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민들레정거장에서

등록 2009.04.13 17:59수정 2009.04.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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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질방이'란 별칭이 있는  민들레. 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씨앗을 잔뜩 머금고 있다.
'안질방이'란 별칭이 있는 민들레. 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씨앗을 잔뜩 머금고 있다. 안병기
'안질방이'란 별칭이 있는 민들레. 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씨앗을 잔뜩 머금고 있다. ⓒ 안병기

 

해거름녘

꽃 핀 벚나무 늘어선 길가에서

민들레정거장에서 보았다

한 안질방이 노파가 풀석 주저앉아 있는 것을

그렇게 여기 쭈그리고 앉아서

하염없이 누구를 기다리느냐 물었더니

곤궁한 살림살이 견디지 못해

어느 바람 부는 날

뿔뿔이 흩어져

대처로 훌쩍 떠나버린

자식들을 기다리노라 했다 

집으로 돌아가셔서

편안히 앉아 기다리시면

어련히 알아서 돌아올 텐데

무엇 때문에 고생을 사서 하시느냐 물었더니

세상엔 기다림이 삶의 기쁨이 된 사람도 있다고 했다

민들레정거장에 

서서히 등이 켜지자

속절없는 기다림에 지친 한 생애가 졸리운 듯이 

두 눈을 자꾸만 깜박 거렸다

2009.04.13 17:59ⓒ 2009 OhmyNews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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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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