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학자금' 대부 확정자로 선정됐습니다.
조호진
나이 쉰에 06학번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08학번인 아들, 딸보다는 선배라는 사실입니다. 06학번 선배로서 두 새내기 아들, 딸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참, 요즘 새내기들 버릇없더군요. 그냥 뭉개고 지네들끼리 알아서 잘 하더군요.
늦깎이로 입학했으니 차질 없이 졸업해야겠다고 각오했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1년 휴학하고 2008년 가을 학기에 복학했습니다. 2009년 3학년 1학기 등록 마감일이 지난 20일이었는데 등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믿는 구석은 있었습니다. 2학년 2학기 복학 때도 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으로부터 '근로자 학자금'을 대부 받아 등록금을 낸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학자금 대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ooo님은 학자금 대부 확정자로 선정되셨습니다. 공단 홈피 확인'오늘(23일) 학자금 대부가 확정됐다는 문자가 도착했고, 공단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근로자라는 신분 덕택에 1%의 정책자금을 쓸 수 있는 혜택을 두 번째 누리게 됐습니다.
5학기 가운데 한 학기는 선배와 아내의 도움을 받아 등록금을 냈고 나머지 4학기는 대출로 해결했습니다. 두 차례 빌려 쓴 정부 학자금은 7%대의 높은 이율입니다. 1%대의 근로자 학자금 대출이 있다는 사실을 진즉 알았다면 가난한 학생을 상대로 돈놀이를 하는 정부의 고이율 학자금을 쓰지 않았을 텐데…. 복학을 앞두고 학자금 문제로 고민하면서 퇴근하던 지난 8월 무렵 무가지 석간신문 귀퉁이에 난 정보를 통해 '근로자 학자금'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하여 나이 50의 06학번 만학도(우리 대학에서는 기분 언짢게 '고령자'라는 명칭을 사용함)는 1300만 원가량의 학자금 빚쟁이가 되었습니다. 빚쟁이가 되면서까지 대학을 다닐 필요가 있느냐고 핀잔할 분들이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노동해방을 통해 학벌의 벽을 혁파해야 한다고 믿었던 저 또한 학벌 취득 행위를 개인 신분 상승을 노리는 이기적 행위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쉰, 06학번의 꿈과 희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