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어제) 정동영 전 장관이 돌아왔다. 그는 "당에 보탬이 되겠다"고 했다. 1500여명의 지지자들은 공항에 나와 그를 반겼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귀국을 환영한다"면서도 "선당후사(先黨後私) 덕목은 중요하다"고 했다. 전주 덕진 공천배제의 우회적 표현인 셈이다.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당내 386 주류 인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정 전 장관과 정 대표의 회동은 24일로 미뤄졌다. 정 대표가 일정을 이유로 22일 회동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신경전이다. 정 전 장관은 어제 저녁에 전주 덕진으로 향했다. 22일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최고위원회의에 먼저 (귀국)인사 하는 게 순서 아니냐"며 정 전 장관에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정 대표는 24일 회동에서도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불출마를 설득할 모양이다.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는 민주당 지도부가 생각하는 4.29 재보선 선거구도('이명박 정부 심판')를 망친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 선거를 강조한다.
한번 생각해 보자. 4.29 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비로소 민심이 이명박 정부를 심판했다고 봐야 할까. 혹시 민주당 후보가 떨어지면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 심판'을 하지 않는 것이라도 되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지난 1년 인사문제에서 시작하여 환율정책 실패, 급기야는 졸속적인 한미쇠고기 협상으로 거의 대다수의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하였다. 최근 국정수행 지지율도 30%다.
지난해 광화문과 서울시청광장을 밝힌 촛불들이 이미 이명박 정부를 심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에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뽑았던 사람들마저도 이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의 여론조사가 이미 말해주고 있다.
역대 재보선 투표율은 아주 낮다. 선관위에 따르면 2007년 4월 25일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경기 화성시, 대전 서구을, 전남 무안·신안군 등 3곳의 평균 투표율은 30.1%에 그쳤다. 이번 인천 부평을 재보선 투표율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천 부평을 선거 결과를 이명박 심판의 바로미터로 보겠다는 발상 자체도 위험하다. 한나라당은 이미 이명박 심판, 중간평가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재보선의 낮은 투표율을 이유로 한나라당에서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심판을 들고 나와서 민주당이 '인천 부평을'에서 졌을 때다. 전국의 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명박 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자충수다.
이명박 정부의 심판, 중간평가가 문제가 아니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가 한나라당에 원칙 없이 양보한 '6월 미디어 관련법 표결처리'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정 대표는 당시 "소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다. 인천 부평을 1석을 얻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없다. 민주당이 소수당임에는 변화가 없다.
정 대표가 지난 미디어법 등 처리와 관련하여 한나라당에 잘 대응했더라면 정 전 장관의 출마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정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의 역부족을 스스로 자인했다. 따지고 보면 정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정 전 장관을 부른 셈이다.
최근 민주당 지지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정동영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 찬성이 55.5%로 반대의 두 배 가까이나 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지금 일회적인 이명박 심판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의 바람을 지속적으로 이끌어줄 인사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파상적인 공천배제 입장표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지지 55.5%의 함의는 현 민주당 정 대표와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 지금은 민주당 정 대표의 '선당후사(先黨後私)' 강조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심받는 실정이다. 22일자 <뉴시스>에 따르면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계파적 시각을 갖고 공천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좋지 않다"며 민주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정 전 장관은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당 지도자로 그를 능가할 만한 새로운 인물을 뽑아서 공천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면서 "전주는 원래 자신의 지역구이고 정치적 고향이니까 (정동영 전 장관이) 나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의심받는 정세균 대표의 '선당후사' 강조
지금 정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묻지마식 투표'를 하고 후회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을 향하여 지역구 공천배제문제로 내부에서 날을 세울 것이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들 곁으로 정동영을 보내주는 것이 순리다.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가 '반 이명박' 선거구도를 깨는 것도 아니다. 바로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대척점에 누구보다 앞에 서 있었던 사람이 정동영이다. 원내에 진출하여 국회기관으로서 이명박 정부에 맞서게 해야 한다.
24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이 만난다. 이 만남을 통해서 지금과 같은 소모적 논쟁은 끝내는 것이 좋다. 선당후사(先黨後私)는 정 대표에게도 해당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4일 회동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우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09.03.23 11:1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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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민주당은 정동영을 국민 곁으로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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