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꽃, 새, 나무, 풀, 사람 어디에도 봄은 온다!

등록 2009.02.23 16:05수정 2009.02.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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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답답한 일들이 참 많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는 일들도 무지하게 많습니다. 요즘 돌아가는 경제 상황도 그렇고, 용산 참사와 관련한 일들도 그러하고 곳곳에서 밝혀지고 있는 일제고사 관련한 사실들도 그러합니다.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할 따름입니다.
 

 허나 세상을 좀 더 많이 살아본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꽃으로든, 권력으로든 세상 모든걸 자기가 원하는데로 바꿀 수 있을듯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거스를 순 없는 법입니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봄은 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희망은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다가 온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a 동백꽃 핀 통영의 바닷가 통영의 바닷가에 동백꽃이 피어났습니다.

동백꽃 핀 통영의 바닷가 통영의 바닷가에 동백꽃이 피어났습니다. ⓒ 윤병렬

▲ 동백꽃 핀 통영의 바닷가 통영의 바닷가에 동백꽃이 피어났습니다. ⓒ 윤병렬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상 화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a 봄 비료와 할머니 할머니가 마을회관에서 봄 비료를 타서 들길을 걸어가고 있다.

봄 비료와 할머니 할머니가 마을회관에서 봄 비료를 타서 들길을 걸어가고 있다. ⓒ 윤병렬

▲ 봄 비료와 할머니 할머니가 마을회관에서 봄 비료를 타서 들길을 걸어가고 있다. ⓒ 윤병렬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a 전깃줄의 황조롱이 바람결에 귀를 쫑긋이는 황조롱이

전깃줄의 황조롱이 바람결에 귀를 쫑긋이는 황조롱이 ⓒ 윤병렬

▲ 전깃줄의 황조롱이 바람결에 귀를 쫑긋이는 황조롱이 ⓒ 윤병렬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a 들녘의 보리밭 종조리(종다리)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들녘의 보리밭 종조리(종다리)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 윤병렬

▲ 들녘의 보리밭 종조리(종다리)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 윤병렬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a 거름 낸 봄 논 봄 준비를 위해 거름을 가득 뿌린 논

거름 낸 봄 논 봄 준비를 위해 거름을 가득 뿌린 논 ⓒ 윤병렬

▲ 거름 낸 봄 논 봄 준비를 위해 거름을 가득 뿌린 논 ⓒ 윤병렬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a 노루귀 봄의 요정 노루귀(작년 봄 사진)

노루귀 봄의 요정 노루귀(작년 봄 사진) ⓒ 윤병렬

▲ 노루귀 봄의 요정 노루귀(작년 봄 사진) ⓒ 윤병렬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a 봄까치꽃 개불알풀로 더 알려진 봄까치꽃-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난다.

봄까치꽃 개불알풀로 더 알려진 봄까치꽃-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난다. ⓒ 윤병렬

▲ 봄까치꽃 개불알풀로 더 알려진 봄까치꽃-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난다. ⓒ 윤병렬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a 풀을 뜯는 염소들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들

풀을 뜯는 염소들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들 ⓒ 윤병렬

▲ 풀을 뜯는 염소들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들 ⓒ 윤병렬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문득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시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세월이 돌고 돌듯, 우리네 인생사도 돌고 돕니다.

 

해가 뜨면 해가 지고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고 꽃이 피고 새가 날고 움직이고   바빠지고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 속에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우리네 인생사를 잘 노래하고 있는 가사처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사천지역 인터넷 신문 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23 16:05ⓒ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사천지역 인터넷 신문 news4000.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봄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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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진도 찍고 생물 관찰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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