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이 흐드러지게 핀 산골 계단식 논
전용호
차를 타고 도심을 벗어나 확 터진 시골길을 타고 달린다. 차창 밖으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 초록색 향기가 묻어오더니 붉은빛의 달콤함이 얼굴을 감싸고 달아난다. 차는 여수 화양면 들판을 달린다.
화동을 지나 네모로 잘 다듬어진 논이 펼쳐진다. 그 위로 붉은 자운영이 피었다. 큰 길에서 벗어나 산전마을로 가는 좁은 시골길로 들어선다. 마주 오는 버스가 먼저 간다고 한다. 논두렁에 차를 바짝 붙이고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구불구불 들어가니 저수지가 보인다. 우리나라 마을 어디를 가나 보는 풍경이다. 작은 개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간다. 이런 깊은 산 속에도 사람 사는 마을이 있나? 마치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돌로 차곡차곡 논을 쌓아 놓은 풍경이 보인다. 그 위로 살며시 보이는 붉은 자운영 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