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이 따로 있나, 특이하면 작품이지

기둥에 매달려 있는 자전거, 알고 보니 한 미술가의 작품

등록 2009.03.25 16:32수정 2009.03.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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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이 무엇일까? 이름난 작가가 만드는 작품? 아니면 좋은 재료를 써서 멋있게 만든 작품? 독특한 작품?


이 모두가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예술을 모르는 내가 볼 때는 작가의 개성이 들어간 작품은 모두를 예술작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명작가라 할지라도 작가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고 여러 사람이 그 작품을 보고 평가를 내리거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면 그것은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개인 생각일 뿐이고)

한적한 봄날 오후, 지인을 만나러 어느 사무실로 향하던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보였다.

기둥에 매달려있는 자전거 한 건물앞 쇠기둥에 자전거 한대가 매달려있다.
기둥에 매달려있는 자전거한 건물앞 쇠기둥에 자전거 한대가 매달려있다.김동이

한 건물 앞에 용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두커니 서 있는 기둥 위에 멀쩡한 자전거 한 대가 매달려 있었다.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니 자전거가 매달려 있는 게 맞다.


'어라? 누가 자전거를 저기다 매달아 놓았지? 멀쩡한 것 같은데...'

의심을 잔뜩 품고는 녹이 슬어서 혹은 바퀴가 잘못 돼서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어서 타지 못하는 자전거를 걸어놨나 싶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더 멀쩡해 보이는 자전거여서 더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건물 안에 있던 한 사람이 나오더니 대뜸 하는 얘기가 더 웃긴다.

"그거 예술작품이에요."
"예? 작품이요?"
"미술하는 사람이 작품으로 만든 거예요."
"그래요? 근데 왜 멀쩡한 자전거로..."
"글쎄요. 그 이유까지는 모르겠는데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일단 약속시간이 다 돼 지인을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지인을 만나러가면서도 내심 머릿속에서는 '누가, 왜 그랬을까?'하는 궁금증으로 가득 찼다.

지인과의 약속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길. 궁금함에 다시 한 번 그곳을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옮겼다.

예술작품? 멀쩡해보이는 자전거를 쇠기둥에 매단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난 이 작품의 제목을 '무쇠나무에 자전거 걸렸네'라고 붙였다.
예술작품?멀쩡해보이는 자전거를 쇠기둥에 매단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난 이 작품의 제목을 '무쇠나무에 자전거 걸렸네'라고 붙였다.김동이

때마침 기둥에 매달려 있는 자전거 아래에서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한 사람이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나와 평소에도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혹시나 해서 작품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자신의 작품이라며 만든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아니, 왜 멀쩡한 자전거를 매달아 놨어요?"
"작품이지. 예술작품이 따로 있나 특이하면 작품이지."
"그렇긴 한데요. 자전거가 아깝잖아요. 저렇게 매달아두기에는..."
"작품은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 돼. 그러면 아무것도 못해"


내가 알던 사람이 작품을 만든 장본인이라니. 그러고 보니 저기 매달려 있는 자전거 어디서 본 것 같다. 요즘 이분이 왜 걸어서 다니나 했더니만 예전에 타고 다니던 자전거는 저기에다가 걸어두고 걸어다녔는가 보다.

"작품 재료는 저렇게 자전거를 쓸 수도 있고, 어디 공사장을 지나가다 보면 거기에 떨어져있는 쇳조각이라든가, 나무 조각이라든가 하는 것이 모두가 작품의 재료가 되는 거지."

조금은 황당한 작품이었지만 난 이날 혼자서 이 독특한 예술작품에 제목을 달았다.

"무쇠나무에 자전거 걸렸네"('대추나무 사랑걸렸네'를 패러디 한 거라고 보면 됨)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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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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