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중간 구체적인 재활 목표를 설정하라

외롭고 힘들었던 나의 재활기 6

등록 2009.03.01 14:45수정 2009.03.0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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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위해 KTX로 혼자여행을 했다 생활을 위해 서울에서 형서와 생활하는 집사람의 사무실에 예고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나타나  깜짝 놀래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위해 KTX로 혼자여행을 했다 생활을 위해 서울에서 형서와 생활하는 집사람의 사무실에 예고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나타나 깜짝 놀래켰다 ⓒ 서치식


 "도와주지 않는 게 저한테는 제일 큰 도움입니다!"... 도움을 단호히 거절하라.


그렇게 혼자 병원에 입원해 재활에 대한 의욕을 불태워 가는데, 으레 다른 환자들은 보호자가 옆에서 도와주게 되고 그런 보호자들이나 그들을 찾는 문병객들 눈에는 내가 굉장히 안쓰러워 보이는 모양이었다. 으레 나를 도와주려 했고, 나도 그들의 도움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가고 있었다. 재활에 몰두 하게 되면서 어느 날부터 인가 그들의 도움이 내게는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도움에 익숙해지다 보면 평생 남의 도움이나 받고 사는 존재가 되어버릴 거라는 생각을 하자 모골이 송연해졌다. 하지만 내게 호의를 가지고 도와주려는 그들의 도움을 거절하는 것 또한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의 도움을 정중히,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강력한 내 재활의지를 나타내며 내 자신의 의지도 북돋울 말을 찾기에 고심을 했다.

그 결과 찾아낸 말이 "도와주지 않으시는 게 제게는 제일 큰 도움입니다"란 말이었다. 그때부터 누가 날 도와주려 하면 그 말이 여지없이 튀어나왔고, 그러면 도와주려던 사람들도 내 의도를 알아채고는 전혀 어색하지 않게 도움의 손길을 거두게 되었다. 혼자 독자적으로 생활해 나가자 가끔씩 보게 되는 가족들과 친척들도 행여라도 날 좀 도와줄라치면 여지없이 그 말로 정중히 그러나 단호히 거절할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 내 주변에선 '저 친구는 도와주지 않는 게 정녕 저 친구를 돕는 거다'란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라

재활우들은 누구나 그렇듯 오랜 병원 생활 후 현실에 복귀하려면 생경함과 낯섦, 그리고 나만 사회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될 테고 내게도 가장 큰 장애요인이었다. 나를 제외한 현실의 일상은 변함없이 아무 일 없이 계속 되고 있었고, 그 귀퉁이에서 난 머뭇거리며 낯설어 해서 행여 집으로 날 찾는 이들을 대하는 게 힘들었다. 그런 나를 보다가 집사람은 엄마와 재회하여 빠르게 안정을 찾아 낯선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해 재롱잔치를 하게 된 형서의 재롱잔치에 평일인데도 퇴근해 일부러 병원으로 와 나를 데리고 참석했다. 재롱잔치에 가서 형서의 재기발랄한 재롱을 보면서 '아 저렇게 밝고 꾸밈없게 형서가 자라게 뒷받침 하려면 자꾸 뒤로 숨지 말고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그즈음 내가 사고 나기 오래전부터 풍을 앓아 오시던 당숙모 한분이 돌아가셨다. 그 소식을 내게 전화로 전하시는 어머님은 '너는 불편하니까 올 건 없고 에미나 시간되면 왔다가 가라고 해라'하셨다. 그랬다 나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벌써 우리집안에서부터 나는 불편한 사람이라 이런저런 행사에 자연스레 멀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걸 느끼자 바로 실행에 옮겼다. 직장 일에 바쁜 집사람을 제쳐두고 나 혼자 운전을 하여 당숙모님 장례식장을 찾았고, 으레 오지 않을 줄로 여기고 있던 집안 식구들은 나의 출현을 모두들 반가워 하셨고, 상주인 집안 형은 날 안고 대성통곡을 하였다. 그 후로 집안일만 있으면 내가 앞장을 서게 되고 집안 식구들도 나의 참석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


내가 중학교 시절 술을 많이 드셔서 간경화로 복수가 차서 생명이 위독한 지경에 이르셨다가  음식조절과 지독한 자기관리로 지금껏 건강하셔서 누구도 힘들다는 금강혼의 요건을 갖추셔서 2007년 외삼촌이 금강혼을 맞으시게 되고, 난 언제나처럼 그 축복된 자리에 참석했다. 소아마비로 선천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외사촌형덕에 가슴앓이를 많이 하신 외삼촌이 맞으시는 금강혼 자리라 내게는 더욱 감회가 새로운 자리였다. 그 금강혼 연회를 마치고 우리집안 식구들이 작별을 위해 나오게 되고 나도 내 신발을 신으려고 현관에 내려서자 외삼촌이 내가 신발 신는 것을 도와주려 했고, 그때도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저는 안도와 주는게 절 도와주는 거에요"하자 긴 투병 생활로 인고의 시간을 보낸 경험을 가지신 외삼촌은 "그래 네 말이 맞다. 넌 차라리 도와주지 않는게 도와주는거다. 애가 길을 제대로 찾고 가는구나. 더 이상 네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다" 하셨다.

재활의 단계마다 구체적,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라


재활을 하다보면 조금씩조금씩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게 된다. 많은 재활우들이 재활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도 회복이 너무 느린 것에 대한 피로감이 제일 큰 이유 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선 시간을 정해놓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목표를 설정해 놓으면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재활에 임하게 되더란 것이다. 가령 2007년 추석에는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성묘길에 따라나서 형들 둘이 거의 양쪽에서 끌다시피 끌고 갔다. 그러면 그게 내 재활의 중간 목표로 설정되고 2008년 추석엔 등산용 스틱 하나 정도로 성묘길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글을 쓰는 즈음엔 2008년 12월에는 주말부부로 서울에서 생활하는 집사람과 형서덕에 서울에서 있은 형서의 재롱잔치에 아버님을 내 차로 모시고 다녀 오기도 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 역삼동에 위치한 집사람의 직장에 연락없이 나타나 놀래키기도 하였다.

올봄 마라톤 완주를 위해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나의 첫 시작은 "난 도와주지 않는게 도와주는 겁니다"란 말을 할 수 있었던 용기였다.
#재활의 구체적 목표 #도움을 거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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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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