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51] 봇물처럼 터지는 막장 드라마가 가야할 길

등록 2009.04.18 11:43수정 2009.04.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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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드라마가 어떻게 하면 극단적으로 갈 수 있는지 진수를 보여주는 <인어아가씨>와 <아내의 유혹>

드라마가 어떻게 하면 극단적으로 갈 수 있는지 진수를 보여주는 <인어아가씨>와 <아내의 유혹> ⓒ imbc, sbs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어찌된 일인지 불륜, 출생의 비밀, 이혼, 불치병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지간의 사랑 등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사실 상상력이 빈곤한 것은 죄가 아니니,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소재들이 재미가 있어 지속적으로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이야기 진행이 우리나라 드라마계를 반 토막 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진부하고 식상한 소재를 너도나도 재탕하다 보니, 주목을 끌기 위해 드라마 간에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된다.

이러한 일들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일들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비난하고 욕하지만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요즘 대표주자 <아내의 유혹>을 우리가 뿌리치지 못하고 보는 것처럼. 그 이유는 강한 자극에 노출되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본능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이러한 류의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접할 결과 '상식적'인 드라마가 등장했을 때 시시하고 밋밋해서 도무지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물론 <베토벤 바이러스>와 같은 드라마도 있다. 상식과 재미를 동시에 잡는. 하지만 그걸 만들기도 힘들 뿐더러 그러한 드라마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은 웬만해선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막장 드라마가 무엇이더냐?

그리고 줄기차게 그런 류의 드라마를 방송사에서 공급하더니 급기야 '막장 드라마'로 정의가 내려졌다. 익숙해져버린 막장 드라마의 용어는 <너는 내 운명>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과 악녀의 악행, 시어머니의 비상식적인 행태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결국엔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모두 백혈병으로 설정되어 드라마의 끝을 봤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의 원조는 따로 있다. 한국인의 정서상 불륜과 출생의 비밀 등의 소재를 좋아하는 것을 감안해서 볼 때 이러한 류의 드라마는 70~80년대부터 줄곧 등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를 담고 역발상을 해 막장 드라마의 최초가 된 작품이 있으니 바로 <인어아가씨>이다.


막장 드라마의 대모격으로 군림하는 임성한 작가. 그녀는 <인어아가씨> 말고도 한국 인기 막장 드라마의 산증인이요,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보고 또 보고>로 인기 스타작가가 된 임성한 작가는 장편 드라마 데뷔작부터 이미 막장 드라마의 씨앗을 키워나갔다.

당시 1998년, '겹사돈'이란 용어 자체가 낯설던 시절 파격적인 설정으로 조연이었던 김지수를 스타로 만들면서 자신도 인기 스타작가로 발돋움하였다. 그리고 연이어 한 가정의 4형제 모두 어머니가 다른 설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온달 왕자들>을 시작으로 막장 드라마의 꽃을 피워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막장 드라마의 히로인 장서희를 스타로 만들어 준 <인어아가씨>의 꽃을 피웠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와 내연녀에게 복수를 하는 아리영이라는 주인공이 그들을 향해 복수를 행하기 시작할 때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한편으로는 방송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왕꽃 선녀님>에 이어 친어머니가 시어머니가 되는 <하늘이시여>에서 막장 드라마의 최고 작품을 남겼다. 따뜻한 홈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내놓은 <아현동마님>도 결국 막장 드라마의 한 축이 되어 여전히 막장 드라마의 대모로 남았다.

그녀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한 일들을 드라마 소재로 끌어와 출생의 비밀, 복수 등으로 점철시켜 인기를 얻어 나갔다. 그리고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극단적인 설정의 강도는 나날이 높아져 갔다.

즉, 보는 사람은 더 강도 높은 자극을 원하고, 방송사에선 그런 드라마를 공급하기 위해서 더욱더 강력한 그 무엇을 원한다. 자극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 결과 <너는 내 운명>을 시작으로 <아내의 유혹>의 복수혈전을 방불케하는 설정이 등장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a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는 권선징악을 이야기하며 막장 드라마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는 권선징악을 이야기하며 막장 드라마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 sbs


막장 드라마에도 순기능이 있다!

그런데 막장 드라마의 주역들은 정작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이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물론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 감독, 작가를 필두로 주연배우에 스태프와 수많은 단역배우들까지.

그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한국드라마의 시스템 상 쪽대본에 급박하게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비일비재이니. 그들의 노력과 힘듦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에 한결같이 답한다.

