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광고중단 요구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위력이란 유무형과 관계없는 폭력으로 피해 기업들은 많은 항의 전화를 받아 영업에 지장을 받거나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면서 "위력을 행사해 업무방해를 한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시민들이 분노하게 된 원인보다는 결과 자체에만 주목한 판단이었다.
특히 공포와 공동정범에 관한 부분에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명확한 형태로 모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카페를 개설한 목적과 카페 회원들이 가입한 동기가 분명하고 광고주 불매운동의 성격과 경위, 형태, 과정, 그리고 피고인의 역할과 지배력, 장악력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암묵적 결합에 의한 공모가 이루어졌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암묵적 결합'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면서까지 시민들에게 죄를 묻는 대목에서는 서글프기까지 했다.
위법성 조각 사유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헌법에 따른 소비자 운동의 권리가 있지만 수단과 방법이 정당해야 하는데 피의자들의 행위에는 정당성에 흠결이 있다"고 밝혔다. 즉 헌법과 소비자기본법에서 정한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유에는 제한을 두었다. 하지만 어떤 자유가 보장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법익을 거론하며 침해법익(보장된 활동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자의 권리)과 보호법익(보장된 활동으로 행동하는 자의 권리)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해 '침해법익(조중동, 조중동 광고주)'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중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언소주의 행동이 논조 변경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개별 독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 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조중동 논조에 대해 지적할 수 없다는 뜻으로 들렸다.
한 번은 봐준다는 오만한 재판부
재판부는 언소주 회원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그 이유로는 '전과'가 없었고 광고불매 행위가 위법한지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언론운동을 하는 소비자들이 잘 몰라서 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상이 참작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2008년 5월 초순 촛불집회가 한창이었고 광고중단운동이 국민일반의 상당한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언소주 회원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을 참작했다고 단서를 달았다.
재판부의 결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명박 정부의 재판부이기 때문에 그 한계가 명백했다고 위안 삼아야 할까?
광우병 쇠고기의 문제를 제기한 <PD수첩>을 기소할 수 없다며 임수빈 검사가 사표를 낸 것이나, 촛불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집시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이들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21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위헌적 조항"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박재영 판사가 현 정부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법복을 벗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우리 사회에서 '상식'보다는 '힘의 논리'가 앞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쨌거나 이림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은 뒤이을 항소심의 기준점이 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를 개인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2009.02.19 21:4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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