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소녀시대가 GM대우의 차세대 마티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성호
그러나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는 차세대 마티즈가 아니라 소녀시대 멤버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이쪽 좀 봐주세요"라는 기자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그 어떤 신차 발표회장보다 자리다툼도 치열했다. 뜨거운 취재 경쟁으로 모터쇼 행사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열띤 신차 취재 경쟁 속에서 소녀시대를 앞세워 흥행몰이에 성공(?)한 GM대우 측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소녀시대와 함께 차세대 마티즈 옆에서 포즈를 취하던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의 얼굴에도 시종일관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GM대우 신차 옆에서 잔뜩 폼을 잡고 있던 미녀 도우미들은 소녀시대 쪽으로 몰려간 기자들을 돌아보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멀찌감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국내외 타 브랜드 관계자들도 허탈해 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름 심혈을 기울여 행사를 준비했는데, 소녀시대가 '한 방'에 분위기를 장악해 버렸기 때문이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GM대우가) 돈이 없다더니, 돈 많네"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GM대우가 최근 산업은행에 1조 원 수준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실제 GM대우가 행사 당일까지도 소녀시대가 출연한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쳤던 배경 중에 하나는 '돈'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녀시대의 출연료가 높아서 막판까지 행사 출연이 불확실했다는 것이다. 소녀시대가 이날 행사에 얼마의 출연료를 받았는지는 결국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대학축제를 비롯해 기업 행사, 지방자치단체 축제 등에 가수가 출연할 경우 인기그룹 빅뱅이나 동방신기는 회당 최고 2000만 원 가량을 받고, 소녀시대나 원더걸스 등은 15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들의 출연료는 공연장소, 무대의 성격, 곡수 등을 종합해 책정되고, 수도권을 기준으로 거리에 따라 교통비 명목으로 100만~200만 원이 추가된다고 한다.
타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모터쇼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부스 대여 명목으로 적지 않은 참가비를 내야하고, 행사장 인테리어와 발표회, 도우미 등 많은 추가 비용이 나간다"며 "요즘같이 자동차 시장이 불황일 때 고액의 출연료를 줘야 하는 인기 연예인까지 부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황' 속에 열린 모터쇼... GM대우 "2분기 자금유동성 우려" '아름다운 기술, 놀라운 디자인' |
'2009 서울모터쇼'가 2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12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다.
2일은 언론 공개행사로 진행되며 일반인들의 관람은 3일 낮 12시부터 이뤄진다.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낮 동안 전시장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과 동반 가족을 위해 폐장시간을 오후 8시(토·일요일은 오후 7시)로 2시간 연장, 운영한다. 입장료는 대학생 포함 일반인 9000원, 초등학생 포함 어린이 6000원이다.
올해 7회째인 서울모터쇼는 '아름다운 기술, 놀라운 디자인'(Beautiful Technology, Wonderful Design)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며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GM대우·르노삼성·쌍용자동차 등 5개 국내 완성차 업체와 120개 국내 부품업체가 참여한다.
해외에서는 9개국 33개 업체가 참여해 총 158개 업체를 모터쇼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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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서울모터쇼는 세계 금융위기로 촉발된 장기 불황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게다가 GM 파산 우려, 한미FTA 자동차 부문 재협상 등 국내외 자동차 시장이 뒤숭숭한 상황이어서, 예년의 모터쇼와 비교해 대폭 규모가 축소되거나 차분한 분위기였다.
우선 이번 모터쇼에는 경기 불황을 이유로 수입차 업체 절반 이상이 불참을 선언해 아우디·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토요타(렉서스)·혼다·포드(링컨) 등 6개 업체 8개 브랜드만이 참가했다. 이번 모터쇼를 두고 "집안 잔치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모터쇼의 또 다른 특징은 화려한 '쇼'를 최대한 억제하고, 모터쇼에 늘 따라붙은 '미녀 도우미' 숫자도 예년에 비해 동결하거나 대폭 축소했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저마다 "관람객의 시선을 도우미가 아니라 자동차로 끌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도우미를 고용하는 비용이 크지 않았는데, 요즘엔 도우미들도 등급이 나눠져 있어 최고의 도우미를 쓰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아예 도우미를 줄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및 매출 감소에 따른 유동성 문제에 어느 기업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프레스데이에서는 쌍용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조지부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와 신차를 소개하고, 판매 확대에 앞장서겠다는 결의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