장서희는 <무릎팍 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고생하고 노력해서 하고 있는데 막장드라마고 얘기하니까 속상해요."
"정말 우리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라면 그렇게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시는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에요. 다소 과도한 표현이 있을 수 있지만 드라마이니까 그냥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내의 유혹> 작가도 인터뷰에 이렇게 말했다.

"'그런 소재라고 다 막장 드라마냐. 드라마는 그려내기 따라 다르다' 그렇게 항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드라마 속 장면이 개그 프로그램 패러디 소재까지 되는 걸 보고 좀 심란하더라."

이와 함께 막장 드라마의 순기능을 이야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등장인물에게 욕을 퍼부으며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의 울분을 삭히고,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극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학교에서 배운 권선징악이 현실에서 실현되지는 않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이루어진다. 그 말도 듣고 보면 맞는 말이다.

세상만사 이상하게도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 했지만 권선징악으로 결국 나쁘게 살면 화를 당한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한 면에서 권선징악의 구도에 따른 드라마의 전개가 어떨 땐 대리만족을 시켜줄 때가 있다.

그래서 막장 드라마에도 순기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헌데, 우리는 그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보다는 욕을 하는 재미로 보는 경향이 더 크다. 즉, 누군가의 비난을 통해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막장이 아닌 끝장 드라마로 불러라!

a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같은 악인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지만 막장 드라마의 악인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같은 악인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지만 막장 드라마의 악인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 imbc

하지만 결코 막장 드라마의 항변은 변명일 수밖에 없다. 모든 시청자들이 시청한다고 해서 좋은 드라마는 아니기 때문이다. 재미있다고 해서 질 높은 드라마가 아니듯, 시청자들의 공감은 얻어야 하는데, 막장 드라마는 그러한 공감을 얻지 못한다.

특히 <하얀거탑>에서의 장준혁(김영민)를 생각해 보자. 대게 막장 드라마를 보면 극중 장준혁이란 인물은 출세를 위해서 냉정함과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의사임에도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의료사고에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여기에 의료사고에 대한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장준혁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장준혁의 모습이 분명 악인이었지만 시청자는 욕망에 사로잡힌 그를 동정했고 연민했다. 한편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김서형)의 경우 그녀가 저지른 악행의 근원도 결국 부모님이 사고로 죽고(물론 자신의 잘못이었지만) 외롭게 성장하면 비뚤어진 성격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신애리의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에 공감하지 못한다. '아 저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신애리 정말 무섭다' 등등의 반응이 전부이다. 결국 막장 드라마에서 줄기차게 악인이 등장하지만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만한 캐릭터를 만들지 못한다. 그것은 결국 주인공을 괴롭히기 위해 태어나는 수단에 불과한 캐릭터라는 태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인들의 행위가 동정을 받지 못한 채 드라마 속에서 강도 높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 주인공을 무조건 괴롭히는 것이 주요 임무이기에 장준혁과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민족 특성상 국민 배우, 국민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좋아하는 우리는 감히 이런 막장 드라마에 '국민 드라마'라는 칭호를 붙여주지 않는다.

즉, 제작진과 주인공들이 제아무리 변명해봤자 국민 드라마와 막장 드라마의 분류에서 후자에 속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쯤 된다면 솔직히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시청률을 올리고 자신의 이름값을 올리기 위해서 고생스럽지만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출연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솔직히 자신들도 이 드라마에 공감하기가 어렵다고 말이다. 그렇게 자신이 만들고 출연하는 드라마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또한 '막장'이라는 말에도 수정할 사항이 있다. 대한석탄공사에서는 언론사에 '막장은 희망입니다'라는 글을 배포하고 막장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쓰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막장은 "30℃를 오르내리는 고온을 잊은 채 땀 흘려 일하며 유일한 에너지 자원을 캐내는 삶의 현장"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한석탄공사에서는 '막장'이라는 말을 삼가기 바란다. 또한 이러한 면에서 생각해 볼 때 우리가 부르는 '막장 드라마'의 용어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막장'이라는 용어는 '끝'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그렇다면 '막장 드라마'를 '끝장 드라마'로 바꿔부르는 것은 어떨까. 사실 앞서 이야기한 의미에서 본다면 분명 막장 드라마는 오히려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남루한 현실이지만 그 안에 여전히 피어있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막장 드라마=국민 드라마' 로 공식화될 것이다. 다시 한 번 희망을 줄 수 있는 막장 드라마이자 국민 드라마를 봤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막장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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