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을 꿈꾸는 야생화를 찾아서

[사진 이야기] 바람의 섬 풍도

등록 2009.03.17 16:59수정 2009.03.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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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눈 속에서 피어나는 꽃
복수초눈 속에서 피어나는 꽃민종덕

반란은 변방에서 시작되는 것인가?  그것도 밑바닥에서부터... 묵은 질서를 깨뜨리고 새 세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묵은 질서와 새로움을 갈구하는 것의 치열한 투쟁이 없이는 결코 새로운 새상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인가보다.


묵은 질서를 거부하는 봄이다.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황사바람이 이 산천을 덮는다 해도 이미 지루하고 긴 겨울을 깨뜨리고 새로운 봄을 위한 반란은 시작되었다. 그 반란의 현장을 찾아 나섰다.  바람이 많아서 '풍도'라고 이름하였는지 몰라도 이른 봄 야생화가 유명한 그 섬으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풍도는 경기도 안산시에 속한 섬으로 인천 여객선터미널에서 배편이 하루에 한번밖에 없다. 오전 9시 30분에 들어가는 배편과 다음날 오전 11시 30분에 풍도에서 뭍으로 나오는 배편이 있다고 한다.  배 타는 시간은 2시간 30분 가량 된다고 한다. 배편이 이러니 섬에서 1박을 계획하지 않으면 웬만해선 가기가 쉽지 않다.

 풍도
풍도민종덕

경기도 성남지역의 '까치사진동아리'에서는 3월 15일 일요일 당일치기로 풍도를 다녀오기 로 했다. 정기선으로는 당일치기가 불가능해 11인승 배를 빌려서 가기로 했다. 우리는 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에 충남 태안의 도비도항으로 향했다.  아침 7시 10분에 도비도항에서 배를 타고 약 20분가량 가면 풍도에 도착한다.

풍도에 도착하니 사진을 찍기 위해서 몰려든 사람들로 섬 전체  붐빌 정도다.  섬 전체가 50가구 미만인 조용한 섬에 이른 봄에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 것 같다. 섬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야생화가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 오르니 과연 듣던대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복수초는 이미 노란색 반란을 일으키며 그 절정에 다다랐다.  이어 변산바람꽃, 노루귀꽃들이 봄을 향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이 발아래 피어있는 꽃들을 담기 위해 여념이 없다.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는 키가 작다. 꽃을 보기 위해서는 자세를 낮춰야 한다.  꽃과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엎드려야만 한다.

 야생화 촬영에 열중하는 사진인들
야생화 촬영에 열중하는 사진인들민종덕

상대가 낮을수록 자세를 낮춰야한다는 겸양을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가르쳐주고 있다.  아래에 있다고 지나치거나 무시해서는 그들을 볼 수가 없다.


복수초 복수초의 반란은 절정에 다달았다.
복수초복수초의 반란은 절정에 다달았다.민종덕

이른 봄 눈 속에서 피어오르는 복수초의 소식을 듣지 못한다면 그만큼 봄 소식이 늦어질 것이다. 복수초는 이미 절정에 다다라 이제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다른 꽃들한테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변산바람꽃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
변산바람꽃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민종덕

변산바람꽃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
변산바람꽃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민종덕

변산바람꽃도 한창이다.  낮은 산 습지에서 자라는 변산바람꽃잎은 부는 바람에 가늘게 떨리고 있다. 그러나 꽃잎이 떨릴지라도 꽃대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다.  부는 바람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을 낮춰 꽃을 피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루귀 이른 봄에 피는 꽃
노루귀이른 봄에 피는 꽃민종덕

노루귀 무리지어 피어있다.
노루귀무리지어 피어있다.민종덕

노루귀 역시 가녀린 모습으로 피는 것처럼 보여도 이 봄을 견디고 마침내 봄을 일깨우기 위해서 그들도 나름대로 가녀린 몸집과 낮은 자세로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이들 낮은 꽃들의 잔치에 이어 온갖 싹들이 틀 것이고 줄기가 솟고 잎이 무성해 질 것이다.

하기야 벌써 남녘에서는 매화며 산수유가 북상하고 있다고 하니 순식간에 이 산천은 꽃천지가 되겠다.  감당할 수 없을 그 꽃들의 반란에 취해 또 한 세상을 살아간들 어떠리.

 우리를 실어다 준 배. 파도가 높아 물이 넘쳐들어온다
우리를 실어다 준 배. 파도가 높아 물이 넘쳐들어온다민종덕
바람 심한 풍도를 떠나기 위해 11인승 배를 탔다. 바람이 심하다. 파도가 높다. 배가 공중을 나르는 듯한다. 뒤집힐 것 같다.  마치 가녀린 촛불이 바람에 흔들리듯. 지난 해 켜든 촛불이 꺼지지 않듯 우리간 탄 배도 뒤집히지 않고 마침내 항구에 다다랐다.  우리를 실어다 준 선장이 한마디 한다.

"살아서 돌아왔으니 열심히 사세요."

그렇다 지난 겨울 죽지않고 살아 남았으니 열심히 살아야겠다. 봄이다! 새 봄이다!
#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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