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도솔
며칠 전 언니가 콩자반을 만들어주었다. 평소 생협을 이용하는 등 유기농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은 언니라 재료를 뭐로 사용했느냐고 물었더니 "물엿 안 넣고 조청 넣었으니까 안심하고 먹어" 그런다.
내가 보기엔 물엿이나 조청이나 그게 그거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 궁금한 마음에 물어봤다. 언니 말이 물엿이나 올리고당은 옥수수 전분을 사용하는데 그게 모두 수입이란다. 수입 옥수수 전분은 대부분 미국에서 들어오는데 미국산은 70% 이상이 GMO 제품이다.
GMO, 유전자 조작 식품이 과연 유해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란은 현재도 분분하다. 딱히 유전자 조작 식품이 원인이 되어 병을 얻게 된 사례가 아직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실한 결과는 없지만 이 식품이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없는 대신, 이 식품을 먹고 죽어나가는 가축들은 계속 나타나기 때문이다.
광우병이 처음에 소에서 시작하여 인간에게까지 발병한 예를 보면 GMO 또한 불안하다. 지금은 가축에게만 문제를 일으키나 언젠가 인간에게도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전자 조작 식품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고 나면 아마 'GMO 식품은 유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손을 들게 될 것이다.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는 GMO가 왜 유해한지에 대해 과학적인 자료를 들어 설명한다. 식품 원료인 곡물 등에 유전자 조작을 행하는 이유는 제초제 성분에 잘 견디고 수확량이 좋은 양질의 곡물을 얻기 위해서다. 그럼 유전자 조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유전자 조작의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크게 몇 가지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박테리아를 이용한 조작이 있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다. 대장균, 살모넬라균과 같은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유전자의 일부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박테리아의 일부를 집어넣는 것이다.
식물 세포 안으로 들어간 박테리아는 과연 안전할까? 아무리 유전자 조작에 필요한 특수 부분만을 이용했다 하더라도, 대장균을 이용해서 새롭게 탄생한 옥수수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모넬라균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입자총 법이 있는데 DNA의 일부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코팅된 플라스미드(조작된 구조물)을 집어넣는 것이다. 이때 새로이 결합 생성된 새로운 식물 세포가 죽지 않고 살아나도록 하기 위해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사용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은 바로 이 항생제 내성 유전자다. 식물 세포 안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증식하여 그 내성이 강화되고 이런 물질이 인체에 지속적으로 투입될 때 안전하지 못하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식물에 들어가서 그 식물을 먹은 동물이나 사람에게 옮겨질 가능성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이 세균에 감염될 경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이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에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쓰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GMO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자, 많은 이들이 이런 원료가 사용된 식품에 대해 꺼리는 경향이 생겼다. 그러나 문제는 도대체 어떤 것들이 GMO를 원료로 한 제품인지 알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저자도 강의를 하러 다니면서 생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만나곤 했는데, 시중에 파는 간장이나 식용유의 원료가 GMO인 줄은 전혀 몰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 식품에 대한 정보가 이렇게 미비한 이유는 GMO를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모두 이윤을 추구하는 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전자 변형 감자를 먹은 쥐의 콩팥이 작아지거나 혈액에 변이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에도 기업들은 그저 쉬쉬하기에 급급하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우리나라의 식약청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수입을 허가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아직도 우리의 공무원과 농업 관련자들은 GMO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실험적으로 GMO 작물을 재배해 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작물을 재배하면서 다른 농작물에 피해가 가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GMO 격리 시험장이라고 해 놓고서 바로 옆에서 동일 작물을 재배하면 꽃가루나 야생 동물의 이동을 통해 GMO가 알게 모르게 확산될 수 있다. 현재 여러 GMO 실험 재배지에서 이런 오류를 범하고 있으니, 어서 빨리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한 개인이 GMO를 조심한다 할지라도 국가적 홍보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이 괴상한 생물이 전 지역을 휩쓰는 건 순식간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집 식탁에 GMO 콩으로 만든 콩자반, GMO 사료를 먹은 고기로 만든 불고기 등이 올라올 걸 생각하면 무섭다.
아토피와 암 등 고치지 못하는 현대병은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일지도 모른다. 욕심을 버리고 조금만 더 자연 그대로의 것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 사랑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보다 건강하다고 믿는다. 더 이상 GMO가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유전자 조작 밥상을 치워라
김은진 지음,
도솔,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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