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높은 지금, 도전할만한 '실장어' 잡이

여수시 소호동 '실장어' 판매 현장에서

등록 2009.03.26 09:45수정 2009.03.26 09:45
0
원고료로 응원
"하룻밤에 대박을 낚았어. 이렇게 많이 잡기는 나도 처음이야. 그 째지는 기분은 말도 다 못해. 그때 잡은 실장어가 1300여 마리나 됐다니까."

이재만(66)씨, 실장어가 대박이 났다면서 함지박 웃음을 머금고 있습니다. 낚시는 손맛이라고 느끼는 사람만이 알지요. 그가 대박 터트린 날은 비바람이 치던 때라 합니다.

 밤새 잡은 실장어를 매매하는 모습.
밤새 잡은 실장어를 매매하는 모습.임현철

"말을 시키니까 세었던 숫자를 잊어 먹었잖아요"

지난 24일 밤 여수시 소호동 바닷가에서 실장어를 잡는 사람들을 만났지요. 그들에게 실장어 파는 곳을 물었더니 미적미적 잘 가르쳐주지 않더라고요. 어제, 겨우겨우 알게 되어 현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사람들이 앉아 실장어 수를 세고 있더군요. 할머니들, "요런 걸 취재를 다한대?"라며 퉁박입니다. 한 사람이 잡아온 실장어는 대략 50마리에서 300마리 쯤 되더군요. 연령층도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네요.

"말을 시키니까 세었던 숫자를 잊어 먹었잖아요."
"아이, 숫자 셀 땐 말 시키지 마랑께."

웃음이 피어납니다. 집에서 개수를 세어봤을 텐데도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차영자(65) 할머니 "몇 마리여?" 물어봅니다. 이틀 잡은 게 145마리랍니다. 마리당 400원이까, 5만8000원이 현찰로 주어집니다.


"할머니 이걸로 뭐하실 거에요?"
"뭐하긴, 손주들 용돈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줘야지. 다 늙은 사람들이 요런 재미로 밤에 실장어를 잡지 뭐 할라고 잡것써. 안 그래?"

할머니들은 오지나 봅니다. 하기야 얼마나 오지겠습니까. 이흰님(60) 할머니는 "올해 처음으로 10일간 잡아 40여만 원 벌었다"며 "사는 재미가 이런 거여!"라 합니다.


중간상인 강영수(59)씨와 마주 앉았습니다.

 강영수씨.
강영수씨.임현철

"올해로 22년째다. 당시 바닷가 근처에서 슈퍼를 하고 있었는데, 중간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시작 한 게 22년 되었다."

- 올해 잡히는 양은 어떤가?
"지난해는 잡히는 양이 적어 마리당 1300원에서 1400원까지 나갔다. 올해는 풍어라 마리당 400원 한다. 가장 쌀 때는 250원이었고, 비쌀 때는 1500원이었다."

- 실장어를 잡아 파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어 산란 방법은 미스테리다. 그래서 바다에서 잡은 실장어를 육상 양식장에서 받아다가 키워서 뱀장어로 판다. 양이 부족해 중국, 대만, 일본 등에서 수입하기도 한다."

- 보통 저울로 달아 파는데 실장어는 특이하게 숫자를 센다. 이유가 따로 있는가?
"10여 년 전까진 금저울로 달았다. 저울로 달면 물의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이를 양식 업주들이 믿을 수 없다고 항의해 숫자를 세는 걸로 변했다. 숫자 세는 게 일이지만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세는 게 깨끗하긴 하다."

- 중간상에게 넘기는 마진은 어느 정도인가?
"마리당 2~30원이다. 하루에 1000~5000 마리를 매입한다. 날씨에 따라 달라 가늠하기 어렵다."

- 보니까 2~3일 치를 모아서 팔러 오기도 하던데 생명력이 그만큼 강한 것인가?
"강하다. 거의 죽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5~600 마리를 잡아 왔는데 모두 죽은 걸 봤다. 바닷물에 넣어두지만 산소가 부족해 생기는 관리 소홀 때문으로 생각된다."



 꼼질꼼질 실장어.
꼼질꼼질 실장어.임현철


 실장어 수를 세는 모습
실장어 수를 세는 모습임현철

환율이 높은 지금, 가족과 도전할만한 실장어 잡이

10시 이후에도 실장어를 팔러 온 사람들이 옵니다. 대개 늦게 오는 사람들은 남자들이더군요. 여자들은 일찍, 남자들은 뒤에 오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며칠 전에는 "문을 열기 전인 7시부터 문밖에 있어 깜짝 놀랐다"며 "실장어를 받는 시간은 8시부터 10시 사이인데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때를 몰라 그렇다"고 합니다.

참, 실장어는 남해안과 서해안 바닷가 어디에서든 잡을 수 있다 하더군요. 불빛은 배터리를 이용하고, 뜰채는 망을 사용한답니다. 환율이 높은 지금, 외국에서 수입하니 가족이 재미 삼아 도전해 볼만도 하네요. 꿩 먹고 알 먹고 아니겠어요?

 실장어 개수 세기.
실장어 개수 세기.임현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실장어 #판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2. 2 엄마 아닌 여자, 돌싱 순자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엄마 아닌 여자, 돌싱 순자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3. 3 [단독] 홍준표 측근,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 빌려줘 "전화비 없다고 해서" [단독] 홍준표 측근, 미래한국연구소에 1억 빌려줘 "전화비 없다고 해서"
  4. 4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5. 5 고3 엄마가 수능 날까지 '입단속' 하는 이유 고3 엄마가 수능 날까지 '입단속' 하는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