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재미는 사람 얼굴을 빼닮은것 같습니다. 주둥이가 뽀족한게 숫놈입니다.
추광규
'팔미도'인근 해상에서 '주꾸미', '간재미'조업배는(오이도2호) 1톤 내외로 작은배 입니다만, 제 몸짓만한 선외기를 달아 놓아 속도가 무척이나 빠릅니다. 7시경 시화방조제 중간선착장을 출발했는데 불과 20여 분만에 어장에 당도 했답니다.
오늘 조업하는 어장은 인천항 코앞에 있는 팔미도 해상입니다. 팔미도는 옅은 해무에 가려서 가물가물하게 보입니다. 조금 멀리는 인천대교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장에 당도하자 첫 작업은 사흘 전 뿌려놓은 간재미 그물을 걷어 올렸답니다. 폭 2m 남짓의 그물입니다. 길이는 250m 정도 나갑니다. 20여분 조심스럽게 걷어 올리는 그물에는 작년 봄이나 가을과는 달리 그리 많은 고기가 걸려 있지는 않았습니다.
첫 번째 그물에서는 열대여섯 마리 정도의 간재미가 그리고 두번째 그물에서는 고작 세 마리 그리고 세 번째 그물에 가서야 스무 마리 정도의 간재미가 잡혔을 뿐입니다. 심하게 엉켜 있는 간재미를 한 마리씩 떼내어 물칸에 집어 넣으니 시간은 9시를 지나갑니다.
다음은 주꾸미 조업입니다. 어장을 옮겨 송도 신도시 인근의 LNG 기지쪽 입니다. LNG 기지에는 가스를 싣고온 배가 접안한 채 관을 통해 가스 하역작업이 한참인 듯합니다.
주꾸미는 소라껍질을 이용해 잡는데 보통은 담궈 놓은지 4~5일 정도는 지나야 하는데 오늘은 주문받은 양 때문에 이틀전 건져올렸던 소라껍질을 또 다시 때이르게 봐야 하기 때문에 그 양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선장의 말이었습니다.
소라껍질은 한쪽에 구멍을 뚫어 줄에 묶은 후 길게 바다 바닥에 늘어 뜨려 놓는겁니다. 이 선장이 바다에 뿌려놓은 소라껍질이 2만개 가량이라고 합니다. 소라껍질은 국내산만으로는 충당이 안돼 세계 온갖 곳에서 수입을 해온다고 합니다.
북한, 중국은 물론 심지어 칠레에서도 들여온다고 하니 그 양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소라껍질은 한개당 550원 나간다고 하니 2만 개면 소라껍질만 천만 원이 넘는 셈입니다.
첫 번째 줄에서는 드문드문 주꾸미가 들어 있습니다. 바닥이 뻘인 탓에 뻘이 가득 들어 있는 소라껍질들이 많습니다. 들어 가라는 주꾸미 대신에 자리를 틀고 있는 또 다른 불청객도 제법 많습니다.
바로 불가사리입니다. 이제까지는 불가사리가 소라껍데기를 은신처로 사용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날 잡은 주꾸미 보다 더 많은 불가사리가 들어있는 걸 보니 우연하게 들어간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이 선장의 눈초리가 매섭게 빛이 납니다. 권선기를 통해 올라오는 소라껍질을 하나씩 들여다 보면서 곧 바로 빈 껍질은 바다로 집어 넣습니다. 배가 계속해서 움직이는 가운데 줄지어 올라오는 소라껍질에 주꾸미가 들어있는지를 확인한 후 곧 바로 바다에 넣어야 하기에 상당히 빠른 손놀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