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를 뚫고 자란 초물 ‘갓’은 “보약”

산행 후, 막걸리와 어울린 갓김치는 최고

등록 2009.03.13 14:54수정 2009.03.13 14:5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여수시 돌산도 향일암 아래 임포 마을 풍경.

여수시 돌산도 향일암 아래 임포 마을 풍경. ⓒ 임현철

여수시 돌산도 향일암 아래 임포 마을 풍경. ⓒ 임현철

 

"갓 사세요, 갓 사세요."

 

아무것도 모른 채, 이 말만 들으면 그럴 겁니다.

 

"때가 어느 땐데 갓을 사라 하지?"

 

허나, 갓도 종류가 있지요. '머리에 쓰는' 갓과 '먹을거리' 갓입니다. 쓰는 '갓'이 힘과 체면을 상징한다면, 먹을거리 '갓'은 노동과 땀을 상징하지요.

 

잠시 딴 데로 샜습니다. 여수시 돌산도 죽포 봉황산 초입에서 잠시 갓을 수확하는 아낙들을 만났습니다.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더군요.

 

"요즘 갓 시세 좋아요."

"왜 물어? 밭에서 팔 때는 양이 많아 한 단에 2~3천원 해."

 

"갓은 언제가 가장 맛있어요?"

"항상 맛있지. 특히 겨울 추위를 뚫고 나온 초물 갓을 최고로 쳐. 어떤 야채든 초물은 땅 기운을 제대로 받아 말 그대로 '보약'이지, 보약."

 

a  여수시 돌산도 죽포 승월마을에서 갓 수확 중이던 아낙, "봄 초물 갓은 보약이여" 합니다.

여수시 돌산도 죽포 승월마을에서 갓 수확 중이던 아낙, "봄 초물 갓은 보약이여" 합니다. ⓒ 임현철

여수시 돌산도 죽포 승월마을에서 갓 수확 중이던 아낙, "봄 초물 갓은 보약이여" 합니다. ⓒ 임현철

a  보약이라는 초물 갓으로 담은 돌산 갓김치.

보약이라는 초물 갓으로 담은 돌산 갓김치. ⓒ 임현철

보약이라는 초물 갓으로 담은 돌산 갓김치. ⓒ 임현철

 

차가운 바닷바람 맞고 자란 '봄 갓'이 최고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에서 갓을 재배하는 농가는 1,237가구로 이중 돌산갓은 1,079 농가가 재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돌산갓 수확량 30,108t이며, 이중 1만t이 김치로 가공되어 판매되었지요. 생갓 12,000t은 서울ㆍ부산 등지로 팔리고, 여수시 자체 소비 5천t, 자가 소비가 3,108톤 정돕니다.

 

정운섭 종자기술사는 "갓은 출하 양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하다."며 "지난해는 ㎏당 200원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타격이 많았지만, 매년 갓 평균 가격은 ㎏당 450원 정도로 보면 된다."고 전합니다.

 

그는 "올해 봄 갓은 1㎏에 8~9백 원 선이다."며 "갓 재배 농가는 2007년에는 1평당 1만원 수입을 올려, 1000평을 재배하는 농가는 1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었다."고 합니다. 정운섭 종자기술사는 '봄 초물 갓'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봄 갓은 지난해 11월 파종해, 11월부터 3월까지 약 150일 동안 겨울을 지나, 깊은 맛이 나고 저장성과 영양성이 뛰어나다. 이에 비해 가을 갓은 40~50일 정도 키워 출하하는 탓에 맛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저온성 채소인 갓이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면서 미네랄 성분까지 포함되어 봄 갓을 알아준다."

 

a  돌산 갓김치는 돌산에서 '대박 효자' 상품입니다.

돌산 갓김치는 돌산에서 '대박 효자' 상품입니다. ⓒ 임현철

돌산 갓김치는 돌산에서 '대박 효자' 상품입니다. ⓒ 임현철

 

산행 후, 막걸리와 어울린 명품 '돌산 갓김치'가 최고

 

각설하고, 봉황산ㆍ금오산ㆍ향일암을 거쳐, 임포 마을로 나왔습니다. 길 양쪽에서 돌산갓김치를 현장에서 직접 만들며 팔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명품 돌산 갓김치 사세요, 갓김치 사세요. 돌산 갓김치 사세요."

 

귀가 솔깃합니다. 보고 있자니 체면 없이 침이 꼴딱꼴딱 넘어갑니다. 평균 2.5㎏에 1만원입니다. 산행 후라 목이 마릅니다. 산행에서 먹을거리가 빠지면 재미없지요. 막걸리 한 사발에 갓김치 얹어 먹으면 바랄 게 없지요. 한 집을 택해 들어갑니다.

 

여수 개도 막걸리와 굴 구이를 시키니 갓김치가 따라 나옵니다. 돌산 향일암 아래에는 요런 재미가 있지요. 갓김치를 오물오물 씹어 삼킵니다. '어' 탄성이 절로 납니다.

 

최명락 교수(전남대)는 '돌산 갓' 맛이 좋은 이유에 대해 "돌산 갓은 시니그린(톡 쏘는 맛)과 이걸 분해하는 효소 함량이 많아, 독특한 향과 톡 쏘는 맛이 특이해, 부드럽고 감칠 맛이 난다."며 "수년 간 에 걸친 연구 결과 암 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합니다.

 

막걸리 한 사발과 굴 구이, 갓김치를 먹고 나니 잠시 잊었던 산행 피로가 몰려듭니다.

 

a  산행 후 막걸리 한 사발은 꿀맛이지요. 요, '개도 막걸리'는 뒷골이 안아파 그만입니다. "캬~"

산행 후 막걸리 한 사발은 꿀맛이지요. 요, '개도 막걸리'는 뒷골이 안아파 그만입니다. "캬~" ⓒ 임현철

산행 후 막걸리 한 사발은 꿀맛이지요. 요, '개도 막걸리'는 뒷골이 안아파 그만입니다. "캬~" ⓒ 임현철

a  개도 막걸리, 굴 구이, 갓김치 궁합이 끝내주더군요.

개도 막걸리, 굴 구이, 갓김치 궁합이 끝내주더군요. ⓒ 임현철

개도 막걸리, 굴 구이, 갓김치 궁합이 끝내주더군요. ⓒ 임현철

 

a  명품 돌산 갓김치 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명품 돌산 갓김치 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 임현철

명품 돌산 갓김치 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9.03.13 14:54ⓒ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돌산 갓김치 #막걸리 #산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4. 4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