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 꽉 찬 놈으로 준다며 한마리씩 확인해서 옮겨담고 있다. 건드려서 그런지 물이 먹물로 변했다.
김동이
kg당 1만8천 원에 거래되고 있는 주꾸미는 본래는 한 열두어 마리 정도밖에 올라가지 않지만, 역시 단골집이어서 그런지 서너 마리는 더 올린 것 같다.
"근디 꽃게는 안 사는기유?"
"너무 비싸유. 제철돼서 가격이 쫌 떨어지면 그 때 와서 살께유."
"그리유. 그 때 오면 내 또 덤으로 얹혀줄 테니께 또 와유."파는 상인이나 사는 소비자나 모두 기분 좋게 흥정을 마치고는 구입한 수산물을 두 손 가득 든 채 수산물 시장을 빠져나왔다.
"꽃게도 싱싱해 보이던데? 안 그려유?"
"그래도 지금은 주꾸미가 최고지. 머리에 밥알도 꽉 차 있고…."이날 같이 동행했던 동료는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지 입맛을 다시며 슬쩍 주꾸미가 포장된 박스를 쳐다보았다.
그날 저녁, 집 인근 마트에 가서 큰 무 하나를 구입해서 집으로 들어왔다. 버너와 샤브샤브를 해 먹을 냄비, 초고추장을 준비한 뒤 박스를 열었다.
얼음속에 한참 있어서 얼어 있을 줄만 알았던 주꾸미가 싱싱한 상태 그대로 있었다. 마침내 버너에 올려놓았던 물이 끓기 시작하고 싱싱한 주꾸미가 찌개속으로 풍덩! 이내 몸을 비비꼬며 비틀더니 선홍빛으로 변신했다.
먹음직스럽게 가위로 잘라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그 맛이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리고 주꾸미 샤브샤브의 백미, 알이 꽉 찬 주꾸미의 먹물주머니는 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톡 터져 나오는 먹물과 알이 입안을 심심치 않게 만들었다.
수산물 시장에서 후(厚)한 상인들의 인심을 느끼고, 이와 함께 이맘때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주꾸미의 참맛을 느낀 오늘은 참으로 '운수좋은 날'이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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