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중학교 앞 경사진 도로신호등이 없어 1년 내내 지도교사와 자원봉사자의 교통지도가 필요한 지역이다.
정선화
무려 4개 학교가 인접해 있는 통영시 인평동 중앙도로에 신호등은 물론 속도제한카메라, 과속방지턱 등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어 많은 학생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올해 2월 평인일주로 3차 구간 확·포장공사가 완료된 후에는 완만한 곡선을 이루던 도로가 직선으로 바뀌면서 운행하는 차들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인평초등학교에서 충무중학교로 오는 방향은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로, 달려 내려오는 차들이 아찔함을 더하고 있는데 학교 앞 도로에는 횡단보도와 경보등(황색 점등)이 전부이다.
인평동은 인평초등학교, 충무여자중학교, 충무중학교,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 등 고등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밀집한 교육의 중심지역으로 각 학교의 학생들을 모두 합하면 3,600여명, 초·중학생만 해도 2,500여 명에 달한다.
때문에 등·하교 시간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차와 사람이 뒤죽박죽이 되는 광경을 연출한다. 매일 두 시간씩 각 학교의 지도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이 교통지도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평초등학교 배경혜 교감은 "학교 앞 교통지도는 필수로 단 하루라도 거를 수 없다"며 "등교시간에는 먼저 교실에 들어간 학생들을 돌볼 수 없어 어린 학생들만 두고 밖에서 교통을 정리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편하진 않다"고 말했다.
또한 충무중학교 양영오 교장은 "오고 싶은 학교·발전하는 학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인평동 도로 문제는 우리 학생들뿐 아니라 주민 전체의 안전을 위해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차도가 2~3차선 정도로 좁아 혈기왕성한 학생들이 재빠르게 차 사이를 뛰어 건너는 무단횡단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교 시에는 많은 학원차량들이 양쪽 도로변을 점거해 더욱 좁은 도로를 만들어 무단횡단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이를 바라보는 학교와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매월 개최하는 인평동 기관단체장 회의에서는 학교 앞 도로에 관한 건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2월 이래 동사무소에서 시청 및 경찰서에 올린 정식건의만 해도 벌써 6건에 이른다.
인평동 동사무소 관계자는 "길이 내리막인데다 직선이 된 이후부터는 차들이 속도를 줄일 겨를이 없어졌다"며 "안전시설에 관한 건의를 수차례 올렸지만 모두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통관리시설을 관할하는 통영경찰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했다. 먼저 가장 많은 학생들이 이동하는 충무중학교 앞 횡단보도는 교차로와 커브길이 맞물려 있어 신호체계를 정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했다. 벌써 2년 전 교통규제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사안으로 기본 도시설계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경찰서 관계자는 "예전부터 이 구간에서 민원이 많아 여러 번 검토해 봤는데 도로구조상 교차로가 더 넓어지고 양 이면도로의 입구가 비슷하게 맞춰져야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다"며 또 "현재 시청의 예산으로는 그렇게 큰 공사를 당장 시행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속도제한카메라를 설치하고자 하는 위치는 인평초등학교로 인한 어린이 보호구역의 경계 지역으로 41㎞부터 단속해야 할지 61㎞부터 단속해야 할지 기준이 애매해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타당성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과속방지턱은 시청이 관할하는 부분으로 내리막길의 경우 덤프트럭이 지나가면 주변에 위치한 주택 전체가 들썩거리며, 급정지했을 때 앞·뒤차의 추돌위험이 높고 시내버스에 탄 노인이 허리를 다치는 등 2차 민원이 많이 발생해 시내간선도로에서는 설치가 쉽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도로구조가 맞지 않아 신호등을 설치할 수 없다는 이 구간이 이번에 확·포장공사가 완료되어 다시 도로개선이 이루어질 계획이 없고 그 확·포장공사가 학생들을 더욱 안전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수년째 이어온 민원을 왜 평인일주로 3차 구간 확·포장공사에 반영하지 않았는지, 지도교사 및 자원봉사자들의 교통지도에만 의존한 채 3~4000명의 학생들을 위험 속에 방치할 것인지 행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