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현기 사무처장이 1인 나흘째 3일 아침. 매일 아침 17사단 사령부 앞에서 17사단의 부동의 입장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전개하던 날 17사단장을 태운 전용차가 그 옆을 지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롯데건설이 계양산에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의 운명이 이번 주 최대 고비를 맞는다. 계양산 롯데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육군17사단과 한강유역환경청의 최종 결정이 임박해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17사단과 한강유역환경청이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면 롯데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변동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인천의 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롯데 계양산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추진 인천시민위원회(이하 인천시민위원회)는 지난주부터 17사단 사령부 앞에서 출근길 1위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골프장 예정지 내 '도롱뇽 떼죽음' 일파만파 한강유역환경청은 최근 계양산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서 본안심의 결정을 미루고 오는 4월 7일 환경성 검토위원과 시민단체 대표 2인, 롯데건설 대표 2인과 더불어 3자 면담을 추진키로 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이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은 이 사안이 인천에서 경인운하와 더불어 이번 선거 최대 쟁점이자 중요한 환경의제인 만큼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007년 1단계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승인 당시 양호한 임상은 보호하고 군부대와 시내 쪽은 수림대를 설치할 것 등을 조건으로 계양산 골프장 건립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환경부는 2008년 1차 환경성 검토에서 전체 부지면적 가운데 이미 훼손된 지역(35만5406㎡) 이외 지역은 모두 원형보전용지로 확보할 것을 주문하는 조건부 동의를 내린 바 있다. 따라서 한강 유역환경청이 이번에도 조건부 동의나 부동의 의견을 내놓으면 롯데건설이 추진하는 18홀 골프장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가운데 골프장 예정지에서 사전환경성검토의 최대 쟁점사안인 도롱뇽이 집단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누군가에 의한 '인위적 훼손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인천시 지정 보호종인 도롱뇽이 떼죽음을 당하고 도롱뇽알과 그 서식지가 훼손된 것이 인천시민위원회와 시민생태조사단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된 날은 한강유역환경청이 사전환경성 검토를 위해 현장 답사를 실시한 3월 16일이었다.
이와 관련 노현기 인천시민위원회 사무처장은 의혹을 제기하며 "처음 발견 당시 도롱뇽과 알이 죽어있고 짓이겨져 있어 그저 아이들이 장난친 줄 알았는데 서식지(웅덩이) 주변에 중장비 흔적이 있었다"며 "사람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돌들이 이동됐고 웅덩이는 순식간에 도랑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도롱뇽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알 수 있는 지표 종으로 주로 1급수에 서식하는 양서류다. 옆새우 등 수서곤충과 지렁이를 먹고 사는데, 계양산에 도롱뇽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계양산 계곡과 산림생태계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에 지난 2일 인천시 환경정책과 계양구, 인천시민위원회는 공동으로 롯데가 골프장 건설을 위해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한 예정부지에서 도롱뇽 떼죽음 관련,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일부 훼손이 되긴 했지만 골프장 예정부지의 작은 웅덩이에도 산개구리알과 도롱뇽 알이 발견됐으며, 다행히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곳에 도롱뇽은 살아 있었다.
인천시민위원회에 따르면, 현장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목상동 솔밭 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롯데 관리인이 찾아와 공무원과 계양구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짜고짜 인천시민위원회 측에 달려들어 도롱뇽 떼죽음 사진 등을 짓밟고 험한 욕설을 퍼부으며 몸싸움을 일으켰다. 이 와중에 인천시민위원회 회원이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현기 사무처장은 "현행법상 채취가 금지된 도롱뇽과 그 알을 훼손한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조사 의뢰는커녕 인천시는 되레 '도롱뇽 알을 가져가는 것을 현장에서 잡아야한다'고 한다. 인천시가 암묵적으로 골프장 추진을 용인하는 게 아니겠냐?"며 "계양산과 야생동식물을 보호 할 의무가 있는 인천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작전성과 시민여론 앞에 전전긍긍하는 17사단 한강유역환경청의 사전환경성 검토와 더불어 최대 변수는 17사단의 입장이다. 17사단 역시 지난해 훈련과 군부대 이동 등에 제약이 있고 부대 안에 사격장이 있어 안전상 문제가 생긴다며 부동의 입장을 표명했다.
17사단이 이번에도 부동의 입장을 밝힐 경우 목상동(67만4129㎡)쪽 부지 58만1491㎡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롯데가 이쪽에 추진하려던 골프장 7홀도 불가능해진다.
17사단은 현재 계양산 군사보호구역과 관련해 시민여론과 군의 원칙, 작전성 등을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7사단 관계자는 "현재 결정된 것이 없다"며 "검토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