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이기에 더욱 국민의 기대를 받으며 출발한 이명박 정부의 한 해를 돌아보며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현 정부가 부디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라는 진정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1.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모두의 고른 행복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사회에는 강자와 약자가 공존합니다. 우리는 정부가 이 둘 사이의 편차를 최소화하여 다수의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정치를 염원합니다. 이것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온 국민을 존중하며, 더 많은 것을 소유한 이들의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절규를 귀담아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기득권층을 중심삼고 사회적 약자는 무시하는 행보를 거듭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정점에 용산철거민 참사가 놓여있습니다. 용산참사는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이러한 정부정책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합니다. 더욱이 끔찍한 용산참사 뒤에 보여준 경찰과 검찰의 태도는 현 정부의 관점이 여전히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을 느끼며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특정계층, 특정지역만의 정부가 아니라, 행복의 공공성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 목표를 성실히 수행하는 과정에서만 국민의 신뢰를 얻고 희망의 정치(政治)를 펼쳐갈 수 있습니다.
2. 반민주 악법으로 개악하려는 시도를 즉시 중단하기 바랍니다.
경제 위기와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위험수위에 이른 현재, 정부와 여당은 오히려 반민주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법 등은 재벌이 은행을 사금고화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며, 신문방송법 또한 재벌의 방송 소유와 언론지배를 통해 기득권세력의 영구집권을 위한 조치이며, 최저임금법 , 한미 FTA비준, 수돗물 민영화법,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폐지법 등은 서민의 생계를 더욱 옥죄는 법이고, 국정원법, 집시법, 집단소송법 등은 국민의 의사 표시권을 제한하는 독재적 발상이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민주화가 이만큼이나마 진전된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화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희생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부 여당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회를 공전시킬 때가 아니라, 국민의 총의를 모아 더욱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며 국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지혜와 공감대를 이뤄내야 할 때입니다. 그러니 정부와 여당은 반민주 악법으로의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랍니다.
3.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북정책을 전환하기 바랍니다.
현 정부 집권 이래 남북 관계는 계속 악화되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등을 통해 어렵게 이루어 놓은 성과들이 무효화되고 있습니다. 화해와 협력, 상생과 공영 대신 단절과 대결이 두드러지며 심지어는 남과 북 사이에 전운마저 감돌고 있습니다. 2002년 서해교전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은 이미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상당히 진전시키고 있는데 정작 우리 정부는 한반도 긴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의 긴장상태는 국가신용도를 떨어트리고 해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우리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동등한 거래보다는 인내와 포용 그리고 상호 신뢰형성에 더욱 강조점을 두어야 지속할 수 있는 특수한 관계입니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 시기에,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우리 정부야말로 남북 신뢰와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고, 민족 상생과 공영에 이를 수 있도록 대북 정책의 신속한 전환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국민이 선택한 합법적 정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현명한 정책을 세우고 실천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군부독재의 폭압에 맞서 피 흘려 쟁취한 고귀한 가치들을 무효화시키고, 소수 특정 계층 중심의 반(反)민주적 , 반(反)평화적 정책을 고집하는 정치에 우리는 더 이상은 침묵할 수 없습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부름 받은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우리보다 앞장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의 뒤를 따라 기도와 실천의 행진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2009년 2월 24일
사순절을 맞이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비상시국기도회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