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공동대책위 "몰래 착공하는 것 자체가 자살골"
저탄소 녹색성장의 부푼 꿈을 안은 경인운하 공사가 착공식도 없이 25일 시작됐다.
수자원공사는 이보다 하루 전 24일 '저탄소 녹색성장 부푼 꿈을 안고 경인운하 착공'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하지만 25일 착공식은 없었으며, 경인운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공사를 맡아 진행하는 경인운하사업단 간 마찰, 그리고 이들 가운데 낀 경찰만이 있었다.
수도권공대위는 이날 경인운하의 시발점인 계양구 다남동 굴포천방수로 공사 현장 앞(서울외곽순화도로 노오지JC 부근)에서 경인운하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회회견을 열었다. 이 와중에 경인운하사업단에서 기자회견장 앞으로 차를 가져와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경인운하 공사현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수자원공사에 항의하기 위해 경인운하사업단 사무실로 들어가려다 출동한 경찰 80여명과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이 미신고 집회이므로 해산하지 않으면 모두 연행하겠다고 밝히자, 수도권공대위는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 우린 2조5천억원의 혈세를 지키기 위해서 왔다"며 "2조5000억원의 도둑삽질은 왜 가만 두냐?"고 거세게 반발했다.
수도권공대위는 "착공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하더니 하루 만에 뒤집고, 그것도 모자라 남 몰래 공사를 강행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꺼림칙해서, 보는 눈이 무서워 그런 것 아니겠냐?"며 "국민 세금 2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를 무엇이 두려워 무슨 비밀 군사작전 치르듯 하냐? 지금이라도 도둑삽질 중단하고 국민부터 설득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신 공동집행위원장은 "경인운하 사업은 올 1월 결정됐다. 하지만 현장조사 자료인 환경영향평가는 2008년 5월 작성한 걸로 돼 있다. 이런 앞뒤 안 맞는 졸속추진이 어디 있냐?"며 "자신들도 경제적 타당성이 없으니 오죽하면 수자원공사가 정부에 보조금 더(5200억원) 달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힘 실리는 '경인운하 반대' 여론
결국 그렇게 정부는 굴포천과 한강을 잇는 연결수로 공사를 착공하면서 본격적인 경인운하 건설에 들어갔다.
1차 착공 구간은 전체 18㎞ 가운데 굴포천 방수로와 한강을 잇는 연결수로 3.8㎞ 구간이다. 수자원공사는 320억원을 들여 오는 12월까지 길이 1.5㎞, 폭 80m의 운하수로를 우선 건설할 계획이다. 이번 연결수로 이외에 터미널(인천·김포), 갑문(2곳), 횡단교량(7곳) 등의 시설과 본 공사를 오는 6월 시작해 2011년 12월 마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라는 지적과 경제성 논란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어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가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얘기할 때마다 사업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경인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더욱 의심케 하는 기획재정부 내부 문건이 공개되며 운하 반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내부 검토보고서에서 '국토해양부의 경인운하 보상비 추가경정예산 요구와 관련해 비용은 5400억원이 늘어나지만 수익은 1400억원에 그친다'고 밝혀 정부 자체적으로 경인운하 건설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연구용역 결과인 비용/편익 비율 1.07을 경인운하 사업의 경제성 근거로 삼고 있다. 비용 대비 편익이 1.07로 나와 그만큼 사업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내부 검토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경인운하 사업은 정부 내부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 1월까지 1년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공사비는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했던 예상치보다 24%가량(1800억원)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또 '편익 항목인 하역료와 경인운하 둑길 통행료 등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고, 예상 물동량 또한 줄어들 것을 염려'했다. 이렇게 되면 비용은 늘고 편익은 줄게 된다.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비용·편익 비율을 당초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했던 1.07이 아니라 '1.04-α'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는 경제성이 없음을 정부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이와 관련, 수도권공대위 권창식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 내부를 통해 경제성 없음이 들통 났다. 경제성도 없고, 홍수예방기능도 없고, 환경피해 최소화는 더더욱 거짓말이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몰래 착공하는 것 자체가 대국민 사기극이자 자살골"이라며 "막무가내로 파고 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경제성 없다는데, 경인운하 특별법 추진
기획재정부 내부 문건을 통해 경인운하의 사업성이 더욱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골자로 한 '경인운하 특별법'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경인운하를 둘러싼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25일자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5일 열린 국토해양부와 수도권 부단체장 협의회에서 인천시는 경인운하와 인근 지역개발의 신속한 개발을 위해서는 특별법을 만들어 터미널과 도로, 교량, 공원, 체육시설 등을 통합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는 계양구 전체 면적 45.6㎢ 중 62.5%에 달하는 28.5㎢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경인운하 건설에 따른 주변지역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경인운하로 인한 지역 단절과 주변 지역의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 그린벨트 총괄관리제와는 별도로 3.7㎢의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는 현재 2차선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인천터미널과 초지대교 간 도로를 8차선으로 확대해 차량과 주민이 원활하게 통행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봉로 도로건설의 경우 길이 2.7㎞, 폭 8차선 규모로 지하화로 건설할 것을 제시했다.
또한 건설 예정인 경인운하 북측제방도로 역시 현재 2차선에서 6차선으로 확대하고 길이도 5.4㎞에서 8.4㎞로 연장할 것과 2차선인 목상교 교량을 6차선으로 확대하고 국지도 84호선(백석교)도 길이를 655m에서 1230m로 연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는 "경인운하 횡단도로가 확대되면 검단신도시 계획인구 23만명과 계양구 장기동 3만명, 김포시 인구 21만명 등 모두 47만명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며 "운하와 함께 자전거 도로망 구축, 주변지역 문화, 생태탐방 등의 부대적인 사업이 절실한 상황이라 요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중앙 정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대통령이 헬기 타고 개발할 그린벨트가 많다고 하더니 설마 그 일이 결국 인천에서도 벌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지 미칠 것 같다"며 "정부도 운하의 사업성이 없다고 하는데 인천시가 특별법 제정으로 인천 전체를 개발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26 09:52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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