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도 영화(榮華)의 시대는 있었다

5백 원의 힘, 1천 원의 위력

등록 2009.03.04 16:48수정 2009.03.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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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막역한 선배님이 사 주셨습니다. 평소 단골로 가는 보문산의 입구에 위치한 보리밥 전문식당으로 갔습니다.

 

건강에도 좋은 웰빙 식단인 보리밥은 한 그릇에 고작 3천 원입니다. 그러함에 언제 가도 그렇게 손님들이 시글시글하지요.

 

보리밥을 먹는데 옆자리의 여자 손님 둘이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여 "형, 우리도 막걸리 한 잔씩 합시다"라고 어필을 했지요.

 

"그러지 뭐, 아줌마~!"

 

통에 든 막걸리를 나눠먹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야기의 주제는 막걸리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우리가 작년에 갔던 역전시장 안의 염가(廉價) 식당은 지금도 있냐? 왜 그 1천 원의 국밥과 역시도 1천 원에 한 사발이나 주는 막걸리 집 말야."

 

"아무렴요, 불과 얼마 전에도 저 혼자 가서 사 먹었는 걸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고물가의 시대라곤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보면 지금도 염가의 음식점들은 많습니다.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우후죽순으로 생긴 것이 한 줄에 1천원인 김밥집입니다.

 

하지만 물가의 폭등으로 말미암아 그러한 김밥도 1천 5백 원으로 인상된 지가 '옛날'이죠.

근데 이상한 건 그처럼 가격이 '50%'나 오르고 보니 예전과는 달리 발길이 잘 안 가게 되더라는 사실입니다.

 

개 눈엔 뭣만 보인다지만 하여간 평소에 빈궁히 살다 보니 값이 싸고 양은 푸짐하게 주는 집(식당)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위에서 선배님과의 대화에 등장하는 역전시장 안의

염가식당 외에도 이따금 '재수가 좋으면' 반짝 벼룩시장처럼 두 줄에 고작 1천 원인 김밥을 파는 할머니가 홍명상가 바로 곁에 나타나시곤 하지요.

 

그럼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금세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어묵 국물은 공짜로 주는데 그 김밥을 먹노라면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여간 감사한 게 아님은 물론입니다!

 

아울러 정말이지 어느새 1천 원에서 1천 5백 원으로 올라 아예 붙박이로 있는 거개 김밥집과 견주어 보게도 되는 것입니다. 또한 그야말로 5백 원의 힘과 1천 원의 위력까지를 여실히 천착하게 됩니다.

 

과거에 소년가장으로 행상을 했던 천안 시외버스 공용정류장의 모습입니다.
- 천안시청 자료집 참고 -
과거에소년가장으로 행상을 했던 천안 시외버스 공용정류장의 모습입니다. - 천안시청 자료집 참고 -홍경석
▲ 과거에 소년가장으로 행상을 했던 천안 시외버스 공용정류장의 모습입니다. - 천안시청 자료집 참고 - ⓒ 홍경석

 

지금이야 5백 원이 별 거 아니란 사관이겠지만 제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소년가장이었을 적의 5백 원은 참 큰돈이었습니다!

 

왜냐면 당시에 5백 원으로는 널찍한 대접에 가득 쌓인 잔치국수를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었던 때문이죠. 비닐우산도 5백 원을 받고 팔았는데 그 이문은 2백 원이나 되어 제 신산한 삶에 커다란 우군이 되었고요.

 

이제는 시나브로 얼추 천덕꾸러기가 된 모양새가 바로 5백 원과 1천 원의 위상입니다. 하지만 과거엔 그들에게도 참 폼 내고 거들먹거리던 영화(榮華)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2009.03.04 16:48ⓒ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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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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