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92) 정신적

― ‘정신적으로 가슴 아프게’, ‘정신적 휴식’, ‘정신적 고뇌’ 다듬기

등록 2009.04.15 19:48수정 2009.04.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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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정신적으로 가슴 아프게

 

.. 그렇게 정신적으로 가슴 아프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건 다 외면해 버리고 ..  《권정생-죽을 먹어도》(아리랑나라,2005) 44쪽

 

 '외면(外面)해'는 '등돌리고'나 '팔짱을 끼고'나 '모른 척하고'로 다듬습니다. "이런 건"은 "이런 일은"이나 "이런 데는"으로 손봅니다.

 

 ┌ 정신적(精神的) : 정신에 관계되는

 │  - 정신적 고통 / 정신적 부담 / 정신적 활동 / 정신적인 사랑

 ├ 정신(精神)

 │  (1)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   - 육체와 정신 /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로부터 시작한다

 │  (2)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   - 맑은 정신 / 정신을 가다듬다 / 정신을 잃다

 │  (3) 마음의 자세나 태도

 │   - 봉사 정신 / 절약 정신

 │  (4) 사물의 근본적인 의의나 목적 또는 이념이나 사상

 │   - 화랑도 정신 / 민주주의 정신 / 3ㆍ1 운동의 정신

 │

 ├ 정신적으로 가슴 아프게 살아가는

 │→ 가슴 아프게 살아가는

 │→ 마음 아프게 살아가는

 └ …

 

 "정신에 관계되는" 일이 '정신적'이라 하고, '정신'이란 '마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보기글은 "마음으로 가슴 아프게" 꼴이 되니 겹치기입니다. '정신적으로'를 '마음으로'로 다듬어도 잘못 쓴 셈이니 아예 '정신적으로'를 덜고, "가슴 아프게"라고만 할 때가 가장 낫습니다.

 

 ┌ 정신적 고통 → 마음앓이 / 가슴앓이 / 마음아픔 / 괴로움

 ├ 정신적 부담 → 마음짐 / 마음에 짐 / 무거운 마음

 ├ 정신적 활동 → 마음쓰는 일 / 마음일

 └ 정신적 사랑 → 마음사랑 / 마음으로 하는 사랑

 

 마음이 아프니 '마음앓이'입니다. 가슴이 아프면 '가슴앓이'입니다. 한 마디로 '괴로움'이요 '아픔'입니다.

 

 마음에 짐이 되니 '마음짐'입니다. 말 그대로 '마음에 짐'이라 할 수 있고, '무거운 마음'이라 해도 됩니다.

 

 마음을 쓰는 일이니 '마음일'입니다. 몸을 쓰는 일이란 '몸일'이고, 머리를 쓰는 일은 '머리일'이며, 손을 쓰는 일은 '손일'입니다.

 

 마음으로 나누는 사랑이라면 '마음사랑'입니다. 몸으로 나누는 사랑이라면 '몸사랑'일 테지요. 책으로 나누는 사랑이라 '책사랑'이고, 돈에 바치는 사랑이라 '돈사랑'입니다.

 

 

ㄴ. 정신적 휴식을 위하여

 

.. 그런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적 휴식을 위하여 자연을 찾게 되고, 그래서 시골을 찾게 됩니다 ..  《고다 미노루/장윤,이인재 옮김-숲을 지켜낸 사람들》(이크,1999) 58쪽

 

 "휴식(休息)을 위(爲)하여"는 "쉬려고"나 "쉬고 싶어서"나 "쉬게 하려고"고 다듬습니다.

 

 ┌ 정신적 휴식을 위하여

 │

 │→ 마음을 쉬게 하려고

 │→ 마음이 쉬어야 하니

 │→ 지친 마음을 쉬고자

 │→ 쉬고 싶은 마음에

 │→ 마음을 다스리고자

 └ …

 

 마음을 쉬도록 하는 일이라 한다면 '마음쉼'이라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적 휴식을 위하여"처럼 말하고 싶은 분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말투밖에 떠오르지 않을 테지만, 마음에 얹힌 짐을 살포시 내려놓고 우리 말에 살짝살짝 마음을 쏟는다고 한다면, "마음쉼을 즐기고 싶어"나 "마음도 쉬어야 하므로" 같은 말투가 저절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이 갇혀 있기 때문에 갇힌 말만 튀어나온다고 봅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가두었기 때문에 꽉 막히거나 답답한 글만 샘솟는다고 봅니다.

