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능력은 정부의 능력과 정비례
새 정부가 들어선지 어언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1년간을 돌이켜 보면 우리사회는 역대 어느 정권 때 보다도 격심한 사회적 혼란과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 사회 전 부문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첨예한 사회적 갈등은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현안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사회 전 부분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 혼란과 분열, 갈등은 공공부문의 인사정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찌 보면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혼란과 분열의 중심에는 무원칙하고 무분별하며, 능력보다는 오히려 정실에 바탕을 둔 공직인사의 실패가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과거와 달리 다양화게 표출되는 사회적인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안문제들을 능숙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공직인사가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태도, 상대방을 설득하는 소통능력과 함께 새로운 환경변화에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두루 갖춘 인재들을 공직의 적재적소에 배치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가는 인사를 하고 있는 현 정부의 인력운영 실패가 결국은 정부정책의 실패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보여 준 지난 1년간의 공직인사는 "대실패작"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예상된 인사 실패 - '강부자 고소영'인사
지난 1년간 되풀이되고 있는 공직인사 실패의 전조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이루어진 내각 구성에서부터 불거졌었다. 세간에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 "S라인 내각"이라는 용어로 회자되고 있는 현 정부 출범 내각의 특징은 능력보다는 최고 인사권자 및 주변인사와의 친소관계에 기반을 둔 인사였다는 점에서 정실인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시대의 논리에 갇혀 정보화시대, 세계화시대의 흐름이나 급변하는 환경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사를 정부의 핵심장관으로 임명했는가 하면, 특정대학이나 특정종교기관을 통해서 형성된 최고 인사권자나 주변 인사들과의 사적 관계성이 공직인선의 중요기준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정실인사가 구현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 출범초기에 나타난 이러한 정실인사의 폐해가 결국은 다른 공공기관의 인사로까지 전염되었는데, 최근에 불거진 국세청장의 인사로비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능력보다는 정실에 기반을 둔 현 정부의 공직인사 관행은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공무원의 사기를 현저히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공직을 로비의 대상으로 만들고 공직사회에 패거리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
또한 지금은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정실주의로 인한 "공직병폐"의 망령을 다시 흔들어 깨우는 주술사의 주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공직을 권력의 사유물로 인식하는 엽관제의 망령
현 정부 인사의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공직을 권력의 사유물로 인식하는 엽관제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엽관제의 전형은 현 정부 들어서 특히 공기업 인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미 한국농촌공사, 도로공사, 연금관리공단 등 30여개에 이르는 공기업 임원에 대한 인사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보다는 선대위나 인수위 관계자, 국회의원 공천탈락자들로 채워지고 있어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라는 인사원칙보다는 당에 대한 기여도나 최고 정책결정자에 대한 충성심이 중요한 인사기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사를 포함한 거의 모든 공직인사에 엽관제적 요소가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사운용 사례를 과거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과거정부와 다른 점은 공직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를 반복적으로 실시함에 있어서도 임명권자나 낙하산 폭탄 인사들 모두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찾아볼 수 없는 당당함과 대담성이 오히려 국민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다수 직원들에게도 깊은 좌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엽관제적 요소를 띠고 있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 심히 우려하는 이유는 엽관제적 임용의 무분별한 확산이 공공기관들로 하여금 목표달성이나 양질의 행정서비스 제공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인사권자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 경쟁만을 초래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기개발을 소홀히 하는 조직풍토를 조성하여 종국에는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와 국가경쟁력 추락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인사는 MB 맘대로?
