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진짜 많군요담배꽁초만 버리니까 아쉬웠나봐요, 담배갑까지 추가했군요
김선영
그때그때 환경미화원들이 청소를 하니까 그렇지, 길거리에서도 담배꽁초를 발견하기란 아주 쉬운 일입니다. 번화가에서는 쉼터에서 멀쩡하게 생긴 20대 여자들이 서거나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것도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한 방법이라면 "그래요, 좋습니다"라고 합시다.. 문제는 아무데나 버리는 데 있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지적이고 점잖게 생긴 한 20대 여성이 골목에서 나오는데 입에 담배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발견하더니 조금 무안한지 담배를 길바닥에다 침 뱉듯이 툭 하고 버립니다. 까무러칠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이런 고약한 경우가 어디에 있습니까.
의무경찰 세 명이 조를 이루어 순찰을 도는 것을 볼 때가 있는데, 그 고생하는 분들에게 담배꽁초 투기 단속의 힘을 실어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아니, 차라리 환경미화원들에게 담배꽁초 투기 단속의 권리를 주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세수(稅收)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나는 어떻습니까? 담배를 안 피웁니까? 어제 신문 연재소설 건으로 만났던 지역신문 편집국장님이 물으시더군요.
"담배 안 피우세요?"
"예, 안 피웁니다."
"원래 안 피우셨어요?"
"아뇨. 상고 졸업하고 직장 다닐 때나, 직장 그만 두고 대학 다닐 때는 정말 골초였습니다."
"글 쓰시는 데 담배 피우지 않으면 답답하지 않으세요?"
"글쎄요, 담배 피우는 건 사실 글 쓸 때 피우는 맛보다 10분간 휴식할 때 피우는 게 더 맛있지요. 글 한참 쓰다가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커피 마시고 그랬는데, 그것도 담배가 떨어지면 담배 사러 가기가 귀찮아지니까 좀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담배값이 훌쩍 오른 뒤로 담배 사기가 버거워졌구요. 그래서 담배를 아껴 피우기 시작했죠. 10분간 휴식 때도 커피만 마시고, 밥 먹은 뒤에 한 개비, 화장실 가서 한 개비, 뭐 이렇게 피웠죠."
"그러다가 완전히 끊으신 거예요?"
"하여간 날이 갈수록 가난해지니까, 피울 담배 살 돈이라는 게 어디 있어야지요. 어쩌다 술자리에서 담배 좋아하는 아무개라는 사람이 두 갑 사와서 한 갑씩을 주고 하니까, 집에 가서도 그게 눈에 띄어서 이따금 피우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그 사람이 사업장을 서울로 옮기고 나서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니까, 쌀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나한테 담배 산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 되어버렸지요.
생각해 보세요. 담배가 없는데 담배 사러 가기 귀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담배 살 돈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돈의 여유가 있을 때까지는 담배를 안 피우게 되는 거지요. 그런데 단골 실내포장마차 외상값을 몇 년 동안 못 갚을 정도로 돈의 여유가 장기간 생기지 않다 보니까 담배와는 아예 상면조차 하지 못했지요.
모든 게 버릇이잖아요. 풍습이라는 것도 그렇고, 이 닦는 것도 그렇고, 목욕하는 것도 그렇고, 청소하는 것도 그렇고, 술 마시는 것도 그렇고, 담배 피우는 것도 그렇지요. 해 버릇하면 저절로 하게 되는 거고, 안 해 버릇하면 저절로 안 하게 되는 거지요. 그렇게 담배 사는 것과 담배 피우는 일을 하지 않을 버릇하니까, 어쩌다 돈에 여유가 좀 생겨도 담배 사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하하."
"듣고 보니 그렇네요."
어떻습니까? 담배 끊기 너무 쉽지 않습니까? 이참에 <오마이뉴스> 독자 분들 중에 흡연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올려야겠어요. 담배 끊기 어려우세요? 저처럼 가난해져 보세요. 5000원이 있으면 배가 고픈데 밥을 사 먹어야지 담배 두 갑을 사 먹겠습니까? 담배 살 재주가 없으면 담배 피울 재주도 없어진답니다. 아셨죠? 담배 끊기가 세상 일 중에 제일 쉬운 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