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64)

― ‘비밀결사의 대원’, ‘복수의 날’, ‘닮은꼴의 도깨비’ 다듬기

등록 2009.02.25 20:28수정 2009.02.2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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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비밀결사의 대원들

 

.. 비밀결사의 대원들은 대대로 내려온 방식에 따라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임차할 수 있는 자기들의 권리를 보호하려 한 것이다 ..  《엘리엇 고온/이건일 옮김-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마더 존스》(녹두,2002) 43쪽

 

 "한 치의 땅이라도"는 "땅을 한 치라도"로 다듬습니다. '임차(賃借)할'은 '빌릴'로 다듬고요. "자기들의 권리"는 "자기 권리"나 '권리'로 손보며 '-의'를 덜어내면 딱 알맞습니다.

 

 ┌ 비밀결사의 대원들은

 └→ 비밀결사 대원들은

 

 이 보기글에서는 굳이 토씨 '-의'를 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그냥 "비밀결사 대원"이라고 하면 돼요. 그렇지만 이와 같은 말투를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또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서나 제대로 쓰지 않는 요즘 형편입니다. 그래서 얄궂게 토씨 '-의'를 붙이는 일이 그치지 않는구나 싶어요.

 

 둘레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할 때,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지요. 요즘 들어서 우리 말과 글이 많이 무너지고 흔들리면서 엉뚱하고 비뚤어진 말이 곳곳에서 쓰인다는 걱정소리를 자주 듣습니다만, 그 엉뚱하고 비뚤어진 말을 털어내거나 씻어내며 바로잡는 움직임은 잘 안 보입니다. 아무래도 걱정소리 내놓는 분들부터 우리 말을 깨끗하고 바르게 쓰려고 애쓰지 않아서이지 싶어요.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먹을거리나 덥석 쥐어서 먹을 수 없고, 아무 생각 없이 돈 많이 준다고 하는 일을 덥석 받아서 할 수 없습니다. 말도 그래요. 그러나 지금 세상은 먹을거리든 일감이든 놀이감이든, 또 말과 글이든,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거나 좇아가며 우리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느낍니다.

 

 

ㄴ. 복수의 날

 

.. 오늘은 복수의 날이야 ..  《니노미야 토모코/서수진 옮김-노다메 칸타빌레 (12)》(대원씨아이,2005) 34쪽

 

 '복수(復讐)'는 우리 말로 '앙갚음'입니다. 때에 따라서 '되갚다'나 '갚다'를 넣어서 우리가 품은 뜻을 나타낼 수 있어요.

 

 ┌ 복수의 날이야

 │

 │(1)→ 복수하는 날이야

 │(2)→ 앙갚음하는 날이야

 │(2)→ 되갚는 날이야

 │(2)→ 갚아 주는 날이야

 └ …

 

 한자말 '복수'도 널리 쓰는 말이라, 그대로 쓰고 싶다면 써야 합니다. 다만, '복수'라는 말을 그대로 쓰고 싶다면 (1)처럼 "복수하는 날이야"로 적어야 알맞아요.

 

 

ㄷ. 닮은꼴의 도깨비

 

.. 우리 나라 그림책은 이제부터 세계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데, 일본의 '오니'와 너무나 닮은꼴의 도깨비를 내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  《이상금-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사계절,1998) 224쪽

 

 '진출(進出)해야'는 '나아가야'나 '뻗어가야'로 다듬고, "일본의 오니"는 "일본 오니"나 "일본사람이 그린 오니"로 다듬어 줍니다.

 

 ┌ 너무나 닮은꼴의 도깨비를

 │

 │→ 너무나 닮은꼴인 도깨비를

 │→ 너무나 닮은꼴로 도깨비를

 │→ 너무나 닮은꼴 도깨비를

 │→ 너무나 닮은 도깨비를

 └ …

 

 사람마다 말씨와 말투가 달라서, 똑같은 이야기를 똑같은 낱말로 엮어 들려주어도 느낌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말씨와 말투뿐 아니라 낱말과 글월까지 다른 우리 나라와 이웃나라입니다. 아무리 똑같이 맞추려 한다고 할지라도, 이웃나라 말과 우리 나라 말을 나란히 놓기는 어렵습니다. 삶터와 사람과 생각이 다르거든요. 우리 말에는 우리 얼과 넋이 담기고, 이웃나라 말에는 이웃나라 얼과 넋이 담깁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말씨와 말투를 키우고, 이웃나라는 이웃나라 나름대로 이웃나라 말씨와 말투를 키웁니다.

 

 그래서 이웃나라 일본사람들이 'の'를 즐겨쓰고 자주 쓰며 일본말 맛과 냄새를 잔뜩 풍긴다고 한다면, 우리들 한국사람은 '-의'가 아닌 다른 토씨를 넣거나, 아예 '-의'를 털어내면서 우리 말 맛과 냄새를 솔솔 풍기면서 살아갑니다. 도깨비이든 톳제비이든 빗자루이건, "닮은꼴 도깨비"요 "닮은꼴인 톳재비"에다가 "닮은 빗자루"입니다.

 

 나라밖 말 문화에서 훌륭하거나 대단한 대목이 많이 느껴져서 여러모로 배우거나 따올 수 있습니다만, 우리들은 우리 스스로 우리 말 문화를 훌륭하거나 대단하게 자리잡거나 뿌리내리도록 가꾸거나 돌볼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몸을 튼튼하게 키우고, 우리 터전을 아름답게 돌보며, 우리 마음을 슬기롭게 다스릴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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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5 20:28ⓒ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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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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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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