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게 길을 묻다: 희망, 더 아름다운 삶을 찾는 당신을 위한 생태적 자기경영법 | 김용규 저 | 비아북
이안수
저는 한 때 미국 동부를 여행하면서 스물여덟 살에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2년간 온전히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산 헨리 데이빗 소로우에 몰입한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또 다르게 변주되는 소로우의 미덕이 있습니다.
필자가 암시하는 것처럼 모든 생명은 누군가의 빚으로 살게 됩니다. 우리가 가장 크게 빚지고 있는 것은 '숲'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채권자에게 빚을 상환하기보다 오히려 그를 멸살하려고 합니다.
필자가 내핍을 견디며 스스로 숲에서 생명의 길을 살면서 그 메시지를 전하는 일은 숲이 인간의 채권자임을 상기시키는 일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숲을 스승으로 섬길 수 있도록……. 이것이 필자가 구태여 도회지 CEO로서 성공하는 삶보다 숲으로 들어가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숲의 식물들처럼 낮에는 노동과 창조적인 기록, 밤에는 휴식을 하는 생활을 엄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이런 노력은 제가 삶을 닮고자 하는 스콧 니어링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스스로 곡기를 끊고 영면에 들기까지 치열하게 보낸 100년은 사유하는 동물로서의 사람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실천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생계를 위한 4시간의 노동, 읽고 쓰는 4시간의 영혼을 위한 시간, 서로의 마음을 소통하는 타인과 4시간의 친교의 시간'으로 스스로에게 엄정했던 그 분의 좌우명중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 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스콧 니어링 자서전)"이라는 스콧 니어링의 얘기를 저의 지향점으로 삼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때에 김용규 선생의 이 책은 외롭게 길을 가다 도반을 만난 기분을 들게 합니다.
인생의 의문과 삶의 가치에 대한 답을 숲에서 구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데이빗 소로우나 스콧 니어링이나 김용규 선생은 닮은 점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4월 23일) 1995년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입니다. 유네스코는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전통을 가진 에스파냐 카탈루냐 지방의 세인트 조지 축일과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오늘을 '세계 책의 날'로 지정해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책을 가까이 하는 아름답고 갸륵한 마음들을 촉발하고자 했습니다.
유네스코의 이런 노력이 아니더라도 책은 인생의 모든 의문에 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손쉽고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도구입니다.
저는 이북(eBook)같은 디지털북의 솔루션이 개발되고 손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인터넷 매체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종이책이 갖는 여러 미덕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저자의 온갖 경험과 지혜, 연구의 결과를 가장 효과적이고 신뢰 있게 집약한 한권의 책이 갖는 신뢰를 인터넷이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모티프원을 건축함에 있어서도 서재에 가장 큰 공간을 할애했고 저는 그 서재 속에서 가장 큰 쾌락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