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과 최고위원들도 '이 정도면 됐다'는 평가다. 협상 초반 '일괄 직권상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이상득 의원은 의총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합의는) 여야 지도부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 지도부의 의향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장이 미디어 관련법을 직권상정 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아쉽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아쉬울 것이 없다"고 말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사전에 박희태 대표에게 '추인' 의사를 밝힌 최고위원들도 "미디어 관련법의 경우, 처리 기간과 방법이 확실히 적시됐으니 이 정도면 윈-윈"(공성진 최고위원), "여야가 충돌없이 원만하게 해결해 다행"(송광호 최고위원)이라고 합의결과를 평가했다.
민주당은 시간은 벌었지만, 명분은 잃었다. 합의문에 서명을 한 이상 6월 임시국회에서는 '결사 반대'를 외쳤던 미디어 관련 4법을 표결 처리해야 한다. 한나라당에 발목이 잡힌 꼴이다.
사회적 논의기구의 여론수렴 결과에 따라 법안의 핵심내용이 바뀔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내에서부터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 처리할 거였으면 뭐하러 처음부터 반대했느냐'는 비난이 나올 태세다.
모양새도 좋지 않다. 애초 처리시한과 방법을 못박아달라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김 의장이 직권상정 의사를 밝히자 마지못해 자세를 낮추고 들어간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문방위원들이 합의안에 고개를 내젓고 있다. 최문순 의원은 "방송법의 표결처리 시한이 정해졌는데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논의를 제대로 하겠느냐"며 "결국 지도부가 국회의장한테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도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에 또 (물리적으로) 여야가 충돌할 경우,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극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은 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게다가 한나라당이 밤샘농성까지 하면서 저렇게 (일괄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등) 일방적으로 나오는데 우리까지 맞부닥치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말했다.
"잘못된 합의... 그러나 추인은 지도부에 일임"
민주당은 이날 합의안이 발표된 직후인 오후 6시 40분부터 의총을 시작해 합의안을 놓고 1차로 밤 10시까지 토론을 벌였다. 전체 82명 의원중 80명 가까이 참여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41명의 의원이 발언했는데, 반대의견과 불만을 표출한 의원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합의안 추인문제는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의원은 "발언자 중에 합의내용에 찬성을 표한 의원은 1명도 없었다"면서 "방송법 등 미디어관련법의 처리시한을 6월로 정한 것에 대해 비판이 집중됐고, 지난 1월 6일 합의안에는 없는 부분이 들어갔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방송법 등 미디어관련법안 소관 상임위인 문방위 의원들은 물론이고 온건파로 꼽혀온 김성순·이시종 의원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회의중 잠깐 밖으로 나온 이시종 의원은 "표결처리라는 점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으며, 박지원 의원은 "회의에서 굴욕적이지만 미래를 위해 추인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혜영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MB악법을 통째로 날치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일부에서는 합의안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으나, 중진들이 "지금은 단합해야 할 때"라고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은 특히 김형오 국회의장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이 내놓은 중재안을 뒤집고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국회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10시 30분경부터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으며, 본회의에는 원내대표단만 참여하기로 했다.
2009.03.02 21:06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한나라 "야당 6월에 또 떼쓰면 어쩌나" 민주당 "처리시한 못박아 발목 잡혔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