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어떻게 하면 극단적으로 갈 수 있는지 진수를 보여주는 <인어아가씨>와 <아내의 유혹>
imbc, sbs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어찌된 일인지 불륜, 출생의 비밀, 이혼, 불치병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지간의 사랑 등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사실 상상력이 빈곤한 것은 죄가 아니니,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소재들이 재미가 있어 지속적으로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이야기 진행이 우리나라 드라마계를 반 토막 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진부하고 식상한 소재를 너도나도 재탕하다 보니, 주목을 끌기 위해 드라마 간에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된다.
이러한 일들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일들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비난하고 욕하지만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요즘 대표주자 <아내의 유혹>을 우리가 뿌리치지 못하고 보는 것처럼. 그 이유는 강한 자극에 노출되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본능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이러한 류의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접할 결과 '상식적'인 드라마가 등장했을 때 시시하고 밋밋해서 도무지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물론 <베토벤 바이러스>와 같은 드라마도 있다. 상식과 재미를 동시에 잡는. 하지만 그걸 만들기도 힘들 뿐더러 그러한 드라마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웬만해선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막장 드라마가 무엇이더냐?그리고 줄기차게 그런 류의 드라마를 방송사에서 공급하더니 급기야 '막장 드라마'로 정의가 내려졌다. 익숙해져버린 막장 드라마의 용어는 <너는 내 운명>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과 악녀의 악행, 시어머니의 비상식적인 행태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결국엔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모두 백혈병으로 설정되어 드라마의 끝을 봤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의 원조는 따로 있다. 한국인의 정서상 불륜과 출생의 비밀 등의 소재를 좋아하는 것을 감안해서 볼 때 이러한 류의 드라마는 70~80년대부터 줄곧 등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담고 역발상을 해 막장 드라마의 최초가 된 작품이 있으니 바로 <인어아가씨>이다.
막장 드라마의 대모격으로 군림하는 임성한 작가. 그녀는 <인어아가씨> 말고도 한국 인기 막장 드라마의 산증인이요,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보고 또 보고>로 인기 스타작가가 된 임성한 작가는 장편 드라마 데뷔작부터 이미 막장 드라마의 씨앗을 키워나갔다.
당시 1998년, '겹사돈'이란 용어 자체가 낯설던 시절 파격적인 설정으로 조연이었던 김지수를 스타로 만들면서 자신도 인기 스타작가로 발돋움하였다. 그리고 연이어 한 가정의 4형제 모두 어머니가 다른 설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온달 왕자들>을 시작으로 막장 드라마의 꽃을 피워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막장 드라마의 히로인 장서희를 스타로 만들어 준 <인어아가씨>의 꽃을 피웠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내연녀에게 복수를 하는 아리영이라는 주인공이 그들을 향해 복수를 행하기 시작할 때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한편으로는 방송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왕꽃 선녀님>에 이어 친어머니가 시어머니가 되는 <하늘이시여>에서 막장 드라마의 최고 작품을 남겼다. 따뜻한 홈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내놓은 <아현동마님>도 결국 막장 드라마의 한 축이 되어 여전히 막장 드라마의 대모로 남았다.
그녀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한 일들을 드라마 소재로 끌어와 출생의 비밀, 복수 등으로 점철시켜 인기를 얻어 나갔다. 그리고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극단적인 설정의 강도는 나날이 높아져 갔다.
즉, 보는 사람은 더 강도 높은 자극을 원하고, 방송사에선 그런 드라마를 공급하기 위해서 더욱더 강력한 그 무엇을 원한다. 자극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 결과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아내의 유혹>의 복수혈전을 방불케하는 설정이 등장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