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고, 고사하고 가로수 수난시대

교통사고, 불법 훼손 등 가로수 수난 계속돼

등록 2009.03.30 17:01수정 2009.03.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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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수령 20여년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두 동강 나 있다.

수령 20여년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두 동강 나 있다. ⓒ 윤평호

수령 20여년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두 동강 나 있다. ⓒ 윤평호

지난 25일 오후 2시. 천안지하도를 나와 천안세무서로 가는 큰재빼기 들머리. 가로수로 수십년이 경과한 은행나무가 줄지어 식재되어 있는 가운데 한 은행나무가 두 동강 나 있다. 천안시는 가로수 훼손의 원인으로 대형 차량의 추돌을 추정했지만 수령 20여년의 멀쩡한 가로수를 망가뜨린 당사자는 찾지 못했다.

 

도시의 단조로움을 완화하고 공기 청정기의 역할을 수행하는 도심 가로수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교통사고로 두 동강 나는가 하면 불법 훼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천안시에 따르면 지난해 가로수 181본이 교통사고나 불법 훼손, 생육불량으로 제거됐다. 교통사고는 자동차가 가로수를 들이받아 훼손당하는 사례들이다. 불법 훼손과 생육 불량은 인접한 상가나 점포들이 가로수가 간판을 가리고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교묘한 방법으로 가로수를 고사시키는 경우가 대부분. 농약을 주입하거나 횟집의 경우 지속적으로 가로수에 바닷물을 붓는 방법 등이 동원된다.

 

겨울철 제설작업을 위해 도로에 살포한 염화칼슘도 가로수 생장에 지장을 초래한다. 일부 가로수는 현수막이나 가게 등이 내건 장식용 전구의 전깃줄로 꽁꽁 동여매어 있다.

 

2009년 1월 현재 천안의 가로수는 3만5064본. 가로수 수난 근절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a  불법훼손 등으로 고사한 가로수를 제거한 모습.

불법훼손 등으로 고사한 가로수를 제거한 모습. ⓒ 윤평호

불법훼손 등으로 고사한 가로수를 제거한 모습. ⓒ 윤평호

천안시는 2007년 7월 '천안시 가로수 조성.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가로수 훼손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된다. 시는 지난해 보상금 지급 예산으로 500만원을 편성했다. 실제 지급된 건수는 없다. 김덕환 천안시 녹지관리팀장은 "가로수를 불법으로 훼손하거나 고사시키는 것을 목격하더라도 이웃인 경우가 많아 신고를 기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시의 적극적인 가로수 조성.관리시책도 요구된다. 조례 제정으로 시는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천안시 가로수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운영 개최 실적은 전무하다.

 

김우수 천안YMCA 시민사업팀장은 "가로수 훼손행위에 엄격히 대처하고 새로운 가로수 식재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가로수를 어떻게 잘 가꾸고 관리할 것인지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환 팀장은 "예산 편성시 가로수 관련 예산이 매년 우선순위에서 떠밀려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20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30 17:0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20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가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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