 

 마음을 가볍게 할 때 비로소 홀가분하면서 손쉽고 단출한 말과 글이 펼쳐집니다. 마음에 짐이 아닌 사랑을 얹을 때 바야흐로 따뜻하고 애틋한 느낌 담뿍 실린 말과 글이 펼쳐집니다.

 

 우리 마음에는, 우리 넋에는, 우리 가슴에는, 우리 얼에는, 깊디깊은 사랑과 넓디넓은 믿음을 한아름 담을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운 마음이 되도록 가꾸고, 넉넉한 가슴이 되도록 북돋울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ㄷ. 정신적인 고뇌

 

.. 다음날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면서, 정신적인 고뇌에 시달려 밤이 될 때까지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  《페스탈로찌/홍순명 옮김-린하르트와 겔트루드》(광개토,1987) 82쪽

 

 '고뇌(苦惱)'라는 낱말에는 남다른 뜻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우리 말로 하면 '괴로움'입니다. "정신적인 고뇌"라 한다면 "정신적인 괴로움"이라는 소리입니다. "정신이 괴롭다" 소리입니다. "마음이 괴롭다"는 소리입니다. "마음이 아프"거나 "가슴이 시리다"는 이야기입니다.

 

 ┌ 정신적인 고뇌에 시달려

 │

 │→ 마음앓이에 시달려

 │→ 마음을 끙끙 앓으며

 │→ 마음이 아파서

 │→ 마음이 괴로워서

 │→ 괴로워서

 └ …

 

 마음이 아플 때에는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기 마련입니다. 마음이 아프더라도 밥은 잘 먹을 때가 있을 터이나, 마음앓이를 할 때에는 몸앓이가 뒤따르면서 우리 매무새가 흔들리게 됩니다. 튼튼하거나 거침없던 몸가짐이 흔들립니다.

 

 마음이 괴로울 때에는 일이 손에 안 잡히기 마련입니다. 마음이 괴로우더라도 일은 잘 할 때가 있을 터이나, 마음에 괴로움이 쌓이면서 우리 살림새가 기우뚱하게 됩니다. 어지럽거나 어수선하고 맙니다.

 

 ┌ 근심걱정에 시달려

 ├ 근심걱정이 가득하여

 ├ 골치가 아파서

 └ …

 

 근심이 가득한 가운데 옳게 꾸리기 어려운 삶입니다. 걱정이 넘치는 가운데 살뜰히 다독이기 어려운 삶입니다. 괴로운 나머지 어디론가 숨거나 내빼고 싶은 삶입니다. 고단한 끝에 삶자락 잇던 끈을 놓고프다는 생각이 드는 삶입니다.

 

 ┌ 괴로움에 시달려 밤이 될 때까지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 괴로운 나머지 밤이 될 때까지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 괴로워서 밤이 될 때까지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 …

 

 그러나 근심도 걱정도 골치도 괴로움도 힘겨움도, 모두모두 우리한테 살가운 벗님으로 여기면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근심 가실 날 없는 삶을 고이 받아들이면서 하루하루 더 웃고 더 땀흘리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웃음은 웃음이어서 반갑고 기쁘듯, 눈물은 눈물이어서 반갑고 기쁘게 맞아들이게 됩니다.

 

 이러는 동안에는, 짓궂거나 얄궂은 말투가 세상에 두루 나돌아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습니다. 안타깝거나 씁쓸한 말투가 둘레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도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가누면서 우리 스스로를 북돋울 수 있습니다.

 

 ┌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여

 ├ 괴로움을 삭이지 못하여

 ├ 괴로움이 너무 커서

 ├ 너무 괴로워서

 └ …

 

 우리 삶을 우리 손으로 지킨다는 마음이라면, 가장 낮거나 작은 자리부터 조금씩 붙잡게 됩니다. 우리 삶터를 우리 손으로 일군다는 생각이라면, 머나멀고 힘들디힘든 길이라 하여도 꾸준하게 이어가면서 스스로 힘을 내게 됩니다.

 

 마음이 튼튼할 때 허튼 데에 몸뚱이가 휩쓸리지 않듯, 마음이 튼튼하다면 허튼 말에 우리 스스로 휩쓸리지 않습니다. 마음이 단단할 때 얕은 데에 몸뚱이가 휘둘리지 않듯, 마음이 단단하다면 얕은 말에 우리 스스로 휘둘리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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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5 19:48ⓒ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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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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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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