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가 주체가 되는 바람직한 한국교회상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에서 엮은 〈평신도, 성전을 헐다〉

등록 2009.03.02 14:48수정 2009.03.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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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의 〈평신도, 성전을 헐다〉

책겉그림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의 〈평신도, 성전을 헐다〉 ⓒ 한울

▲ 책겉그림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의 〈평신도, 성전을 헐다〉 ⓒ 한울

교회는 건물이나 제도가 아니다. 하나님을 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물론 그런 모임을 위해서는 건물이 필요하고 제도도 필요하다. 그런데도 자칫 사람보다도 건물이나 제도를 더 우위에 두는 일로 현대판 교회들이 말썽이다.

 

예배를 드리는 건물을 보통 예배당이라고 칭한다. 구약시대에는 짐승의 피를 잡아 드렸기에 특별한 장소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오늘날엔 가정집이나 학교 강당, 임대한 건물이나 매입하여 지은 건물 등, 모든 곳에서 얼마든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릴 수 있다.

 

그런데도 예배당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것은 예배당을 성전으로 인식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성전이란 구약시대 솔로몬 성전을 일컫는 것으로서, 오직 그곳 밖에 없었다. 오늘날 예배당을 성전으로 인식하는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세운 특별한 교회에만 하나님께서 임재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교회의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종교개혁이후 개신교는 만인제사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교회들은 목회자와 평신도를 구분하는 옛 전통을 따르고 있다. 그 전통으로부터 목사, 장로, 권사, 집사, 평신도라는 순열을 내세우고 있고, 그것을 서열이나 계급으로 인식하곤 한다.

 

정의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에서 엮은 〈평신도, 성전을 헐다〉도 그와 같은 한국개신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바르게 나가야 교회상도 제시하고 있다. 여태껏 한국개신교는 목회자와 평신도를 구별해 왔다. 목회자는 성직을 맡은 자로서 교회 내 예배 순서는 물론이요, 재정까지도 맘껏 주관해 왔다. 그에 반해 평신도는 세속적인 일을 하는 자이기에 성직자의 의견이 옳든 옳지 않든 무조건 따라 왔다.

 

더욱이 평신도를 대표하는 사람이면서도, 목회자와 함께 성직으로 존중받고 있는 장로 역시 교회 내 권한이 막대했다. 그로 인해 목회자와 장로로 구성된 '당회제도'는 한국교회의 계급화와 서열화를 촉진시켜 왔으며, 목회자의 세상 불합리한 일에 장로가 바른 소리를 못할 경우 공동체를 위한 교회가 아닌 개인의 사당으로 전락시켜 온 게 사실이다.

  

"교회는 세상을 위해 자기 자신을 종으로 내어주는 공동체지 자기 자신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집단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제도주의적 교회들은 자신의 확장을 자기목적으로 삼고 있다. 제도교회 안에 돈과 권력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관리하기 위해 교회 안에 제도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은 결속력이 강한데, 그 결속의 동기는 자기중심주의에 있다."(316쪽)

 

오늘날의 교회가 목회자 개인의 사당이나 소수 당회 중심의 교회로 전락하는 이유는 분명코 자기중심주의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교회 내 제도주의로 인한 몇 몇 중심부의 이해타산 때문이다. 그것을 해체할 뿐만 아니라, 평신도들이 목회자의 의견에 반강제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길이 과연 있을까?

 

이 책에서는 그 해법을 남미의 기초교회 공동체들과 헝가리의 보코르 공동체 등에서 찾고 있다. 이는 형제자매의 공동체적인 유대를 강조하는 소종파주의의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그곳의 교회들은 단지 백 명이나 천명의 숫자를 채우려는 교회와는 달리 10~13명 안팎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로에 대한 우정과 깊은 사귐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욱이 공동체의 지도자를 비롯해 구성원 모두가 재정적으로 독립해 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교회가 겪는 목회자의 월급이나 예배당 건축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점들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와 장로를 중심으로 운영해 나가는 제도 중심의 교회와는 달리 평신도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공동체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교회상 가운데 하나이지 않겠나 싶다.

2009.03.02 14:48ⓒ 2009 OhmyNews

평신도, 성전을 헐다 - 2001-2008 평신도 아카데미 강의 모음집

기독인연대 지음,
시인사(한울), 2009


#평신도 성전 헐다 #이상적인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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