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한나라당이 대구의 수돗물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이전키로 전격 결정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 낙동강 중하류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드세어지면서 북부권 지자체에서도 '그게 과연 가능하겠느냐' 등 회의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일 김범일 대구시장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오늘 대구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대회에서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이전키로 시와 당 지도부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 시장은 "낙동강 취수원의 빈번한 오염사고와 이를 항구적으로 방지할 대책으로 취수원 이전의 필요성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고,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가 적극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취수원 이전은 안동댐~대구 매곡 취수장까지 총 171km에 걸쳐 대형 상수도관을 묻는 방식으로 하루 60만t을 취수하며, 안동댐에 취수장 1개소, 가압장 4개소 등을 건설하고 예산은 총 8천억원으로, 사업추진은 전액 국비로 진행되며, 2010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2012년 완공한다"는 언론의 해설까지 덧붙였다.
언론보도 직후 낙동강 중하류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먼저 터져 나왔고, 북부권에서도 그 진위를 서둘러 파악하며 강경한 반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칠곡군은 "낙동강의 충분한 수량 확보 대책도 없이 대구시가 안동댐 물을 취수하면 낙동강수계에 의존하는 상주, 구미, 칠곡 등 중하류 지자체들은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며 "대구시의 취수원 상류 이전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안동시는 "안동시나 수자원공사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전하며 "물 문제를 둘러싼 부산과 경남의 남강댐을 보더라도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안동시의회 이재갑 의원은 "지난해 임하댐 탁수문제로 수자원공사에서 140억원을 지원받아 새 취수원을 건설한 지 얼마 됐다고 그렇게 엄청난 계획을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아마 정부차원에서 경북 북부권에 강력한 규제 중심의 수자원정책을 내놓으려는 사전포석일 것"이라고 중부와 북부권 지자체의 긴장감을 촉구했다.
생명운동본부 김성현 소장은 "취수원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임하댐에 이어 안동댐까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등 규제가 더 강화돼 지역개발 다양성이 엄청나게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안동지역 절반이 직·간접적인 규제로 묶여 친환경적인 지역개발조차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에서도 "대구시가 안동댐 물을 끌어들이면 낙동강 중하류는 유지수 부족으로 '죽음의 강'으로 변할 것"이라며 "우선 낙동강 주변 공단의 오염원 단속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상북도의 한 관계자는 "아마 대구시와 한나라당끼리만 그런 논의를 한 모양이다"고 힐난한 뒤 "경북도와 사전 논의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경북지역 정가에서는 김범일 대구시장이 1,4-다이옥산 오염 파동 이후 낙동강 취수원의 빈번한 오염사고와 방지 대책을 강구하던 중 '언론보도용 생색내기를 성급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대구시와 경북도를 포함한 중·상류지역 지자체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낙동강이 전국에서 강우량이 가장 적은 데다 강의 길이가 길고 유역면적이 넓어 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물 문제 해결을 둘러싼 해법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중앙정부와 대구광역시가 취수 문제에서 현실논리만을 동원하며 경북전역의 중소도시를 '주변부'로만 취급해 온 것에 대한 비난이 계속 증폭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in뉴스(www.kbin.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23 21:1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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