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패배' 예견된 선거, 여당의 운명은?

[4·29 재보선 분석] 전주 2곳 사실상 포기... 수도권-영남도 어려워

등록 2009.03.14 10:55수정 2009.03.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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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남소연

 
"대통령 중간평가? 재보선 지역구 4곳 분석해 봐라. 2군데는 (한나라당이) 이때까지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못 이겨본 곳이다. 거기서 졌다고 해서 대통령하고 무슨 관계냐. 동의할 수 없다. 절반은 패배하게 돼 있는데."
 
지난 11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국회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4·29 재보선=중간평가'라는 등식을 강하게 부인하며 "절반의 패배는 예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할 때만 해도 재보선 지역구는 인천 부평을, 경북 경주, 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 등 4곳이었다. 하루 뒤 윤두한 한나라당 의원이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13일 현재 재보선 지역구는 5개(울산 북구 추가)로 늘어났다.
 
4곳이든 5곳이든, 박 대표의 한숨처럼 여당에 '절반의 패배'가 예견돼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전주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4·29 재보선을 46일 앞둔 13일 현재까지 전주 덕진과 완산갑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동영 전주 덕진 출마... '왕의 귀환' 될까?
 
집권 여당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이 두 곳에는 민주당 후보들이 '우후죽순' 솟아오른 상황이다.
 
특히 전주 덕진의 경우,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민심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양곤(전북대 교수), 황인택(전 새천년민주당 윤리위원장) 임수진(진안군수), 한명규(전 전북도 부지사), 민경선(전 대학레슬링연맹 회장), 홍성영(한국도로공사 설계자문위원) 등 6명이 일찌감치 이곳에 터를 잡았지만, 정 전 장관의 '출사표'로 표심이 크게 흔들리는 추세다.
 
정 전 장관이 당내 반발기류를 잠재우고 공천을 받아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다면, 그야말로 '왕의 귀환'이라는 칭송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천갈등이 커지고, 만에 하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힘겹게 당선된다면 정 전 장관의 스타일은 구겨질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올드보이의 귀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진보신당 염경석(전 민주노총 전북본부장)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염 후보가 제1야당의 아성에서 '의외의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도 있다.
 
전주의 다른 재보선 지역구인 완산갑에도 또 한 명의 '올드보이'가 귀환을 서두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한광옥(민주당 상임고문) 후보다.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고향을 찾아왔다"고 출마의 변을 남긴 한 후보는 한나라당의 집권으로 폄훼된 '국민의정부' 명예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이 밖에도 김광삼(전북교육청공직자윤리위원장), 오홍근(전 국정홍보처장), 김대곤(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이상목(전 연청 부회장), 이재영(전 SK텔레시스 고문), 유희태(전 기업은행 부행장), 송기도(전북대 교수), 김형욱(정세균 대표 특보), 이광철(17대 국회의원) 등 모두 10명의 민주당 후보들이 열전에 돌입하고 있다. 여기에 김형근(전 전교조 전북지부통일위원장), 김대식(전 전북도교육위의장) 후보 등 2명도 가세했다.
 
민주당 '올드보이' 등판 부담... "수도권 재보선 영향력이 공천 결정" 
 
사실 민주당으로선 전주 덕진과 완산갑에 나선 거물급 '올드보이'들이 큰 부담이다. '개혁공천'으로 이미지를 쇄신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야당 입장에서 이들을 등판시키는 것은 위험한 도박일 수가 있다.
 
노영민 대변인은 13일 오후 브리핑에서 "사실 오늘 오전까지 정동영 전 장관이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알았다"고 털어놨다. 노 대변인은 또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당 지도부는 아무런 선입견도 갖고 있지 않다"며 "다만, 수도권 재보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공천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전주에서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 인물 ▲MB악법을 저지할 수 있는 인물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설 인물 등 전략공천의 세 가지 원칙을 세워놓은 바 있다. 내부에서는 이 원칙에 잘 맞는 인물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불법 대선자금 수사검사 출신 유재만 변호사 등을 점찍어 추천하고 있지만, 본인들의 고사로 전략공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의 텃밭인 전주를 사실상 포기한 여당은 영남권인 경북 경주와 울산 북구, 인천 부평을에서 '금배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주에서는 '친박연대'의 파워에, 울산 북구에서는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진보세력'의 상승세에, 인천 부평 을에서는 '경제위기 해결 실패론'을 내세운 민주당에 밀릴 가능성도 절반 이상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 한 곳 쉬운 선거구가 없다는 게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경주 접전도 난관... 집권 여당, 또 한 번 '친박'에 밀리나
 
비공개를 포함해 모두 7명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경북 경주의 경우,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더라도 '한나라당 대 무소속'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텃밭' 영남 지역 중에서도 보수 성향이 강한 이 지역 재선거에서 관심사는 누가 한나라당 공천을 따내느냐였다. 그러나 '친박' 성향의 유력한 예비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새로운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해 12월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정수성 후보는 육군 대장 출신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안보특보를 맡았다. 당초 정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다른 후보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11일 마감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연대로 나온 김일윤 후보에게 5천여 표 차이로 재선에 실패한 정종복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정 전 의원은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을 지냈고,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측근으로 한나라당 공천을 따내는 데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나라당 공천심사가 이제야 시작되는 단계인데도 경주에서 '친이 한나라당 후보' 대 '친박 무소속'의 대결이 펼쳐지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신바람 박사'로 TV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바 있는 황수관(전 연세대 의대 교수) 후보와 황진홍-최윤섭(각 전 경주시 부시장) 김태하(재경 경주향우회 이사) 김순직(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도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을 냈다.
 
민주당은 이 지역에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을 '전략공천'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강기정 의원은 "당내에서 유 전 위원을 거의 확정한 단계"라면서도 "아직 본인이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에서도 경주에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총재를 오랫동안 보좌한 이채관 특보가 경주에 출사표를 냈다.
 
인천 부평 을 '박희태 출마' 변수... 울산 북구 진보연합 이룰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 부평을에서는 총 10명의 예비후보가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어떤 후보가 공천에 유리한지 예측하기 어렵다. 4·29 재보선 현장에 울산 북구가 추가되면서 잦아들긴 했지만, 박희태 대표의 부평을 출마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부평을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남국찬(부평구청 자원봉사자), 박현수(변호사), 천명수(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김진호(마로비뇨기과 원장), 곽봉근(전 이명박 후보 정책특별보좌역), 조용균(변호사), 김연광(전 월간조선 편집장), 정유섭(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임낙윤(전 인천 경기 지방병무청장) 등이 예비후보들로서 공천을 놓고 각축을 벌일 예정이다.
 
이 중에서도 <월간조선>과 <조선일보>에서 오랫동안 정치 분야를 담당해 온 김연광 후보는 경험과 넓은 정계 인맥을 바탕으로 공천에 도전하고 있고, 지난 총선 때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는 박현수 변호사는 무료변론 활동 등 꾸준한 지역 공헌도를 내세우고 있다.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2일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자 4·29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구로 추가된 울산 북구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후보단일화 이슈에 박희태 대표의 출마설이 더해져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이뤄질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과 이영희 최고위원, 윤종오 울산시의원 등 예비후보들이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조승수 전 의원을 후보로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가 결정되면, 양당은 후보단일화 협상을 열어 진보정당 단일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4.29 재보선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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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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