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은 어느 누구도 시시비비를 하지 못하며 각자 주어진 몫만큼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고통의 길이며 좀 더 가볍게 가고 하는 평화의 길이기도 하다.
박철
인생길, 사랑의 길, 부부의 길, 부모의 길, 희생의 길, 신앙인이 추구하는 십자가의 길과 진리이며 생명이신 창조주의 길 그리고 머무름이 없는 수행자의 길이 있다. 그러고 보면 길의 또 다른 의미는 뭇 생명의 인도(仁道)함이며 살아 갈 생명을 위한 삶의 선구자이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은 늘 길 위에 서 계신다. 부처님의 일생도 길에서 태어나 길을 걷다가 길 위에서 열반에 드신다. 길은 떠남과 버림으로 곧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임을 길 위의 삶을 통해 보여주신다. 그 길은 어느 누구도 시시비비를 하지 못하며 각자 주어진 몫만큼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고통의 길이며 좀 더 가볍게 가고 하는 평화의 길이기도 하다.
목적지를 향하여 가는 길은 다양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이동 방법은 우주로 나르는 로켓에만 있지 않다. 자박 자박 한걸음씩 걸어내는 걷기는 때론 하늘로, 때론 바다 속으로, 때론 깊은 산중으로 나를 인도하니 어쩌면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일상에서의 시공을 초월한 행위일 수도 있다.
소박한 시골 아낙과도 같은 지방도로의 정취를 풍미하며 약간 늦은 길을 달리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각박한 현실을 살아내는 우리들은 벌써부터 정체 없는 고속도로의 길 위를 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에 상처를 덧 낸 자국으로 길을 터 만든 근심 가득한 고속도로에는 빠르다는 것 이외에 별다른 감흥 없이 속도에 동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