현정부 인사정책의 세 번째 문제점은 엽관제적 요소가 확산되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지만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분권적이고 객관적이기보다는 초집권적이고 주관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관과 차관뿐만 아니라 공직의 핵심요직에 이르기까지도 최고인사권자와 주변인사의 입김이 작용을 하는 등 부서별 책임경영제와는 동떨어진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등 인사권의 집중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나마 공직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중앙인사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과 함께 사라짐으로써 공직인사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자체가 사라졌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인사위원회 폐지에 대한 명분을 유사, 중복기능의 폐지를 통한 공직인사의 효율성 제고에서 찾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직인사에 있어 정실주의와 엽관제적 요소를 도입하는데 있어 중앙인사위원회가 하나의 제도적 걸림돌로 작용한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초집권적이고 주관적인 인사시스템의 운용은 개별기관의 기능이나 업무성격에 부합되는 인물의 발탁과 임용에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부서의 인사권자가 소신과 책임을 갖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운영의 자율성을 심히 훼손시킨다는 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밖에도, 인사운용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요한 문제로 몇몇 부서 대한 "실세 차관"의 임용논란을 꼽을 수 있는 데, 실세 차관 거론이 해당부서에서의 일관된 공공정책 추진이 혼란에 빠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운영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인사운용의 기본조차 이해 못하는 무지의 소치라고 할 수 있다.
적절한 인사검증시스템 작동하지 않아
네 번째 문제점으로는 집권적이고 주관적인 인사시스템의 운영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으로, 공직인사에 대한 적절한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직자에 대한 객관적인 인사검증시스템의 부재는 공공부문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신뢰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신뢰까지도 훼손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주요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은 촌각을 다투어 속전속결로 추진하는 등 공직인사에 있어 역대에 보기 드문 속도전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에 주요 공직에 선임된 이후에 드러나는 공직자의 과거비리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속도전은 고사하고 모르쇠와 버티기, 변명으로 일관하는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 인사정책의 이중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인사검증시스템의 부재와 함께 공직인사에 있어 적용되고 있는 인사정책의 이중성은 공공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와 이해를 구하는 데 있어서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정책추진의 정당성 확보와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는 데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인사정책에 대한 비전 찾을 수 없어
마지막 문제점은 현 정부의 인사정책이 주로 단기적인 성과에만 급급하여 중․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인사정책에 대한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인사정책에 있어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단기적인 성과목표는 무엇보다도 공공부문의 인력감축이 그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현재 인력감축에 주안점을 둔 현 정부의 인사정책이 예기치 못한 장애요인을 만나 주춤거리고 있지만, 현재 행정이 수행해야 할 바람직한 업무나 기능, 사회구성원 간의 바람직한 역할분담 및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행정수요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과정 없이 추진되어져 왔던 인력감축 시도는 오히려 사회적인 혼란을 부추기고 더 나아가서는 공공정책을 표류하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하였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만을 낳았다.
공공기능에 대한 조정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단기간에 추진되는 공공부문의 인력감축 시도는 새로운 사회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공공정책 추진의 또 다른 장애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인력 감축 위주의 인사정책은 단견일 수밖에 없다.
인사원칙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 모색해야
지난 1년간 현 정부가 보여 준 인사정책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 실패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실패한 인사정책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인사원칙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의 모색이 불가피하다.
우선, 공공부문의 인사정책의 근간을 재설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빚고 있는 정실인사와 엽관제적 요소의 도입이 굳이 불가피하다면 그 이유와 구체적인 인사의 범위를 국민들의 이해와 양해를 구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사회적인 합의과정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이유는 공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신망이 그 만큼 크고 깊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분권화와 자율화로 대변되는 새로운 시대에 부합되는 인사운용시스템의 구축이 요구된다. 개별 부서의 인사권자에게 인력운영의 권한을 부여하되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행정서비스의 질과 성과에 따라 책임을 부과하고 인사권자와의 관계성보다는 담당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역량, 혜안을 기준으로 객관적인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공직인사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현 정부 출범과 더불어 사라진 중앙인사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재검토도 대안으로 생각해 봄직하다. 이밖에도 체계적인 공직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공부문의 인사에 대한 최고인사권자의 자제와 자기통제가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공공부문의 인사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 정부가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감축관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고 그 효과 또한 제한적이고 미미하다는 점에서 볼 때 공공부문의 인사정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
인력감축을 위주로 한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우선 공무원들이 국가적으로 당면한 행정수요나 행정 과제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직문화 조성에 인사정책의 목표를 두되,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의 행정수요와 미래의 행정수요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사회적 기능조정 과정을 거쳐 공공부문의 인력운용방향과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공부분의 인사정책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여연대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26 11:3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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