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그래도 봐야 하지 않을까?

교육은 이념이 아니다

등록 2009.03.08 10:39수정 2009.03.0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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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투성이 일제고사

 

일명 일제고사, 전국단위의 학력평가가 각종 잡음을 발생시키면서 전국에서 일시에 시행되었다. 문제 자체가 잘못된 경우, 체육특기생이나 연예인 등을 배제한 경우, 점수를 누락하거나 오기한 경우, 해당 교육감이 점수 집계에 개입된 경우 및 이를 반대하였거나 학생들에게 이 시험의 선택권을 설명한 교사 등을 징계한 각종 문제와 논란을 만들었다.

 

이러한 것들이 야기되면서 MB식의 밀어붙이기 식의 졸속 추진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과 많은 예산이 소요되며 학교 서열화 등을 통하여 불필요한 비용과 경쟁 등을 야기하고 또 다른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것은 아닌가하는 비판 여론이 높다. 특히, 일제고사 결과의 발표 후 대체적으로 사교육이 활성화된 지역일수록 점수가 높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독을 깰까?

 

물론, 지금의 일제고사는 이러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안병만 장관도 이러한 것들을 일부 인정하였으며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향후 계획을 다소 늦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제고사가 폐지된다거나 혹은 기존의 방식인 일부 만을 대상으로한 평가가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다.

 

① 시험은 줄세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시험이라는 것 자체가 학습자의 현재 상태가 어떠한가를 가늠해보는 것이 1차 목적이다. 일제고사 또한, 이것이 우선이며, 이를 통하여 인재 만이 자원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또한 정부 정책의 수립을 위해 정확한 통계 자료가 있어야 함도 마땅한 것이고 각 지역별, 학교별 불균형한 교육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필요성도 있다. 또한 성적이 일정수준 이하라는 것 또한 학습자가 부족한 것도 이유겠지만, 교습자의 교수법이 문제일 수도 있고, 교과 내용 및 교육 인프라의 문제일 수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식의 교육에서나 그 반대편이 이상적이라 말하는 핀란드식 교육에서나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경쟁'이다. 신자유주의식 교육에서는 남과의 경쟁이고, 핀란드식 교육에서도 또한 나와의 경쟁이다. 이 둘 중 어떤 것이 바람직한가는 가치관의 문제일 뿐, 어떤 상황이든 자기 자신을 계발해야 하며, 자기 자신을 발전시켜야만 하는 게 교육의 기본 목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함은 당연하다. 즉, 남과의 유혈 경쟁을 경계하여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남과의 비교 심리와 위기에 대한 경계 심리 등을 이용한 감정적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② 학생, 교사 모두를 되돌아 봐야 한다.

당국의 정책 입안자에게 모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표본조사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위치가 어떠한지도 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일선 교사들도 자신들의 교수법이 적당한지도 알 수 있는 가늠쇠 역할 - 물론, 교사 연수 등을 통한 교사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는 하지만, 교사의 존재 이유는 교사의 능력이 아닌 학생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 을  상당 부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③ 왜? 고등교육까지 연결시키지 못하는가?

게다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대한민국의 만 15세에 대한 평가는 세계 수위다. 하지만, 이러한 학생의 역량이 고등교육까지 연속되지 않고 있고, 이를 위해 BK21을 11년째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나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이를 위해선,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며, 표본조사가 아닌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사교육과 결부시켜?

 

일제고사 때문에 사교육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일제고사를 치르기 전이나 치른 후나 사교육 자체가 더 늘어났다는 증거는 없다. 그것과 상관없이 사교육비의 지출은 지역별 편차가 크며 소득별 편차가 크다.

 

또한 경제난이 심화되는 지금, 폐업하는 학원이 늘어나고 있음과 각종 학습지 매출 하락 등으로 보아, 결코 일제고사와 사교육 활성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 뿐아니라, 일제고사 잘 보자고 학원 보내기에는 그것이 주는 열매는 너무 작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지역에 자기 자식을 보내고자 하여 이에 따른 지역적인 쏠림 현상은 존재하겠지만, 이는 이미 노출된 사실이라 사회문제화될 만큼의 편중되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

 

이것만은 지키자 - 남보다 뛰어난 내가 아닌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위해

 

다만, 단순 지식을 묻는 평가가 아닌, 학생 스스로 교육에 대한 만족감과 그리고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창의성이 배가 되었는가 하는 점 등도 함께 고려되어, 앞으로 심하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또 일제고사에서 나타난 차이가 다른 사회적 편견으로 자리잡지 않도록 이를 비판한 시민사회 단체나 언론들이 충분히 감시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새롭게 해줘야만 할 것이다.

 

또한, 일제고사와 관련된 법적 근거의 확립과 시행에 있어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 자료의 활용 방안 등을 각 주체 간 토론과 협의를 통해 좀 더 구체화시키고, 정책의 효과 등을 엄밀히 연구하고 발전시켜, 사교육과 견주어 유의미한 공교육의 위상을 갖게 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제고사가 되기를 기대한다.

2009.03.08 10:39ⓒ 2009 OhmyNews
#일제고사 #교육 #문제 #학생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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