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다산콜센터는 전신주 취급 안 합니다"

형식적 접수창구 아닌 책임 있는 해결사로 거듭나야

등록 2009.03.16 10:14수정 2009.03.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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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 다산콜센터 홈페이지.

120 다산콜센터 홈페이지. ⓒ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홈페이지. ⓒ 서울시

 

2007년 1월 운영을 시작한 이래 서울시민의 생활도우미로 자리잡고 있는 120 다산콜센터.

 
서울시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질문은 물론이고 교통, 상하수도, 건축, 행정, 소비자, 환경, 예산, 문화, 행사 등과 관련한 건의사항 및 불편신고를 24시간 365일 접수하는 곳이 바로 120 다산콜센터다.

 

그런데 막상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다산콜센터에 민원 신고를 하려면 의외로 무척 많은 인내심과 발표력을 필요로 하는 일임을 느끼게 된다. 왜일까?

 

"실무자에게 다시 설명하세요"

 

120 다산콜센터에 민원을 신고하면 그걸로 끝이 아니다. 대부분 실무 담당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구체적인 민원정보(장소, 시각, 내용 등)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담당 실무자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 문제는 최초 신고 시 충분한 정보를 주었는데도 이러한 확인전화가 걸려오는 경우 민원인은 앵무새처럼 말을 반복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것.

 

또 담당 실무자와 직접 통화하다 보면 다산콜센터 상담원의 친절함이 너무나도 아쉬워진다. 아래는 절차상의 복잡함과 담당 실무자의 불친절로 신고 내내 어려움을 느껴야 했던 본인의 실제 사례다.

 

[사례1] 관할 실무자 "제대로 설명 좀 해봐요!"

보행로 위를 지나는 조그마한 다리에서 시멘트 조각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발견했다. 통과 높이 제한을 초과한 대형 자동차가 들이받아 생긴 사고.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사고 지점의 대리석과 시멘트만 억지로 뜯어냈을 뿐 제대로 된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속살을 훤히 내보이고 있는 다리 아래를 아슬아슬 지나가기란 그리 마음 편한 일이 아니다. 120에 신고를 한다.

"중구 OO로 옆 OO건물 사이에 있는 조그만 고가다리에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네요."

다산콜센터 직원은 담당 실무자와 통화를 연결해 준다. 그런데 그곳은 도로표지판과 동네 지도를 보면서도 정확한 위치를 설명해 주기가 쉽지 않은 곳. "어디요?" "그런데는 없는데요." "정확히 좀 말해보세요." 연이은 질문에 그저 몇 십분 동안 땀만 뻘뻘 흘리게 된다. 실무 담당자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퉁명스럽다. 결국 담당자는 "다른 쪽에서 전화가 갈 테니 그때는 제대로 설명 좀 하라"며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민망하고 화가 나 기운이 쭉 빠진다.

결국 그렇게 어렵사리 신고난 결과는? 그 다리는 지자체가 아닌 건물에 속해 있는 진입로이기 때문에 이미 지자체에서도 여러 번 전화 통화를 했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응답. 그렇게 신고를 끝내고 돌아서면서 문득 든 생각.

'아니, 그 다리가 아니라 그 아래 도보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을 신고하려고 했던 건데... 그 답변, 맞는 답인 거야?'

 

또 120 다산콜센터에서 아예 신고 접수를 받지 못하는, 이른바 '사각지대' 민원일 경우 일일이 전화를 돌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위험 전신주 신고다(이 또한 본인 사례다). 

 

[사례2] "전신주는 취급 안 해요"

길 한쪽에 전신주가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지저분한 광고물에다 재활용품 수거함까지 매달고 있어 눈으로 보기에도 안쓰럽고 위태위태한 모습이다. 중학교와 영어학원으로 통하는 유일한 골목길이라 학생들의 통행량이 많은 길이다. 120에 신고했다. "전신주 관련 신고를 하려 하는데요."

그런데 전신주는 한국전력 담당이기 때문에 다산콜센터에서는 신고 자체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안내받은 번호로 다시 전화를 한다. 어렵사리 신고를 마친 지 몇 분이 지났을까, 또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이 전신주, 한국전력이 아니라 KT 거라 국번 없이 100번으로 다시 신고하셔야 되겠는데요."

 

전신주를 관리하는 기업은 한국전력, KT뿐만 아니라 각종 케이블방송, 인터넷 업체 등 한두 곳이 아니다. 지저분한 광고 선전물로 가득한 전신주를 일반인이 확인해 관리업체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여름 홍수철에 어이없는 감전사고로 종종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전신주, 전선의 안전 관리는 시민들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참 아쉬운 대목이다.

 

공익 위한 신고가 어렵고 번거로운 일 돼서는 안 돼

 

a "120으로 민원 접수하세요" 120 다산콜센터로 전화해 접수할 수 있는 각종 민원의 종류

"120으로 민원 접수하세요" 120 다산콜센터로 전화해 접수할 수 있는 각종 민원의 종류 ⓒ 다산콜센터 홈페이지

▲ "120으로 민원 접수하세요" 120 다산콜센터로 전화해 접수할 수 있는 각종 민원의 종류 ⓒ 다산콜센터 홈페이지

물론 다산콜센터는 전체 서울시민의 궁금증과 불편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고 있다. 민원접수 시 떠맡는 책임을 강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다산콜센터에 주어진 권한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콜센터는 콜센터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다산콜센터가 민원 해결에서 좀 더 책임을 떠맡는 '해결사'로 거듭나길 바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든 시민들이 전화만으로 쉽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세대야 문제 없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일일이 담당하는 부처를 찾아내고, 실무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뜬금없는(?) 전화로 설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최소 2~3건 반복해 전화를 걸거나 받도록 하고 죄짓는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면 꾸준하게 신고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천만상상 오아시스', '시정모니터' 등 시민들의 참여로 발전하는 '창의시정'을 표방하는 서울시의 취지와도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다산콜센터 홈페이지에 있는 "120 다산콜센터를 설립하게 된 동기"라는 공지글을 참고해본다.

 

"예전에 서울시에 전화를 걸면 불쾌한 경험들 많으셨을 것입니다. 이리저리 전화 돌아가거나, 애매한 답변, 전화 받는 공무원들의 권위적인 태도나 불친절,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민고객의 불만과 불편을 줄이고 궁금한 사항을 속 시원히 해결해 드리는 전화상담서비스, 이것이 120다산콜센터의 설립 취지이자 목표입니다."

#다산콜센터 #120 #민원 #서울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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