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역사의 흔적 드러낸 '용담댐'

지역주민들 그 모습 보며 옛 생각 떠올려

등록 2009.03.26 09:28수정 2009.03.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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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자 전병인씨가 가뭄으로 드러난 옛 터를 바라보고 있다.
김춘자 전병인씨가 가뭄으로 드러난 옛 터를 바라보고 있다.박종일

전국적으로 가뭄이 극심한 상태다. 극심한 가뭄에 전북 진안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2001년에 건설된 용담댐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인데 반해 지역주민들은 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옛 생각을 떠올리고 있다.

용담댐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꼽는다. 댐의 크기만큼이나 물속에 잠긴 면적도 방대하다. 진안군의 수몰면적만 무려 3140만5100m²(950만 평)에 이르고 있지만 정작 그곳에는 갈 수 없다.

하지만, 가뭄이 길어지면서 어쩌면 한번쯤 가볼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는 듯싶다. 용담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에 잠겨있던 역사가 드러나고 있다.

 가뭄으로 드러난 옛 태고정 자리
가뭄으로 드러난 옛 태고정 자리박종일

먼저, 용담면에 있었던 태고정 자리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용담면 태고정은 1984년 4월 1월에 전북문화재자료 제102호로 지정이 되었다. 현재 용담면 수천리 망향의 동산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예전의 터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태고정은 1752년 조선 영조 때 홍석이 용담현으로 부임하면서 세웠다. 용담현 언덕에 자리하면서 주변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 있었다고 한다. 태고정에는 송준길이 쓴 태고정 현판과 송시열이 쓴 용담태고정기 현판이 걸려 있다.

이처럼 태고정은 문인들이 시를 읊는 자리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이후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참전용사들의 충원비가 함께 세워졌다. 이 충원비 역시 망향의 동산으로 옮겨졌지만 충원비를 받치고 있던 받침은 물속에 잠겨 있다가 이번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옥거마을에 살고 있는 김치병씨는 태고정과 충원비 받침을 보면서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이번에 드러난 태고정 자리는 수몰되면서 망향의 동산으로 옮겨졌어. 그곳에 함께 있던 충원비도 함께 옮겼지. 충원비에는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명단이 기록되었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용담댐에 물이 잠기기 시작하면서 인위적으로 물을 뺐을 때였다. 이후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이번이 두 번째가 된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용담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러난 옛 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용담면에서 한국전쟁을 겪은 김치병씨는 당시 12살 어린 나이에 무반동 포탄 등을 줍곤 했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 북한 군대 고위급이었던 참모장이 송림마을 뒷산인 매봉산 어디에서 죽었다고 찾아온 적이 있었지. 시체를 광목으로 잘 싸 놓고 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어떻게 찾아. 이후 북에서 참모장의 시체를 찾기 위해 왔는데 찾아주면 큰 보상을 준다고 했어. 그만큼 이곳에서 전투가 많았어. 싸우는 장면도 목격하고 그랬으니까. 북한군이 후퇴하면서 당시에 파놓았던 땅굴도 있었지. 아마도 700명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

다행히도 이때 용담면은 많은 피해가 없었다는 말도 해주었다. 북한군이 용담면을 점령했을 때 북한군 측 사람들이 나서서 주민들을 보호를 해주었고, 한국군이 점거했을 때에는 반대로 보호해 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때 주민들이 서로 살렸지. 그래서 용담 유지들은 모두 무사했어."

가뭄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태고정 뿐만은 아니었다. 용담댐으로 수몰되기 전까지 용담 초·중학생들이 공부했던 학교건물의 터와 운동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병인씨와 김춘자씨는 "조금만 물이 더 빠지면 태고정 사이로 주천면을 향하던 길이 나온다"라면서 "수몰되기 전 용담면사무소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진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진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담댐 #역사 #송시열 #태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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