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로또 사이트
로또를 산 날이 수요일인데, 토요일 추첨 때까지 3일간 마음은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나도 모르게 당당했습니다. 속으로는 '내가 로또에 당첨만 되면 너희들 다 죽었어' 하는 마음으로 일했습니다.
로또를 사서 당첨된 사람은 조상님 꿈이나 돼지꿈을 꾸었다던데, 저는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아내에게 로또를 샀다는 말을 안 했기 때문에 당첨되면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놀래주고 싶었습니다.
토요일 로또 추첨한다는 것을 모르고 일요일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로또 산 것이 생각나 인터넷으로 번호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1등은 당첨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1장이 번호 3개가 맞아 6등에 당첨되었습니다. 당첨금이 5천원입니다. 20~30억의 당첨금으로 인생 역전을 바라던 제 꿈은 한여름밤의 꿈이었습니다.
3일간 당당했던 마음도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와 회사에 나가서도 다시 해고와 실직의 공포를 안고 일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이 말씀하시던 확률을 믿고 로또를 사지 말았어야 했는데, 잠시 일확천금의 망상에 사로 잡혀 살았습니다. 가슴 한구석에 올해 대학에 들어간 큰 딸의 등록금 부담이 있어 저도 모르게 로또명당으로 발걸음이 옮겨진 듯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본 로또복권은 제게 잠시 동안의 행복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행복의 대가로 지불한 1만5천원이라는 돈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서민들이 로또복권을 통해 이런 행복이라도 느끼지 못한다면 무슨 낙으로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역전은 아니더라도 로또를 구입한 후 당첨일을 기다리는 동안만이라도 서민들의 마음은 모두 부자고 행복한 재벌로 살 것입니다.
저 혼자만의 로또광풍은 결국 허망으로 끝났고, 다시는 허망을 꿈꾸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Daum)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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