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공원에서 통일의 꿈을 보다

김포 조각공원에서 만난 통일염원 담은 10개의 작품

등록 2009.04.17 16:24수정 2009.04.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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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수천 작 '자연과의 대화'

전수천 작 '자연과의 대화' ⓒ 이승철

전수천 작 '자연과의 대화' ⓒ 이승철

지난 16일 강화도에 있는 진달래 명산 고려산에 다녀오는 길에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조각공원을 찾았다. 김포시가 1988년부터 2001년에 걸쳐 조성한 조각공원은 인근 문수산 일대의 휴양지화의 일환으로 계획하여 정부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조성하였다.

 

공원 안에는 조각공원 외에도 청소년 수련원, 사계절 썰매장, 레포츠 공원 등이 함께 들어서 있었다. 조각공원의 주된 테마는 통일이었다. 분단된 삼팔선과 가까운 지역적 특성과 병인, 신미양요를 겪은 현장이라는 특수성이 '통일'이라는 주제를 담기에 알맞은 여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각공원을 둘러보면서 언뜻 느낀 소감은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 속에서 통일이라는 주제의 연관성을 쉽게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들은 나름대로 통일의 개념을 확대하고 관념화하여 단일성과 통합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도입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각공원은 자연과 예술작품, 인간이라는 이상적인 조화를 이끌어내어 대중들이 만나고 함께 호흡하는 아름다운 자연공간을 추구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는 문화해설가 이승남(64)씨는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조각공원으로 출품 작가들의 수준도 명성이 높은 국내작가들 뿐만 아니라. 외국 작가들도 세계 100위 안에 드는 최고 수준의 작가들이라고 말했다.

 

a  김영원작 '길'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문화해설가 이승남씨

김영원작 '길'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문화해설가 이승남씨 ⓒ 이승철

김영원작 '길'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문화해설가 이승남씨 ⓒ 이승철

전시된 작품들에 대한 확실한 지식과 해박하고 논리적인 설명으로 우리 일행들을 감동시킨 문화해설가 이승남씨의 안내로 조각공원을 둘러보았다. 첫 번째 만난 작품은 내국인 작가인 전수천씨의 작품 '자연과의 대화'였다.

 

자연과의 대화는 거울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연의 흡입과 방출이라는 이원적 효과를 근간으로 구성한 작품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연의 진실성을 통해 환경의 투영이라는 예술과 환경의 조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중앙에 설치된 마름모꼴 회전물체는 변화하고 방황하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표현하여 자연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내면으로부터 표출되는 열린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역시 내국인 작가인 김영원의 '길'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그냥 보기에는 약간 외설스런 작품이었다. 벌거벗은 몸으로 서있는 세 명 남성의 성기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a  류경원 작 '인간의 굴레'

류경원 작 '인간의 굴레' ⓒ 이승철

류경원 작 '인간의 굴레' ⓒ 이승철

이 작품은 똑 같은 모습의 인간이 각기 다른 자세와 색깔로 덧입혀져 서있다. 두 사람은 불안전한 자세인 거꾸로, 하나는 똑바로 걷는 자세다. 그러나 똑 바로 서서 걷는 사람도 윗몸과 아랫몸의 색깔이 서로 다르다.

 

같은 정체성을 갖고 있는 우리민족이 두 개의 색깔과 모습으로 살아가는 남북분단의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 불완전하고 색깔과 자세가 다른 모습이 바로 우리민족의 비극적인 현실이자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복잡 다양한 모습이라는 것이었다.

 

세 번째 작품도 역시 내국인 작가인 류경원의 '인간의 굴레'였다. 이 작품은 창살에 갇힌 분리된 여체를 묘사하고 있었다. 이 작품의 이미지는 창살의 틀 안에 분리된 모습으로 갇힌 인간은 구속인가, 아니면 실체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실세계 인간들의 허상을 형상화한 이 작품에서는 굴레 속에 꼼짝 못하도록 갇힌 조각난 여체를 통해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불어 남북분단을 조각난 여체라는 방법으로 표현하여 통합되기를 갈망하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것이다.

 

a  스테판 발켄홀 작 .그림자 인물'

스테판 발켄홀 작 .그림자 인물' ⓒ 이승철

스테판 발켄홀 작 .그림자 인물' ⓒ 이승철

네 번째 작품은 외국인 작가 스테판 발켄홀 작 '그림자 인물'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산책로 길 위에 매달아 놓은 10개의 인간모습 철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열 개의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인간의 내면세계를 조영한 작품이다. 또한 오랜 남북분단으로 동질성을 상실해가는 우리민족의 아픔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다.

