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들판 흐드러지게 핀 자운영이 보고 싶다

"올해 핀 자운영이 마지막이 될 란지..."

등록 2009.04.21 09:40수정 2009.04.21 09:41
0
원고료로 응원
 논에 핀 자운영 꽃
논에 핀 자운영 꽃전용호

봄은 무슨 색일까? 노란색? 분홍색? 연한 초록?
하늘이 무척 맑다. 봄날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자운영이 보고 싶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 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 이태원이 부른 감미로운 노래에 삽입된 정두리의 시 '그대' 중 일부

 화양면 들판. 붉은 네모는 자운영, 파란 네모는 보리
화양면 들판. 붉은 네모는 자운영, 파란 네모는 보리전용호

 자운영이 흐드러지게 핀 산골 계단식 논
자운영이 흐드러지게 핀 산골 계단식 논전용호

차를 타고 도심을 벗어나 확 터진 시골길을 타고 달린다. 차창 밖으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 초록색 향기가 묻어오더니 붉은빛의 달콤함이 얼굴을 감싸고 달아난다. 차는 여수 화양면 들판을 달린다.

화동을 지나 네모로 잘 다듬어진 논이 펼쳐진다. 그 위로 붉은 자운영이 피었다. 큰 길에서 벗어나 산전마을로 가는 좁은 시골길로 들어선다. 마주 오는 버스가 먼저 간다고 한다. 논두렁에 차를 바짝 붙이고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구불구불 들어가니 저수지가 보인다. 우리나라 마을 어디를 가나 보는 풍경이다. 작은 개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간다. 이런 깊은 산 속에도 사람 사는 마을이 있나? 마치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돌로 차곡차곡 논을 쌓아 놓은 풍경이 보인다. 그 위로 살며시 보이는 붉은 자운영 물결.

 트랙터가 자운영을 갈아 엎고 있다.
트랙터가 자운영을 갈아 엎고 있다.전용호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는 붉은 색이 황토색으로 바뀐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는 붉은 색이 황토색으로 바뀐다.전용호

 어쩐 일이여? 트랙터를 멈추고서 반갑게 맞아준다.
어쩐 일이여? 트랙터를 멈추고서 반갑게 맞아준다.전용호

차를 세우고, 개울을 건너 계단식 논을 따라 올라간다. 한창 트랙터로 논에 심어진 자운영을 갈아엎고 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트랙터가 자운영 위를 지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와 트랙터 사이가 차츰 가까워진다. 트랙터가 내 앞에서 멈춘다. 주름이 깊게 파인 아저씨는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어쩐 일이여?"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구경 왔어요."
"조금 일찍 오지. 다 떠 부렀는 디."
"지금도 좋은데요."

 농로를 타고 올라오는 경운기. 뒤로 산전마을이 보인다.
농로를 타고 올라오는 경운기. 뒤로 산전마을이 보인다.전용호

 논에서 경운기에 볏짚을 싣고 있는 아저씨
논에서 경운기에 볏짚을 싣고 있는 아저씨전용호

트랙터는 다시 움직이고, 논두렁을 따라 붉은색을 황토색으로 바꾸고 있다. 그런 풍경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농로를 따라 경운기가 올라온다. 경운기를 타고 온 아저씨는 논에서 볏짚을 싣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가니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어?"
"시내에서 왔어요."
"이 꽃이 자운영인 디, 조금만 빨리 왔으면 저 아래가 전부 피어 좋았는데. 지도소에서 심으라고 해서 심은 거여. 사진 하나 잘 찍어줄란가?"

아저씨는 산골 논들이 온통 붉은 자운영으로 덮인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는가 보다. 그러면서 말을 계속 이어간다.

"이것도 얼마 있으면 못 볼 거여. 여기에 골프장 만든다고 보상해준다고 한께. 올해가 마지막이 될 란지…."

 자운영(紫雲英)은 콩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풀로 뿌리에 근류균이 있어 척박한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하여 지력을 증진시키며, 질소 시비량을 절감하여 친환경 농업에 기여하는 녹비식물(綠肥植物)이다. 8월 하순에서 9월 상순에 파종하며, 녹비로 이용할 때는 논에 갈아 넣고 마른 상태로 5일 이상 방치한 후 물을 대주면 유기산의 발생을 크게 줄여 벼의 활착 및 초기생육이 좋아진다고 한다.
자운영(紫雲英)은 콩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풀로 뿌리에 근류균이 있어 척박한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하여 지력을 증진시키며, 질소 시비량을 절감하여 친환경 농업에 기여하는 녹비식물(綠肥植物)이다. 8월 하순에서 9월 상순에 파종하며, 녹비로 이용할 때는 논에 갈아 넣고 마른 상태로 5일 이상 방치한 후 물을 대주면 유기산의 발생을 크게 줄여 벼의 활착 및 초기생육이 좋아진다고 한다.전용호

확대 ( 1 / 10 )
ⓒ 전용호

덧붙이는 글 | * 이름난 곳이 아니더라도 봄날 아지랑이 핀 들녘에 활짝 핀 자운영을 보러 한적한 시골로 떠나 보는 것도 좋습니다.
* 산전마을 가는 길은 여수에서 화양면으로 나와 22번 지방도로를 타고 화동방향으로 가다가 화양초등학교를 지나 왼편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나옵니다.
* 여수시내에서 22번 버스가 하루에 다섯 번 왔다 갑니다.


덧붙이는 글 * 이름난 곳이 아니더라도 봄날 아지랑이 핀 들녘에 활짝 핀 자운영을 보러 한적한 시골로 떠나 보는 것도 좋습니다.
* 산전마을 가는 길은 여수에서 화양면으로 나와 22번 지방도로를 타고 화동방향으로 가다가 화양초등학교를 지나 왼편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나옵니다.
* 여수시내에서 22번 버스가 하루에 다섯 번 왔다 갑니다.
#자운영 #화양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5. 5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