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12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중인 10층과 11층 중수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오가며 업무를 보는 가운데 11층 사무실은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다.
권우성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에 건넸다는 거액의 돈을 둘러싸고 '노무현 대 검찰·언론의 진실게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공격의 진영'에 선 검찰·언론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받았다는 100만 달러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방어의 진영'에 선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해명한 것처럼 100만 달러의 종착지는 자신이 아니라 권씨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권씨가 지난 11일 검찰의 비공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부탁해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사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 100만 달러의 종착지?노 전 대통령의 반격은 공교롭게도 장남 건호씨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있던 12일 오후 4시 37분 시작됐다. 부인 권씨가 검찰조사를 받은 다음날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개인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에서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먼저 '해명'이란 100만 달러와 직결된 것이다. 100만 달러는 지난 2007년 6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부인 권양숙씨에게 전달됐다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7일 올린 글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은)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언론은 박연차 회장의 진술을 빌어 노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100만 달러가 해외순방 직전에 청와대에 건네졌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시각 때문에 '정작 본인이 받아놓고 진실이 드러나자 부인 뒤로 숨고 있다'는 힐난까지 나오고 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12일자 논평에서 "대선을 앞두고는 표심을 잡기 위해 아내를 감싸다가도, 사법책임을 앞두고는 슬쩍 아내의 뒤로 숨는 노회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겁함이 국민을 실망케 한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언론에서는 장남 건호씨의 유학생활, 2007년 7월 노 전 대통령 부부와 건호씨의 미국 시애틀 만남 가능성 등을 보도하며 100만 달러 일부가 건호씨의 유학자금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부인이 받았다"... 결벽증에 가까운 노 전 대통령의 사실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