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비대위는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허용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권우성
다시 비정규직법안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일 정부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간제(계약직) 사용기한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업종을 확대하는 게 주요 골자다.
정부가 내세운 논리는 "비정규직 고용대란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법 시행 2년이 되는 오는 7월이면 계약한 지 2년이 되는 기간제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한시적 연장'이라는 조건을 붙여 4월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의 사회보험료를 면제하고, 직원 채용시 일정비율 이상을 정규직으로 뽑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노동계가 주장하는 '정규직 전환 지원금'에 대해서는 수용불가 입장이다. '슈퍼 추경'에서도 관련 예산은 쏙 빠졌다. "일자리 창출과 직접 관련이 없고 정책 우선순위가 아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취업시장에서 정규직은 거의 사라진 상태. 신규채용 자체도 줄었지만, 그나마 나온 일자리들은 대부분 기간제 일자리다. 정부도 기업도 정규직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전체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된다, 아예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비정규직 비율은 52%(지난해 8월 현재)로 절반을 넘어섰다.
기륭전자·이랜드·코스콤 등 장기투쟁을 벌였거나 지금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있을까.
"이러다가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겠다"김소연 기륭전자 노조위원장은 "지금도 제조업 생산현장에서는 사업주들이 법망을 피해서 파견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남신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직무대행도 "그나마 직접 고용된 기간제노동자가 파견이나 특수고용노동자로 바뀌는 등 노동의 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근로자파견법이 임시적으로 3개월까지 파견노동을 허용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편법적인 3개월짜리·6개월짜리 노동자가 늘어났다. 생산라인 별로 각자 다른 업체 파견노동자를 쓰면서, 직접고용은 아예 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제정 당시 <비정규직 법률 및 인력관리 체크포인트>라는 책자를 통해서 "한두 달 공백을 두고 계약하면 정규직화 없이 2년 이상 고용할 수 있다, 파견노동자를 2년 고용하다가 해고하고 기간제로 계약하면 최대 4년까지 고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번에 법이 개정되면, 결과적으로 경총이 바라던 '4년 고용'이 법으로 보장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