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교과부의 일제고사 재채점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작년 2월 시험결과 발표할 때부터 임실을 너무 띄웠다 망신당하니까 화살을 현장으로 돌린다 싶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일제고사가 가져온 문제점들은 다 모르쇠하고 시험감독과 채점, 보고과정만 강화한다고 합니다. 교과부는 선다형일변도 허접한 시험에 100억이 넘는 돈을 들여 국민여론 분열, 10명의 해직교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고도 교과부는 자기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제고사를 법제화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7일 부산에서 열린 미래형교육과정 2차 토론회에서는 미래형교육과정의 구조와 실효화 방안으로 일제고사 법제화를 내놓았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이란 글로벌창의인재 육성을 위해 학교가 교육과정을 자율 편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동안 교육과정이 너무 획일적이고 학교 특색이 없어서 교과별로 최소시간만 주고 나머지는 학교에서 짜라고 합니다. 이렇게 자율권을 주는 대신 초등 3, 6학년과 9학년(중3)에 학업성취도평가를 본다는 겁니다.
7. 교육과정의 질 관리 체제 안 |
□ 국가는 3, 6, 9학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공정하게 관리하여 학생들의 기초 학
력을 파악한다.
□ 교육과정 컨설팅 기구를 마련하여 단기적으로는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단위 학교 교
육과정 개선 과제를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래형 교육과정 개발을 지원한다.
(제2차 미래형교육과정 토론회 발제문 중) |
일제고사 보기 전에 교육환경과 교육과정부터 제대로 갖춰야
학교에 자율권을 주고 국가는 시험으로 질을 관리한다?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나라들이 교육과정은 핵심만 간단하게 제시하고 학교가 학생에 맞춰 재구성하게 합니다. 어떤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나 차별 없이 배우게 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수도 많지 않고 보조교사까지 두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소외되지 않게 하려고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씁니다. 교사들이 수업을 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업도움 자료도 많이 제공하고, 어떤 나라는 교무실이 도서실 같고 각종 수업자료나 교구가 풍부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나라들이 일제고사로 질을 관리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나라는 대부분 교사들이 한 눈에 학생들을 보기 어려울만큼 학생 수가 많습니다. 시간 시간 공부할 내용은 미리 공부했거나 가정에서 문화적으로 익숙한 학생들이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일이 다니면서 이해정도를 봐줘야 하지만 두 바퀴 정도 돌고나면 수업이 끝나버립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을 봐주려고 한다면 진도 나가기는 포기해야 합니다. 교사에게 제공되는 자료는 교사용 지도서와 교과서뿐입니다. 올해 교육과정이 바뀌었지만 수업에 도움을 줄 만한 자료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또 교육과정을 바꾼다고 합니다. 이 교육과정이 제대로 만든 것인지부터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7차 때는 교과부가 일제고사 못 보게 하더니
일제고사가 정말 효과가 있기는 한가요? 교과부는 그 동안 선다형일변도 평가 때문에 학생들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수업에서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수행평가결과도 서술식으로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교육과정에서 금지한 선다형 일제고사를 봐서 효과는 없고 사회적 물의만 일으켰습니다. 일제고사를 보는 시기와 효과에 대한 어떤 학문적 근거도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제고사 문제를 만들어도 한가지 틀로 교육을 재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런데도 버젓이 일제고사를 법제화해서 창의적인 인간을 기를 미래형교육과정을 만든다구요? 교과부는 지금 시행되는 교육과정이나 잘 시행되도록 도와주는 게 우선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우리교육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교육과정 개편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과부와 정부는 이런 중요한 문제를 너무 빠르게 진행하고, 국민들이 알기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교육의 미래를 담는 만큼 국민 모두가 제대로 알고 의견을 수렴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사이자 학부모, 국민의 눈으로 미래형교육과정의 내용에 대해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09.04.15 09:5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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