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3일 오후 2시]
4.29 재보선에서 '전주 덕진' 출마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마침내 출마를 결정했다.
정 전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13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면서 "정치적 모태인 전주 덕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또 "주변 인사들의 조언을 들은 끝에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며 "나는 정치인이고, 물고기가 물속에 사는 것처럼 정치인은 현장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재보선 전략에 차질 빚을 것"
정 전 장관이 출마를 결정함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와 당내 386세력 중 일부가 정 전 장관의 출마를 강하게 반대해 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당내 '반발 기류'를 잘 알고 있는 정 전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비판을 잘 알고 있으며, 그 같은 비판을 달게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이 공천에서 나를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동영이 당에 들어가면 민주당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해 당내 반발 기류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정 전 장관이 출마하게 되면 당장 재보선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정 전 의장이 출마하게 되면 재보선이 '2007년 대선' 프레임에 갇히게 되고, 영남권의 결집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전주 덕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예비후보자도 "정 전 장관이 지역여론을 들먹이는데, 실제로 돌아보면 전주 덕진에 출마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호락호락하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 전 장관이 물고기가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했는데, 물고기도 물고기 나름 아니냐"면서 "바닷고기는 바다에서 놀아야지 민물에서 놀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꼬집었다.
정동영계 "오히려 선거에 좋은 영향 미칠 것"
그러나 비판론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최규식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이 유권자들의 뜻을 존중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에서 정 전 장관의 압승이 예상되는만큼 당연히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전 장관 출마로 인한 '재보선 전략 차질' 주장에 대해 최 의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또 "지금 당이 활력을 잃고 답보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정권교체 가능성이 없는 불임정당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5% 이상 지지율이 나오는 정동영 전 장관이 당에 들어오면 오히려 선거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당내에 정치적 이해 때문에 정동영 배제론을 펴는 일부 인사들이 있다"면서 "당의 대선후보를 지낸 사람에게 '개혁공천' 한다며 하루 아침에 반대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비판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 "모두 힘 합쳐야"... 한나라, "많이 듣던 이름" 평가절하
당 지도부는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당혹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일단 '화합'을 주문하고 나섰다. '정동영 출마'로 인해 내홍을 겪는 것으로 외부에 비쳐지면 재보선에서도 이로울 게 없다는 계산에서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금 당이 다 어렵다고 한다, 5.31 지방선거 이후 지지율이 잘 오르지 않아서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고, 수년동안 속앓이를 하고 있다"면서 "모두가 당을 살리는 데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지금"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정동영 출마 선언에 대해) 당 대표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되는가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당에 책임있는 모든 분들에게 선당 후사의 원칙이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섰다. 이어 정 대표는 "어제(12일) 최종 구성된 '4.29 재보선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사무총장)'를 통해 정 전 장관의 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정 전 장관의 출마를 '올드보이의 귀환' 쯤으로 의도적으로 평가 절하하는 느낌이다.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구두논평을 통해 "많이 듣던 이름인데 또 다시 그 이름을 들어도 별로 새로운 느낌이 안 든다"고 말했다.
2009.03.13 09:3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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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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