑줄 쫙 돼지꼬리 땡땡 쳐가며 시적 허용이니 은유법이니 하는 걸 배우고 가르치게 되는 건 아닌지. 다달이 열리는 나라사랑 랩송 경연대회에서 1등을 못하면 일제고사처럼 학교 서열이 주르륵 공개되는 건 또 아닌지. 나라사랑 랩송 전문 노래방과 음치클리닉이 사교육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 할 지도. 노인대학 잔칫날에 부를 나라사랑 랩송을 배우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지셨다는 보도를 듣게 되는 건 아닌지.
유창하고 빠르게 그러나 발음은 또박또박 분명히 나라사랑 랩송을 부르지 못하면 집에 안 보내주는, 국민교육헌장의 추억을 재생하는 선생님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내 동료이거나 선후배 교사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아프고 서글프다. 자발성에 기초한 애국심이라는 본질이 사라진 랩송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할 아이들에겐 미안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처럼 실제가 아닌데도 잠깐 동안 상상해본 것만으로 숨이 턱, 막힌다. 이 상상이 실제가 된다면 애국심, 그런 건 이미 새처럼 날아가고 난 다음이 될 것이다. 이미 웃음거리로 희화화된 애국심의 초라한 몰골만이 가부좌를 틀고 있을 게 분명하다.
랩송을 흉내 낸 노랫가락으로 계몽과 계도(啓導)의 혹세무민을 꿈꾸는 건 올드하다. 아무리 역사는 반복 된다지만 이는 단순한 도돌이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억지와 생떼를 부린 과거보다는 좀 더 세련되고 합리적인 수준의 반복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두 눈 질끈 감고 속아 넘어가는 척이라도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국가를 가지고 누리는 길이 이토록 험난해서야 되겠는가!
"국민 얼굴 보기 두렵다면, sir 운하 생각 하덜덜덜 마" 한 누리꾼이 만든 '푸른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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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yes girl we’re back again with 이명박 fresh collaboration 2009 it‘s bigbag
그댄 아시나요 있잖아요 예전이 너무 그리워요 삽을 놓고 땀을 훔쳐요 당신의 이름을 불러요 꼭 이렇게 내 취직자린 정해져야만 했는지 너만 생각하면 머리 아퍼 독하디 독한 술 같어 술뿐이겠어 병이지 매일 앓아누워 몇 번인지 내일이면 또 잠깐 잊었다가 또 모레쯤이면 생각나겠지만 그래도 어떡해 이제 돌이킬 수도 없는데 매일 퇴임 카운터만 보는데 4년 후만 기다리는데
(*chorus) 난 네가 싫은데(u-hu I hate you sir) 뉴스에는 온통 너뿐(whole in the world) 귀를 틀어막아도 라디오에선 네 목소리만 들려오네
혹시 그대가 염치가 있다면 국민 얼굴 보기 두렵다면 sir 운하 생각 하덜덜덜 마 너만 봄 열이 펄펄펄 나 양파 같은 그대 얼굴 저 많은 오핼 닮아 더 뻔뻔해지는 걸 Oh baby baby 다 지나간 시간 땀흘리며 한 삽질 잊지 않을게요 만약 4년이 지나 투푯날이 되면 투표장에 달려갈게요
(*repeat) 아름다웠던 747곡선 이젠 볼 순 없겠지만 상관없어 그저 환율만 어떻게 유지해주오
아 아 아 아 아 아 아아앍 Let’s go 아 아 아 아 아 아 아아앍 sing a together Come on
물가 뜨고 월급 지네 내통장은 메말랐네 환율 뜨고 주가 지네 떡락 속에 나 또한 무뎌지네 물가 뜨고 월급 지네 내통장은 메말랐네 환율 뜨고 주가 지네 떡락 속에 나 또한 무뎌지네
(*repeatx2) 아 아 아 아 아 아 아아앍 Let‘s go 아 아 아 아 아 아 아아앍 Now Who ? The BIG -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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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한테 '나라사랑 랩송'을? 청와대여, 올드한 사고 좀 그만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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