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현 "한달만에 추경? 사과해라", 한승수 "못 해!"

[국회 대정부질문 - 경제분야] 추경안 공방... 버티기가 통했나?

등록 2009.04.08 14:52수정 2009.04.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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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2009년도 본예산을 서둘러 날치기 하더니, 한 달 만에 추경 이야기가 나왔다. 국회를 기만한 것에 대해 사과해라." (이석현 민주당 의원)

 

"국제사회가 심하게 변하는 상황에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응한 것을 왜 사과해야 하는가?" (한승수 국무총리)

 

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이번 국회 최대 쟁점인 조기 추가경정예산안을 두고 여야 간에 공방을 벌였다. 특히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성급한 추경편성에 대한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자, 한승수 총리가 이를 거절하면서 잠시 질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한승수 총리는 이석현 의원의 '교묘한' 시간 끌기와 문희상 국회부의장의 중재로 마지못해 유감의 뜻을 표시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과할 필요 없다"며 반발했다.

 

"예산 통과 한 달 만에 30조 추경... 총리가 사과하라"  

 

a  한승수 국무총리는 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기 추경안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는 모습.

한승수 국무총리는 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기 추경안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는 모습. ⓒ 남소연

한승수 국무총리는 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기 추경안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사진은 지난 2월 13일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는 모습. ⓒ 남소연

이날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이석현 의원은 한승수 총리를 상대로 정부가 28조9000억원 규모의 조기 추경안을 편성한 것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은 "지난 해 예산심의에서 중소기업지원, 일자리 창출, 서민생계지원을 위해 민주당이 제안한 4조 3천억 원 규모의 예산안은 삭감이 된 채, 날치기까지 하면서 예산안이 통과됐다"며 "당시 강만수 장관은 국회에 4%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한 예산안을 제출해놓고, 대통령에게는 -2% 성장률을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러더니 한 달 만에 비정상적인 과도한 추경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과 국회에 대한 기만"이라며 "총리가 비정상적인 추경을 밀어붙인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승수 총리는 "이번 추경은 본예산 편성 심의 때보다 국제경기가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이라며 "그 사이 여러 어려움을 겪은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앞뒤에 여러 말을 하니까, 사과의 취지가 흐려진다. 한 달 만에 추경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 (다시) 사과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한 총리가 "한 달 만에 많이 바뀌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의원은 "궤변이다. 이렇게 많은 액수를 짜면서, 미리 예측도 못하고, 작년에 우리가 올리자고 할 때는 자르고…"라며 사과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한 총리도 "모든 나라가 급변하는 세계 경기 흐름에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 시점에 우리가 추경예산도 편성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면 책임지지 않는 정부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 의원이 "사과해라.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추경안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압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 총리는 "이 자리는 추경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고 대정부질의가 열리고 있다"고 일축했다.

 

한 총리는 더 나아가 "주변 상황이 변하는데 정부가 대응을 안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과해야 하는 것"이라며 "세계가 경기 때문에 추경을 짜느라고 야단인데, 이럴 때 오히려 여야가 힘을 보태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 이원도 "추경안을 편성한 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내놓으면 당연히 국회가 통과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오만함을 버리라는 것"이라며 "한 달 사이에 30조의 추경예산 수요가 발생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추경 때문에 사과? 못 한다" 버티던 한 총리... 마지못해 '유감' 표명

 

하지만 한 총리는 "국제사회가 심하게 변하는 상황에 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응한 것을 왜 사과해야 하느냐"며 "과거 추경을 제출하면서 총리가 국회에 사과의 말을 드렸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고 버텼다.

 

결국 이 의원은 "나는 더 이상 질문을 할 생각이 없다"며 "이명박 정부의 브랜드도 오만이고, 총리의 브랜드도 오만"이라고 쏘아붙였고, 한 총리도 "총리의 인격에 손상이 가는 발언은 자제를 해 달라"고 대응하면서 본회의장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등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여야 합의에 의해 이번 대정부질문 의원별 질문시간은 15분에서 17분으로 2분씩 늘어났다. 여기에 국무위원의 답변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질문시간 계산은 의원이 발언을 할 때만 계산이 된다. 따라서 의원이 질문을 하지 않고 버티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 그 의원의 질의시간이 유지되는 셈이다. 이 의원이 총리의 유감 표명 전까지 질문을 하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의원에 앞서 질의한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이 무려 40여 분간 질의를 하는 바람에 야당 의원들로부터 "대정부 질문입니까? 대정부 연설입니까?"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

 

결국 김형오 국회의장 대행으로 사회를 보던 문희상 국회부의장이 한 총리를 향해 "이 의원의 질문은 추경안 상정에 이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본예산 통과 얼마 후 바로 추경안을 올린 것에 대한 것이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중재에 나섰다.

 

그러자 한 총리는 마지못한 듯 "부의장이 그런 말씀하기 때문에 뜻을 받들겠다"며 "본예산이 통과되고 한 달 만에 급박한 세계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경안을 제출하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총리가 발언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이 의원이 "그만 하라"고 말문을 막아 버렸다.

 

'사과'가 아닌 '유감'으로 한 단계 수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추경을 둘러싼 설전에서 이석현 의원이 한승수 총리에게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곧바로 역공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의원에 이어 질의에 나선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긴급 재정을 마련하려는 것에 대해 총리더러 사과를 하라니, 이런 후안무치한 정치 세력을 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2009.04.08 14:52ⓒ 2009 OhmyNews
#추가경정예산안 #한승수 국무총리 #국회 대정부질문 #이석현 민주당 의원 #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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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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