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가 스무마리에 만 원? 와 싸다!"

[포토에세이] 희망을 깁는 사람들

등록 2009.04.04 11:32수정 2009.04.0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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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 대게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것은 20마리에 만원이란다.
주문진항대게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것은 20마리에 만원이란다.김민수

그날 조황에 따라 시세가 다르지만 오늘 주문진항에는 대게가 많이 들어왔나 봅니다.
주문진항 근처의 시장을 둘러보는 길, 시장 초입부터 붉은 대게가 가득합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작은 것은 스무마리에 만 원이랍니다. 물론 어느 정도 씨알이 굵어야 맛있지만 큰 것도 만 원에 두 마리를 준다니 무척 싼 편입니다.


두 주 전 방문을 했을 때는 평일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없어 썰렁했는데 주말이라서 그런지 오늘(3일)은 조금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사람들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실감나고, 이렇게 장사가 안되면 이 분들 어떻게 먹고 사나 걱정이 됩니다.

주문진항 시장이 북적북적 했으면 좋겠다.
주문진항시장이 북적북적 했으면 좋겠다.김민수

두 주 전 방문했을 때는 오징어가 두 마리에 만 원이었는데 오늘은 일곱 마리에 만원이라고 합니다.  언젠가 여름에 단 돈 만 원에 오징어를 스무 마리까지 산 적이 있는데 그때는 횡재한 것이겠지요.

장사가 잘 안돼서 그러는지 좌판을 벌리고 있는 분들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느낌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주어야 할 터인데, 재래시장을 찾는 서민 여행객들이 많이 줄어 사정이 좋지 않아 주말에만 문을 여는 가게도 많고, 평일에는 어둡기 전에 파장을 한다고 합니다. 그마나 오늘은 주말이라 손님들이 좀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주문진항 대하, 도루묵, 구이
주문진항대하, 도루묵, 구이김민수

시장통에는 오징어와 대하, 도루묵, 양미리, 조개 등 해산물을 숯탄에 구워 파는 가게들이 많습니다. 주문진항을 종종 찾는 이유는 몇 해 전 산오징어를 내장까지 구워주는데 너무 맛이 좋았고, 그때 생각만 하면 입안에 감칠맛이 돌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곳에도 그런 것이 있겠지만 첫 번째 맛난 기억에 대한 추억은 자꾸만 주문진항을 찾게 합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시장통은 서민들의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해산물구이에 소주 한잔, 그것으로 일상의 고단함을 풀어냅니다. 그래서 시장통에는 물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사는 모든 이야기가 다 들어 있습니다.


주문진항 소금에 절여 말리는 생선들
주문진항소금에 절여 말리는 생선들김민수

생선 비린내가 싫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70년대 후반까지도 산골에서 생선은 아주 귀한 것이었습니다. 비린내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 정도요, 소금에 절여져 짜다못해 쓴 고등어자반 하나면 밥도둑이요, 대가리만 바싹 구워내도 뼈까지 다 씹어 먹었답니다.

그 당시는 산골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서민들의 가정도 그랬습니다. 고등어자반도 아닌 대가리만으로도 밥도둑이 될 수 있었던 시절에도 참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은 고생스럽지만 열심히 살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허튼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주문진항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
주문진항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김민수

세계화된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진 자 위주로 모든 것이 재편되고, 이제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개천에서 용나기 힘든 시절을 살아갑니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격차가 너무 커서 좌절하고, 현상유지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또 좌절을 합니다.

시장을 둘러보고 주문진항에서 그물을 깁는 어부들을 만났습니다.
몇 년 전 활기찬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그물을 손질한다는 것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물을 깁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희망을 깁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주문진항,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희망을 깁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비록 어렵지만 이렇게 주저 앉을 수 없다고 시장통에서 목소리를 높여 손님을 부르고, 흥정을 하고, 그물을 깁는 모든 사람들 다 희망을 깁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주문진항 #지역경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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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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