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김치에 백련초로 색을 입혔다
맛객
단조롭기 십상인 물김치에는 고운 색을 입혔다. 다시 말하지만 이곳의 색상은 모두 자연소재에서 취한 것들이다. 샐러드부터 시작해 비트로 색을 낸 물김치까지 보고 있노라면 요리사의 칼라감각이 범상치 않음을 눈치 채게 된다.
잠시 나눈 대화에서 그의 전공이 미술이었음을 알게 되었었다. 미술과 요리는 색을 쓰고 창의성을 요한다는 점이 같다. 또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도 같다. 분야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것이다.
실제 주인장은 요리를 하면서 화선지에 색을 칠해가는 착각에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요리를 즐기지 않고 일로서 대했다면 그런 자기만족을 얻게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시각의 만족은 미각의 만족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일반 대중요리에서 간과되었던 색상의 조화가, 우리 식문화에 바람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반식당에서 가장 무심하게 내는 게 지짐이다. 지짐은 형식적인 구색차림이란 인식의 산물이다. 진미정에서는 다르다. 요리사의 정성스런 손길은 하찮게 여기기 쉬운 지짐에까지 미친다. 잣으로 풍미를 보태고 어린 취나물로 그림을 그려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요리는 나라마다 요리사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몸에 이로워야 한다. 자칫 기교에 빠지면 요리의 본질에서 빗겨나갈 수 있다. 진미정의 요리는 기교가 있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재료의 순수성을 살리는 요리법은 본질을 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된장을 양념으로 사용한 방풍나물이나, 갖가지 봄의 생명을 한데모아 무친 모둠나물생채가 그렇다. 씁쓰름한 생채에서는 봄의 기운이 연출되었다. 입맛이 돌 수밖에.