 

a  박헌열 작 '천사와 나무'

박헌열 작 '천사와 나무' ⓒ 이승철

박헌열 작 '천사와 나무' ⓒ 이승철

다섯 번째 작품은 내국인 작가 박헌열의 '천사와 나무'였다. 이 작품은 높다란 나무 위에 서 있는 세 명의 천사였다. 두 명의 여성천사와 한 명의 남성 천사로 구성된 이 작품은 균형과 본질을 상실한 이미지, 그리고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질성과 천사라는 동질성을 통해 분단된 우리 민족의 현실을 암시하면서 통일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고 있었다.

 

a  김주호 작 '우리에게 시작이 있다

김주호 작 '우리에게 시작이 있다 ⓒ 이승철

김주호 작 '우리에게 시작이 있다 ⓒ 이승철

여섯 번째 작품은 국내작가 김주호의 '우리에게 시작이 있다'라는 작품이었다. 화강석으로 조각한 이 작품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가족이라는 구성단위와 빈 자리를 통해 보여주는 이산가족의 아픔, 흩어진 가족을 통해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a  댄 그레이험 작 '양분된 반사유리와 트라이앵글'

댄 그레이험 작 '양분된 반사유리와 트라이앵글' ⓒ 이승철

댄 그레이험 작 '양분된 반사유리와 트라이앵글' ⓒ 이승철

일곱 번째 작품은 외국인 작가인 댄 그레이험의 '양분된 반사유리와 트라이앵글'이라는 작품이었다. 스테인리스와 유리로 만들어진 삼각형 구조물은 언뜻 보기엔 작은 조립식 건물 같은 모습이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삼각 프레임은 한반도 주변의 삼각 강자구도를 나타낸다. 반원으로 나누어진 중앙부는 서로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통하지 못하는 납북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깨뜨려야할 불신의 벽이 바로 통일의 장애물인 것이었다.

 

a  빔 델브와 작 '바람의 장미'

빔 델브와 작 '바람의 장미' ⓒ 이승철

빔 델브와 작 '바람의 장미' ⓒ 이승철

여덟 번째 작품은 빔 델브라의 '바람의 장미'였다. 이 작품은 장미라는 아름다운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사람의 골반형태 작품 네 개가 흩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인체의 골반을 형상화 한 것은 골반이 바로 인체의 상하를 나누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윗몸과 아랫몸의 통로인 골반을 통해 남과 북을 잇는 통일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성의 하체인 골반은 자궁을 감싸고 있는 부위다. 인간이 생명으로 만들어진 순간부터 가장 평안한 곳이 어머니의 자궁이다. 작품은 골반의 형상화를 통해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평화와 안식에 대한 염원을 담아 생명과 아름다움의 대명사 장미라는 이름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a  줄리안 오피 작 '모던-자연'

줄리안 오피 작 '모던-자연' ⓒ 이승철

줄리안 오피 작 '모던-자연' ⓒ 이승철

아홉 번째 작품은 외국인 작가 줄리안 오피의 '모던-자연'이었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각종 모형과 건물 작품들은 현대문명사회를 나타내고 있었다. 시선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는 현대의 다양한 얼굴이며 도식적이고 획일적인 이런 얼굴이 현대문명 자체의 굴레라는 것이다.

 

현대문명은 자연과 조화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문명 그 자체가 스스로 굴레가 되어버린 것처럼, 남북 분단의 역사 또한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통일의 걸림돌이라는 명제를 담고 있었다.

 

a  솔 레이트 작 '불규칙한 진보'

솔 레이트 작 '불규칙한 진보' ⓒ 이승철

솔 레이트 작 '불규칙한 진보' ⓒ 이승철

열 번째 작품은 외국인 작가 솔 레이트 작 '불규칙한 진보'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네모진 화강석을 탑처럼 쌓아놓은 것이었다. 이 작품의 이미지는 수직과 수평이라는 우주공간의 논리를 통해 한 단계씩 올라가는 인간의 길을 암시하고 있었다.

 

대칭으로 나뉜 두 면이 만나는 정상에 놓여 있는 한 개의 돌, 이미지는 바로 이 한 개의 돌에 모아지고 있었다. 정상에서 만나는 하나의 의미야말로 통일과 예술, 그리고 인간의 길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4월 16일 오후 김포 조각공원에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신 문화해설사 이승남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09.04.17 16:24ⓒ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4월 16일 오후 김포 조각공원에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신 문화해설사 이승남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김포 조각공원 #문화해설사 #이승철 #통일의 꿈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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